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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완벽한 가족>(Blackbird) ― 존엄하지 않은 죽음을 존엄하게 만들려는 ‘완벽한 여성’의 신화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완벽한 가족>(Blackbird) ― 존엄하지 않은 죽음을 존엄하게 만들려는 ‘완벽한 여성’의 신화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1.05.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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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 특별한 인생 플랜 존엄사를 계획하는 여성

존엄사를 다룬 영화들이 있다. 인도 영화 <청원>(Guzaarish, 2010)에서 주인공은 불행한 삶보다는 행복한 죽음을 선택한다. 당대 최고의 천재 마술사 이튼(리틱 로샨)은 14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중 존엄사를 계획한다. 이튼은 자신의 곁에서 12년간 한결같이 간호해온 매력적인 간호사 소피아(아이쉬와라 라이)와 결혼하지만 결국 존엄사를 선택한다. 이튼은 조수가 자신을 전신마비로 만든 라이벌 마술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를 후계자로 삼아 자신의 마술 비법을 전수한다. 미국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 2016)는 존엄사를 꿈꾸는 남성의 마지막 사랑을 보여준다. 촉망 받던 젊은 사업가에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윌(샘 클라플린)은 6개월 후의 존엄사를 계획한다. 윌은 6년 동안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아 임시 간병인이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를 고용하여 갈등을 거쳐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존엄사를 선택한다. 루이자는 윌과의 사랑과 죽음을 겪으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청원>과 <미 비포 유>는 죽음과 사랑이라는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다. 두 영화는 차이점이 있다. <청원>에서 주인공은 여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해서 죽기 직전 결혼을 하는 사랑을 보여주며, 질투심으로 자신을 전신마비 상태로 만든 라이벌 미술사의 아들을 받아들이는 관용을 베푼다. <미 비포 유>는 완벽한 능력과 외모를 가졌지만 육체적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주인공이 평범한 능력과 외모를 가졌지만 순수한 여주인공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도록 도와준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전신마비 상태여서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자신을 사랑하기에 죽음을 말리는 아내와 연인이 있지만 결국 존엄사를 결정한다. 주인공은 육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 더욱 고통을 겪으며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어 한다. 주인공은 삶을 끝내고자 하는 순간에 운명의 상대인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깨닫거나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불행한 삶을 끝내고 사랑하는 여주인공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존엄사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이렇듯 <청원>과 <미 비포 유>은 매력적이고 완벽하지만 전신마비 환자인 주인공이 순수한 여주인공과 사랑을 나누지만 존엄사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죽음과 사랑의 부조화를 보여주며, 존엄사가 인생의 패배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로저 미첼 감독의 <완벽한 가족>(Blackbird, 2019)은 여성의 존엄사를 다루고 있다. 릴리(수잔 서랜든)는 의사 남편 폴(샘 닐)의 검사로 자신의 불치병을 알게 되면서 존엄사를 계획하고 두 딸의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릴리는 가족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로 행복해 하지만, 둘째딸 애나(미아 와시코브스카)와의 갈등, 첫째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의 비밀 폭로로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릴리는 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사랑이 충만한 분위기 속에서 약을 마시고 존엄사한다. <완벽한 가족>은 불치병을 앓는 여주인공이 가족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끝으로 자신의 인생을 끝내려는 특별한 인생 플랜 존엄사의 실행을 보여준다.


존엄사로 인한 갈등의 시작: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거리두기의 시선

<완벽한 가족>의 전반부에서는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거리두기의 시선을 통해서 존엄사로 인한 갈등의 시작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은 엄마의 존엄사 결정으로 자매의 갈등이 표출된다. 릴리는 불치병으로 앞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호흡도 의지하고 식사도 튜브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가 결정할 때 가려고” 결심하고는 자신이 팔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약을 먹고자 한다. 항상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첫째딸 제니퍼는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여동생 애나에게 “엄마, 아빠가 너 걱정 1주일만 안 하도록.”이라고 충고를 하자 둘째딸 애나는 “재수 없게 굴지 마.”라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릴리는 손자 조나단에게 “매춘부랑 마약에 쓴다고 약속하면 돈을 줄 거야.”라고 말하고, 애나가 여자친구를 데려오자 “가족에 레즈비언이 있으면 멋있잖아.”라고 말한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존엄사를 결심한 릴리는 손자 조나단에게 인생을 즐기라는 충고를 하고 딸의 레즈비언 커플을 인정해 주는 등 개방적 사고를 보여주며, 첫째딸 제니퍼와 둘째딸 애나는 엄마 릴리의 존엄사를 앞두고 갈등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은 상황과 태도에서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우선, 상황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릴리가 죽기 전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싶다는 요청에 가족들과 친구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니퍼는 엄마 릴리에게 후추통과 소금통을 선물하고는 스스로 “이런 미친 날에 완벽한 선물이 어디 있어”라며 자조한다. ‘미친 날’과 ‘완벽한 선물’의 대조에서 알 수 있듯이 축제의 즐거움이 죽음의 슬픔을 오히려 강조하게 되면서 축제/죽음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태도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릴리는 자신의 존엄사를 앞두고 시종일관 명랑하고 쾌활한 태도를 보여준다. 릴리는 가족에게 헌신하고 베푸는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로서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가족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슬픔, 괴로움, 고통을 감추고 기쁨, 즐거움, 행복을 위장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릴리의 존엄사 결정에 남편 폴은 그 결정에 협조하며 담담한 태도를 보여주지만 혼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큰딸 제니퍼는 그 결정에 동의하지만 불안 증세를 보이고, 둘째딸 애나는 그 결정에 반대하며 괴로워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 릴리의 명랑하고 쾌활한 태도는 그 죽음을 지켜보는 가족의 슬픔, 불안, 괴로움과 대비된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죽음의 슬픔과 축제의 즐거움이라는 상반된 요소의 결합을 통해 그 대비와 차이로 오히려 다가올 죽음을 강조하며, 상황과 태도에서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이중성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은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거리두기 시선을 표현한다. 우선, 주제와 음악에서 부조화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주제는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 내내 계속해서 바이올린협주곡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다음으로, 사운드와 침묵에서 부조화의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바이올린협주곡이 계속 흘러나오다가 릴리가 대사를 말하는 순간 갑자기 음악 소리가 멈추는 장면은 지속적인 삶과 갑작스러운 죽음의 대비를 느끼게 만든다. 릴리가 와인 유리잔을 깨뜨리는 장면에서는 시끄러운 대화 소리가 갑자기 정적으로 바뀌면서 외면적인 즐거운 분위기와 내면적인 죽음의 무게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때 깨진 와인잔과 쏟아진 와인에 대한 클로즈업은 릴리의 죽음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미장센도 인물의 대비로 긴장감을 강조한다. 릴리가 평생 함께 한 친구 리즈에게 자신의 딸을 부탁하는 장면에서 리즈는 화면의 왼쪽에 치우쳐 있고 릴리는 화면의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좌우로 치우쳐 있는 두 인물의 대비를 강조하는 미장센은 죽음 직전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거리두기의 시선은 죽음에 대한 관찰자적 시선을 보여준다. 릴리가 가족들과 바닷가를 산책하는 장면에서는 제니퍼를 가진 아름다운 장소에서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회상하는 모습을 익스트림롱숏이나 롱숏으로 보여주는 거리두기 시선은 죽음을 앞둔 인물과 그 인물을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을 관찰자적 시선으로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의 스타일에서는 죽음과 클래식음악의 대비, 사운드와 침묵의 대비, 미장센에서의 좌우의 불균형, 시선의 거리두기 등 사운드와 미장센의 대비가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표현한다.


죽음/삶을 둘러싼 가치관의 대립: 대비와 강조를 통한 자유와 사랑의 표현

<완벽한 가족>의 중반부에서는 자유의 대비, 사랑의 강조를 통해서 죽음과 삶을 둘러싼 가치관의 대립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가족의 갈등 증폭과 릴리의 죽음 준비가 대비된다. 릴리의 존엄사를 앞두고 가족의 갈등이 증폭된다. 우등생 손자 조나단은 배우가 꿈이라는 비밀을 할머니 릴리에게만 털어놓고, 릴리는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라고 약속한다. 우리가 비밀을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는 의미로 쓰는 이 말은 내일 죽음을 앞둔 릴리의 입에서 나옴으로써 서글픔을 느끼게 만든다. 조나단의 진로 변경은 앞으로의 갈등을 예고한다. 모범생 딸 제니퍼는 문제아 딸 애나에게 릴리의 불치병 판정 때 한 달간이나 잠적한 애나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한다. 그리고 제니퍼는 엄마의 인생이기 때문에 엄마의 결정을 존중하려는 반면, 애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엄마의 존엄사 결정에 반대하면서 계속 충돌한다.

한편, 릴리는 자신의 존엄사 결정으로 인해 폭풍 전야처럼 펼쳐지는 가족의 갈등에는 무심하면서도 초월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손자 조나단에게 조언을 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준다. 조나단이 자신의 진로 변경으로 향후 있을 엄마 제니퍼와의 갈등을 걱정하자, 릴리는 감사 메모, 시간 엄수, 열심히 살기 등의 조언을 한다. 죽음 전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릴리는 손자 조나단에게 매춘부와 마약에 쓰라며 100달러를 선물하고, 친구 리즈에게는 베니스에서 산 진주 목걸이를 선물하고, 사위 마이클에게는 불이 들어오는 나비넥타이를 선물하고, 둘째딸 애나에게는 처음 산 비싼 장신구를 선물하고, 큰딸 제니퍼에게는 남편이 준 금팔찌를 선물하고, 남편 폴에게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선물한다(돌려준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우등생 조나단의 배우 희망, 과거 애나의 한 달간 잠적, 애나의 존엄사 반대 등 릴리의 존엄사를 둘러싸고 가족의 갈등이 증폭되는 반면, 릴리는 자신의 존엄사를 앞두고 마지막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가족과 친구에게 마지막 선물을 나눠주며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완벽한 가족>은 삶/죽음의 가치관과 탄생/죽음에서의 대비를 보여준다. 인물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릴리의 존엄사 결정에 대해 남편의 협조, 큰딸의 동의, 둘째딸의 거부 등 가족들은 견해 차이를 보여준다. 릴리는 존엄사를 통해서 죽는 날이 아니라 사는 날에 집중하고 싶으며 죽음을 알아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릴리는 다들 죽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잊어야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알아야 모험도 해보고 규칙을 어기며 살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들을 설득한다. 이런 점에서 릴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족에 대한 현재 죽음 직전과 사랑과 미래 죽음 이후의 당부가 담겨 있다. 릴리는 우등생 조나단에게는 삶의 자유를, 리즈에게는 소중했던 베니스의 추억을, 고지식한 마이클에게는 삶의 기쁨을, 불안정한 애나에게는 젊은 시절 방황의 극복을, 착한 제니퍼에게는 자신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을, 사랑하는 폴에게는 결혼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을 주고자 한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릴리의 존엄사 전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존엄사를 둘러싸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물들의 가치관이 대비되고, 크리스마스의 탄생과 존엄사의 죽음, 선물의 지속과 죽음의 끝, 죽음 직전의 사랑과 죽음 이후의 당부가 대비된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삶과 죽음을 표현한다. 릴리가 조나단에게 “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하는 장면에서 조나단이 동작을 멈춤으로써 진로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강조한다. “하루는 너무 천천히 가고 한 해는 너무 빨리 가네.”라는 노래로 삶의 지속성과 죽음의 단절을 표현한다. 릴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에게 결혼반지를 돌려주는 장면에서는 결혼반지가 아내 릴리의 손에서 가족들의 손을 거쳐 남편 폴의 손으로 건네지며, 이때 아내 릴리의 손, 가족의 손, 남편 폴의 손을 클로즈업으로 강조하며 폴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움직임/정지의 대비를 통한 강조, 죽음을 표현하는 사운드, 손을 강조하는 미장센으로 삶과 죽음을 표현한다.


숨겨진 비밀의 폭로와 이타적인 사랑: 외면/내면의 대비와 이별·죽음의 시선

<완벽한 가족>의 후반부에서는 외면/내면의 대비와 이별·죽음의 시선을 통해서 숨겨진 비밀의 폭로와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두 가지 비밀이 폭로되면서 갈등이 폭발한다. 첫째, 애나의 자살 시도가 드러난다. 죽음 전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릴리가 맛있는 음식, 훌륭한 와인, 내 남자, 배우 겸 래퍼인 조나단, 내 오랜 친구, 나의 자랑인 두 딸들이 있어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에 애나는 엄마 릴리가 딸들이 하나같이 망가지고 있는데 자신들을 잘 알지도 말하고 남들 보기에만 모범적인 부부라며 가족의 이상화된 허상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애나는 자신이 한 달동안 잠적한 것은 자살 시도와 병원 입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러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제니퍼/애나, 애나/릴리의 갈등이 폭발한다. 하지만, 제니퍼는 애나의 강한 비판이 사실상 엄마 릴리의 죽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릴리는 애나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해 걱정하고 사과하게 되면서 제니퍼/애나/릴리의 갈등이 해결된다.

둘째, 폴과 리즈의 내연관계가 드러난다. 제니퍼와 애나는 폴과 리즈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알게 되면서, 의사 폴이 릴리에게 불치병 진단을 해서 존엄사 결정을 하게 만든 것이 리즈와의 내연관계 때문이라는 음모설을 제기한다. 두 딸들이 남편과 친구의 내연관계라는 충격적인 비밀이 폭로하자, 릴리는 “당연히 내연의 관계지. 제발 둘이 만나라고 내가 애걸했으니까. 아픈 이후로. 내 절친과 남편이 사랑하는 게 어떠냐고? 그 덕에 내가 갈 수 있는 거야. 사랑이 전부야.”라며 자신이 내연관계를 만든 사실을 드러낸다. 릴리는 남편과 자식들이 자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가족과 항상 함께 있어준 리즈를 자신의 자리에 앉히고자 폴과 리즈의 내연관계를 계획하고 실행함으로써 남편, 친구, 딸들에 대한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숨겨진 두 가지 비밀이 폭로되면서 가족의 갈등이 폭발되며, 이러한 비밀과 갈등으로 가족의 고통과 사랑이 드러나면서 화해로 끝이 난다.

<완벽한 가족>은 죽음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릴리는 자신의 존엄사 결정에 대해서 흔들림 없는 일관성을 보여주며, 폴도 아내 릴리의 결정에 일관된 지지를 보낸다. 제니퍼는 “엄마의 인생이고 엄마의 죽음이야.”라며 엄마의 결정에 계속 따르지만, 마지막에 폴과 리즈의 내연관계를 알게 되면서 엄마의 존엄사를 원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애나는 “난 준비가 안 됐어.”, “엄마를 알고 싶어. 엄마도 나를 알기를 원해”라며 릴리의 결정을 반대한다. 하지만, 릴리가 마지막 날에 “이제 때가 됐어. 지금? 여기까지야. 느낌이 왔어. 다가오고 있어. 이대로 맞이하고 싶어. 그러니까 다들 괜찮으면.”이라고 말하자, 애나는 “엄마 죽을 때 옆에 있을래.”라며 동의를 보내고 자신이 강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가족들이 슬픔, 괴로움, 고통을 보여줄 때, 릴리는 항상 “지금 여기 있어.”라는 말로 위로한다. 딸이 “엄마가 여기 있는데 내일 죽는다니.”라며 슬퍼하자, 릴리는 “지금 여기 있어.”라며 위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릴리가 죽기 직전에 두 딸과 함께 부른 노래의 구절 “해가 뜨면 당신은 가겠지만 지금은 여기에 있어요.”이 흘러나온다. <완벽한 가족>은 존엄사에 대한 가족의 태도 변화와 “지금 여기”라는 릴리의 말을 통해서 죽음의 괴로움과 현재 삶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완벽한 가족>의 스타일은 카메라와 사운드로 죽음의 고통과 삶의 소중함을 표현한다. 카메라는 죽음과 사랑을 표현한다. 제니퍼가 폴과 리즈의 내연관계를 폭로하는 장면에서 처음에는 남편, 친구, 가족들과 동떨어져 혼자 앉아 있는 릴리를 풀숏으로 보여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의 슬픔을 표현한다. 나중에 릴리가 자신이 애걸해서 폴과 리즈의 내연관계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릴리의 바스트숏을 통해서 릴리의 주체적인 의지와 남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릴리가 죽음의 약을 먹는 장면에서 키스하는 릴리와 딸들을 오버더숄더숏으로 잡으면서 사랑과 슬픔을 표현하고, 건네지는 잔 클로즈업, 릴리 바스트숏, 어두운 실루엣, 멀어지는 카메라를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표현한다. 릴리가 약을 마신 후 가족들이 집에서 떠나가는 장면에서는 익스트림롱숏을 통해서 릴리의 육체와 가족들의 육체가 점점 멀어지면서 죽음을 표현한다. 폴이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는 텅 빈 집, 가족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릴리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고, 어두운 실루엣의 집을 배경으로 폴의 모습을 익스트림롱숏, 롱숏, 바스트숏의 순서로 계속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남편의 슬픔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운드는 내면과 외면의 대비를 표현한다. 애나의 자살 시도 폭로와 릴리의 자녀 육아에 대한 비판 후 릴리가 충격을 받아 폴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바이올린협주곡이 흘러나온다. 바이올린협주곡은 외면적으로는 태연하게 즐거움을 가장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고통을 인내하는 릴리의 내적 갈등을 형상화한다. 마지막 밤에 한 번만 더 깨어나고 싶다고 릴리가 말하는 장면에서는 릴리의 얼굴을 암흑 속에 묻히게 하고 그녀의 괴로운 숨소리만을 들려줌으로써 암흑과 숨소리로 죽음과 고통을 표현한다. 이에 폴이 온실에서 토마토를 따는 장면이 이어지고, 폴이 우는 소리와 점점 흐릿한 화면으로 표현함으로써 남편의 슬픔과 아내의 죽음을 함께 표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릴리와 두 딸이 부른 노래 “해가 뜨면 당신은 가겠지만 지금은 여기에 있어요.”로 존엄사를 통해 가족에게 행복한 현재와 편안한 미래를 선물하려는 릴리의 마음을 표현한다. <완벽한 가족>에서는 다가가는 카메라를 통한 감정이입,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오버더숄더숏, 멀어져가는 익스트림롱숏으로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의 슬픔을 표현하고, 사운드를 통해서 내면의 고통과 외면의 초월을 대비시켜 강조한다.


왜 여자는 죽는 순간까지 가족을 챙겨야 하는가!: 죽음과 자유의 블랙버드

존엄사는 존엄한가? 존엄사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인 안락사에 속한다[1]. <완벽한 가족>에서 여주인공은 외면적으로는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불치병으로 가족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로 존엄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죽음의 장례식을 축제와 파티로 만들면서 가족에게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남기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반전은 둘째딸의 자살 시도, 남편과 절친의 내연관계라는 두 가지 비밀의 폭로가 아니라, 여주인공 자신이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이 죽기 전에 남편과 절친이 내연관계가 되도록 애걸했다는 사실이다. 왜 여자는 죽는 순간에 이렇게까지 이타적인 사랑과 모성애를 발휘해야 하는가? 죽는 순간까지도 완벽한 아내와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남편과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자살을 계획하고, 죽음의 장례식을 파티와 축제로 변신시켜서 슬픔을 즐거움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절친과 남편의 내연관계를 만들려는 처절한 노력까지. <완벽한 가족>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희생(자살)을 통해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죽음을 축제로 위장하면서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굴레와 속박, 사랑과 모성애의 신화를 드러낸다.

<완벽한 가족>의 원제는 ‘블랙버드’(Blackbird)이다. 블랙버드는 죽음의 새이다. 블랙버드는 죽어가는 이의 심장과 눈알을 부리로 쪼아 먹는 더럽고 무자비한 새라는 점에서 ‘죽은 자의 심장과 눈을 파먹는 새’[2]이다. 또한 블랙버드는 자유의 새이다. 비틀즈의 노래 ‘블랙버드’(Blackbird)에서는 “깊은 밤,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어둠 속에서 검은 새가 노래한다. 부러진 날개로 날아보려고, 움푹 패인 기력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겠다고, 검은 새는 노래한다. 오직 한 가지, 자유를 얻기 위해. 부디, 다치고 지친 모든 검은 새가 날아오르기를 기원해 본다.”라는 가사를 통해 소수자의 자유를 노래한다[3].

죽음은 인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존엄하지 않다. 다른 존엄사 영화들에서 남성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만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며 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들과는 달리 <완벽한 가족>에서는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며 존엄사를 선택한 것이 영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을 위한 선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과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기쁨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한다. 여주인공은 여기에서 또 더 나아가 자신이 죽은 후 가족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아내, 미래의 엄마를 미리 만들기 위해서 절친 리즈와 남편 폴을 내연관계로 만든다. 여주인공은 갑자기 닥친 존엄하지 않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의지로 죽음의 순간을 선택하고 이타적인 사랑으로 명예로운 죽음, 존엄한 죽음을 보여주려는 완벽한 여성, 모성애의 신화를 추구한다. 즉, 이 영화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완벽한 여성이 존엄사를 통해서 존엄하지 않은 죽음을 존엄한 죽음으로, 완벽하지 않은 가족으로 완벽한 가족으로 만들려는 완벽한 계획을 보여준다. <완벽한 가족>에서 ‘죽음과 자유’를 노래하는 블랙버드(Blackbird) 여주인공은 존엄하지 않은 죽음을 완벽한 여성과 모성애의 신화로 죽음의 존엄성을 확보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통해서만 비로소 ‘죽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참고 자료
[1] ‘존엄사’, 《다음백과》, 2021년 5월 1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v140ha750a2
[2] 소행성, 「연극―블랙버드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블로그, 2021년 5월 1일.
[3] 나람, 「비틀즈 Beatles-Blackbird 검은 새, 부러진 날개로 자유를 노래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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