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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 녹아든 인류의 타임라인 -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 ⓻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 녹아든 인류의 타임라인 -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 ⓻
  • 안혜수
  • 승인 2021.04.14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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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 ⓻

 

역사 속에서 음악이 탄생하고, 음악은 다시 우리를 변화시킨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Emile Durkheim)은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거나 같은 함성을 지르거나, 같은 동작을 할 때 사회적 집단성이 강화되고, 집합적 감정이 발현된다고 했다. 음악에는 사람의 영혼을 깨우고, 감동을 주고, 결과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행동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는 음악이 어떻게 역사와 함께 발전하며 군중을 깨우고, 행동하게 하고, 혹은 잠재우는지를 저항적인 코드로 여러 사례를 담고 있다. ‘상품과 유혹 사이’, ‘전복과 저항 사이’, ‘음계의 안과 밖’, ‘그럼에도 음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논하는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역사적 사건들과 새로운 관점들이 지적 세계를 더욱 더 풍요롭게 한다. 또한 역사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예술, 정치적 상황에서도 음악이 이데올로기의 행동과 관념을 변화시키고 때때로는 대립을 화합으로 탈바꿈시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이후 내가 듣는 음악은 과연 나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되는 사유과정으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사랑’받는 뮤지션, ‘사람’을 이끄는 뮤지션

 

 

이번 호에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빽빽이 들어선 군중들을 떼창하게 했던 두 뮤지션 그룹이 등장한다. 바로 퀸과 BTS이다. 두 그룹 모두 당대 젊은이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그들의 불만과 욕구를 음악으로써 표출시키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뮤지션이다. 

수 만 명의 군중을 한 박자에 동시에 뛰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들은 과연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혹자의 말처럼 혜성처럼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지만, 이 잡지를 읽어보면 퀸의 대체불가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휘몰아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섞인 융합적 환경에서 탄생 되었으며, 그의 노래는 유럽에 미국 자본주의와 상업적인 대중문화의 유입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TS 또한 K-POP 한류라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탄생했고 그들의 음악도 세계의 각국의 문학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오마주를 하며 초국적 보편주의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다양한 문화와 사회가 낳은 이 뮤지션들이 가진 영향력은 단순히 수만 명의 군중들을 떼창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퀸은 1980년대 영국 보수당 대처 정권의 노조탄압정책으로 실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억압받는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불만 표출 분출구이자 동지애를 느끼게 해주는 통합의 매개체였다. BTS 역시 각국 청년들의 정신을 한 곳을 집합시켰다. 지난해 5월 25일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있고 난 후, BTS는 ‘Black Lives Matter’라는 해시태그를 공식 트위터에 게시하며 인종차별반대운동을 지지했고 팬들은 이런 BTS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국제적으로 연대하며 SNS 시위에 동참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인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는 이런 표어가 게시되어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다. 사람이 만든 책이 다시 사람의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음악도 이와 같다. 음악은 인간의 학문적, 정신적 산물이다. 또한 음악은 듣는 사람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행동에 옮기게 만드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매개체이다. 이번 호에서 담긴 인류의 역사와 음악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되며 우리를 역동시킬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히어로나 기업가, 정치인만이 아니다. 음악도 세상을 바꾼다. 앞으로 어떤 뮤지션과 음악이 우리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어떻게 인류의 타임라인을 바꿀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안혜수

성신여대 법대 4학년 재학. 법대에서 가장 전공과 거리가 먼 일을 하는 선배로 유명하다.
따듯한 시선으로 차가운 세상을 바라보고 날카로운 글을 쓰는(쓰고싶어하는) 개똥철학자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 대학에 수업을 들어본 학과만 6개다. 그래서 늘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복잡한 머리를 풀어주는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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