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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라의 문화톡톡] 우리가 사랑을 하는 모든 방식들
[이주라의 문화톡톡] 우리가 사랑을 하는 모든 방식들
  • 이주라(문화평론가)
  • 승인 2021.02.08 10: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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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캄 프랑스 포스터
스캄 프랑스 포스터

1. <스캄Skam>의 시작과 확장

<스캄Skam>은 노르웨이어로 ‘부끄러움(shame)’이라는 뜻이다.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을 단 드라마 <스캄>은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노르웨이 텔레비전 NRK에서 방영되었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Skins>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이 드라마(Wikipédia의 Skam France/Belgique 항목 참조)는 한국으로 치면 ‘하이틴드라마’ 계보에 위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 이후 전 유럽, 더 나아가 서구권의 십대들을 매혹시켰고, 당연하게도 <스캄>의 판권은 유럽의 여러 나라로 팔렸다. 프랑스(<Skam France>), 이탈리아(<Skam Italia>), 독일(<Druck>), 벨기에(<wtFOCK>), 미국(<Skam Austin>), 네덜란드(<Skam NL>), 스페인(<Skam Espana>)에서 <스캄>의 리메이크 작을 만들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 모두는 <All of Skam>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영어 자막으로 봐야 한다.)

원작 <스캄>의 열풍은 십대들의 취향을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형식적으로도 <스캄>은 흥미로운 제작 방식을 사용하였다. <스캄>은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친구들 간의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의 일상생활의 리듬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드라마의 시간이 전개된다. 월요일 아침 8시 57분에 일어나는 일, 수요일 점심 12시 36분에 일어나는 일, 금요일 저녁 19시 43분에 일어나는 일. 그런데 극중에서의 모든 시간은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시간과 일치한다. 이 드라마 제작은 실제 고등학교에서 해당 시간에 가서 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시간별로 촬영한 짧은 영상을 촬영 직후 클립 영상으로 만들어서 온라인에 게시하여, 텔레비전으로 방영되기 전에 애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드라마의 사건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SNS도 실제 계정을 만들어서, 드라마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작중 인물들이 작중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와 게시물을 애청자들이 모두 살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애청자들은 드라마가 촬영되는 순간을 거의 실시간으로 재빨리 받아볼 수 있었으며,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SNS를 통해 작중 인물들을 팔로우하면서 그들의 생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짧은 영상의 감상과 SNS를 통한 소통이라는 십대의 일상을 적확하게 반영한 형식이다.

하지만 <스캄>의 인기는 단지 형식적으로 십대에게 익숙한 매체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획득된 것만은 아니다. <스캄>은 십대들의 방황과 좌절, 성적 정체성의 갈등, 인간관계의 문제를 단순한 자극적 소재로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주체적 인간, 타인에 대한 배려,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문제이자 가장 윤리적인 문제를 무겁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무엇보다도 <스캄>은 매 시즌을 진행할 때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손쉽게 모른 척 하는 폭력과 소수자의 문제를 명확하게 표면화한다. <스캄>은 매 시즌마다 주인공이 바뀌고, 그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다채롭게 제시한다. 첫 시즌은 여자 친구들 사이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왕따의 문제를 젠더 차별의 이슈와 함께 풀어냈다면, 두 번째 시즌은 남녀 연애에서 발생하는 강간과 사이버폭력의 문제를 다루었고, 세 번째 시즌은 동성애의 문제, 네 번째 시즌에서는 인종과 종교에 따른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왕따, 강간피해자, 동성애자, 흑인무슬림 등, 언론에서 자극적으로만 다루어지는 사건을 그 당사자의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삶이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스캄 프랑스 시즌3의 커플 ⒸManon’s instagram post
스캄 프랑스 시즌3의 커플 ⒸManon’s instagram post

<스캄 프랑스> 또한 이러한 원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캄 프랑스>는 원작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노르웨이 원작이 2017년에 시즌4를 끝으로 모든 작품의 종영을 선언했다면, <스캄 프랑스>는 2018년부터 시작하여 2021년 현재 시즌7까지 France TV slash에서 방영하며 <스캄>의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다. (2021년 2월 현재 시즌7을 방영 중이며, 2021년에 시즌8도 방영 예정이다.) 게다가 <스캄 프랑스>는 유럽권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원작 <스캄>의 인기를 시즌3의 동성애 커플인 이삭과 에반이 이끌었듯이, 리메이크작 <스캄 프랑스>의 인기 또한 시즌3의 동성애 커플 뤼카(Axel Auriant)와 엘리오트(Maxence Danet-Fauvel)가 이끌었다.(Caroline Langlois, “Skam France: notre coup de coeur pour une saison 3 addictive”, 2019.3.15.) 한국에서도 시즌3을 중심으로 <스캄 프랑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특히 엘리오트 역의 막상스 다네-포벨은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에 한국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던 인연으로 한국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한국 OTT플랫폼 티빙과 왓챠 그리고 웨이브에서 수입하여, 시즌6까지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시즌1까지만 볼 수 있다.

 

 

스캄 프랑스 시즌4의 주인공 이만
스캄 프랑스 시즌4의 주인공 이만

2. 다양한 소수자의 세계

<스캄 프랑스>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왕따, 강간피해자, 게이, 흑인무슬림과 같은 소수자나 폭력 피해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캄 프랑스>는 주류 사회가 정상이나 혹은 상식이나 또는 보편이라고 부르는 기준에 벗어난 이들을 다룬다는 원작 <스캄>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작품의 시야를 더욱 확장시킨다. 시즌5에서는 청각 장애를 가지게 된 아르튀르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장애를 가진 십대 청소년들의 생활과 욕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즌6에서는 마약중독자이자 양성애자인 롤라가 레즈비언 애인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의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다룬다. 시즌7에서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티파니가 임신과 출산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모습이 다루어지면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여성 신체의 주체성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재적으로는 <스캄 프랑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서사는 모두 자극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게이, 양성애자, 레즈비언, 장애인, 왕따, 마약중독자 등등이 나오는 하이틴 드라마는, 세상 따위 필요 없어, 모든 것에 반항할 거야, 살아봤자 무슨 소용이야, 놀다 죽자, 이와 같이 뭔가 퇴폐적이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길 것 같다. (영국의 하이틴물 <스킨스>가 딱 이런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가 사는 삶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만 같은 것이다. (실제로 한국적 정서에서는 ‘청소년’이 주인공인데, 위에 나오는 소재를 다룬다고 하면 방송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캄 프랑스>는 놀랍게도, 유머와 위트가 있으며, 이 모든 문제적 인물들이 등장하는데도 꽤나 일상적이다.

모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문제는 없다. 이것이 <스캄 프랑스>의 기본적인 주제일 것이다. <스캄 프랑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모두는 각자의 개별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그 문제 앞에서 나약해지지만, 그 문제가 바로 우리의 개성이자,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시즌5에서 아르튀르는 아버지의 폭행과 이후 길거리에서 당한 우연한 폭행으로 청각을 잃게 된다. 보청기를 끼는 순간 장애인으로 분류된 아르튀르는 학교에서 장애인 친구들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라는 과제를 부여 받는다. 학교라는 제도는 아르튀르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 사회적 차별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 인간, 매력적이지 않은 남성으로 당연하게 분류한다. 그런데 아르튀르와 함께 모인 시각장애인, 하반신 불구자는 입을 모아 말한다. 자신들의 삶에서 필요한 것은 장애인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라는 윤리적인 요구가 아니라,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욕망’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받고 싶다고. 그들은 자신도 섹시한 존재이고,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 연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생활을 바란다고 말한다. 이들의 소망을 짐작이라도 했던 것처럼 아르튀르의 여자 친구이자 양성애자 알렉스는 시각장애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친구 바질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도 사회화의 과정이야. 네가 헷갈리는 것은 우리가 장애인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그래서 그들은 장애인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표현하며, 장애인을 일상적인 욕망의 존재로 받아들인다.

시즌3은 뤼카가 게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된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시즌3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엘리오트가 조울증, 양극성 장애(bipolarité)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애인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뤼카는 큰 고민에 빠진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을 함께 영위하기가 힘들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때 뤼카의 친구 바질이 말한다. 우리 엄마도 조울증이야. 뤼카의 심각함에 비교하면, 바질은 너무도 해맑게 말한다. 뤼카와 다른 친구들은 놀란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말하냐는 듯이. 바질은 엄마의 상태에 따라서 힘든 시기도 있지만, 대체로는 서로 잘 적응해서 맞춰 가며 살아왔고,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이 순간 조울증의 문제 또한 드라마틱한 극적 사건이 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나와 다른 모든 것을 특별한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타자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종종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매우 특별한 세계에 살 것이라 생각한다. 동성애자의 삶은 너무 자유분방하여 방탕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이슬람교도의 삶은 너무 보수적이어서 현대의 자유세계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캄 프랑스>에서도 무슬림인 이만에게 백인 다프네는 머리에 베일을 쓰고 술도 못 마시면 파티에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당연한 듯 묻는다. 심지어 동성애자 뤼카는 무슬림인 이만이 양성애자 알렉스와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혹은 양성애자 알렉스에게 양성애자는 동성애자와 달리 동성과 연애를 하면서도 이성과 연애를 하는 것처럼 쉽게 속일 수 있어서 좋겠다고 말한다.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삶의 세계와 가치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들을 쉽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소수자라고 다른 소수자의 특수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나와 다른 사람은 이상하고 특별한 세계에 속해서 우리의 보편, 상식, 주류의 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이만은 말한다. 다른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들을 때, 그것이 너의 가치관과 어긋난다고 그 이야기를 안 들은 적이 있냐고, 네가 그렇지 않듯이, 나도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평가와 심판은 신이 하는 것이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스캄 프랑스>는 나와 다른 타자를 소수자라는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 않는다. 각자의 개별성을 가진 모두는 각자가 소수자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 모두는 소수자이다. 이런 소수자를 개별적으로 고립시키지 않고 일상의 존재로 끌어 올리는 일, 그들이 가진 욕망을 표면화하는 일, 이러한 것을 통해 <스캄 프랑스>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만들어 간다. 배제와 차별을 넘어 공존의 생활방식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재할 수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스캄 프랑스의 친구들 ⒸNetflix
스캄 프랑스의 친구들 ⒸNetflix

3. 너와 함께 있어

결국 이 공존의 핵심은 사랑이다. 가난하다고, 혹은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고, 아니면 공부를 못한다고, 외모가 멋지지 않다고, 그래서 너랑 나랑은 연애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배타적인 태도는 사랑이 아니다. 우리 앞에 주어진 모든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랑이다. 물론 매우 낭만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은 포용과 공존이다. 장애인들도 일상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데이트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흑인무슬림도 종교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모두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스캄 프랑스>에서는 소재적으로도 이런 사랑의 다양성을 표면화한다. 각 시즌의 주인공들이 소수자로 설정되는 만큼, 그들의 사랑의 방식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플링의 방식을 넘어선다. 이 드라마를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든 시즌3의 게이 커플은 물론이고, 청각장애인의 사랑, 레즈비언 커플 등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치는 이들의 사랑을 정말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십대들을 위한 작품이고, 실제로 프랑스 텔레비전에서 방영할 때는 10세 이상은 모두 볼 수 있는 등급의 작품이었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는 커플들의 섹스씬이 자주 그려진다. 이 섹스 장면은 이성애 커플에만 한정되지 않고, 게이 커플 그리고 레즈비언 커플의 섹스 장면까지 다룬다. 동성애 커플들도 이성애 커플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끌림을 느끼고, 육체적 관계를 통해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음을 확인한다. 그들의 섹스 장면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려진다. 그 장면은 이성애 커플의 장면과 마찬가지로 열정적이고 아름답다.

이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바로 그 사랑이 단순한 매혹이나 열정 혹은 낭만에 대한 동경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은 십대들이 흔히 저지를 것이라 오해 받는 불장난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에 대한 굳건한 지지가 이 작품에서 그리는 사랑의 본질이다. 이 작품 속 십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문제에 직면한다. 그것은 성정체성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갑작스러운 장애와 같이 극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왕따의 문제, 고독의 문제 등등 내면적인 불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겪으면서 모두는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며, 나의 이러한 힘듦이 자신의 약점이 되어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고 불안해하다가, 친구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친구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이렇게 내면의 고민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어가는 아이들을 세상과 연결시키고, 친구들과 함께 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지지(soutien)’의 힘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이 말을 통해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물론 그러한 사랑의 방식이 서툴러서,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상대를 오히려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시즌6에서 다프네가 롤라를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롤라를 정신병원에 넣었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다프네는 흔들리는 롤라의 옆에서 내가 옆에 있음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었고, 그에 힘을 받은 롤라도 다프네가 흔들리는 시기에 다프네의 옆을 지킨다. 이러한 함께 있음은 단지 연애 관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프네와 롤라처럼 자매 사이에서도,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더 나아가 가족 사이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하이틴 드라마에서 그릴 수 있는 십대들의 세계는 충분히 넓어질 수 있으며, 그들의 사랑과 우정 또한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몽적이지 않더라도 사회적이고 윤리적일 수 있다. <스캄 프랑스>는 십대들의 좌절, 불안, 욕망, 그리고 성적 호기심, 관계에 대한 고민이 타인에 대한 윤리,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는 윤리적 문제와 흥미롭게 결합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즌7에서는 시즌6에서 롤라를 괴롭혔던 친구 티파니가 실수로 이루어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모두 회피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완벽에 대한 강박과 실패 앞에서 회피하는 태도 그리고 여성 신체의 주체성 문제가 다루어진다. 앞으로 다가올 시즌8에서는 또 어떤 방향으로 <스캄 프랑스>의 시야가 확장될지 더욱 기대된다.

 

글·이주라(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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