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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독을 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내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 리뷰
"우물에 독을 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내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 리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5.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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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이하 <르디플로>)는 후쿠시마의 현재를 들여다보며 일본의 비상식적 결정의 내막을 유추했다. 또한 천연가스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경쟁을 소개하며 여전히 형형한 미·러 간 긴장 관계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따끔한 일침, 예술계와 식탁 위에 불어온 뉴노멀(new normal)의 바람 등 국내정치부터 일상생활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밖에 <르디플로>는 5월 혁명의 달을 맞아 철학자 마르쿠제의 미출간 강의록을 최초로 공개해 그 의미를 더한다.

 

후쿠시마, 고통스러운 귀환

 

<오쿠마 마을, 주택 지역으로 재개장, 후쿠시마현, 5 microsievert/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 2021 - 세실 아자뉘마 브리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한들, 또 이미 정화작업을 수차례 거쳤다고 한들, 무슨 수로 오염수의 ‘안전’을 보장한단 말인가? 우물에 독을 타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을 이미 잊었거나, 잊고 싶은 듯하다. '후쿠시마, 고통스러운 귀환' 기사에 따르면 후타바의 ‘동일본대지진 및 원전사고 기념박물관’에서 후쿠시마는 모범적인 재앙 극복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일본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120만 톤의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류되면, 어부와 주민들은 완전히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이곳 바다의 물고기를 누가 사 먹으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박물관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권력자와 국민의 어긋난 시간

 

<부흥. 대피지역 어딘가>, 2021 - 세실 아자뉘마 브리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높은 곳의 시간은 땅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른다. '그들의 시간 vs. 우리의 시간'의 필자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이를 권력과 국민의 시간에 비유했다. 권력이 사람들과 멀어져 높이 떠 있을 때 그 시간은 너무나 덧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실패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 시계’는 어디가 고장난 것인지 우리의 시간과 자꾸 어긋남을 느끼게 된다. 

안세실 로베르 기자도 '진실 없이는 민주주의 없고, 토론 없인 진리 없다' 기사를 통해 이 ‘어긋남’을 꼬집었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막강한 권위를 지니기 마련이다. 그들이 어떤 용어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이 드러난다. 로베르는 지배계층은 사실상 자신들의 철학적 선택에 매몰된 채, 그들이 자초한 결과를 정확하게 지칭하는 용어를 거부함으로써 현실을 교묘하게 부정해왔다고 설명한다.

 

미국·유럽·러시아를 둘러싼 천연가스의 지정학

 

유럽 각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다. 석탄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이고 원자력보다 위험성이 적은 천연가스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둘러싼 지정학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피에르 랭베르 기자의 '가스관 건설을 방해하는 방법' 글에 따르면, 1970년대만 해도 서유럽과 소련의 가스 교역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가스관은 관으로 연결된 국가들을 상호 의존적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고, 독일과 러시아의 상호 의존성 증가는 다른 국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양국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인 노르트 스트림2는 이내 미국중심으로 이루어진 동맹의 반대에 부딪혔다. 경제학자 마티아스 레몽은 '미국,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을 뒤흔들다'에서 “이러한 긴장 상황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전략, 미국의 요구, 독일의 이익, 기후 변화 문제, 그리고 유럽 집행위원회의 자유주의적 교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에너지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노멀(New Normal)을 소개합니다

 

<감염된>, 2018 - 더스틴 조이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자 예술계에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연 작가는 기사 '호크니조차 이해불가한 NFT 아트’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미술의 도전과 파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NFT 아트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라는 기술을 이용한 예술 투자방식이다. 실물이 아닌 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디지털 예술작품을, 암호화폐로 사고 파는 것이다.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를 두고 “(NFT 아트 투자에 앞장선 사람들은) 국제적인 사기꾼이다”라고 표현했지만, 우리는 파격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뉴노멀의 바람은 식탁에도 불어오고 있다. 자본주의 위에서 발전한 저비용 단일재배·집약생산 덕분에, 선진국의 국민들은 대체로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적 생산은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초래하고 토지를 황폐화한다. '투쟁의 대상이 된 학교 급식'의 필자 피에르 롬멜래르 셰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중심 생산’과 ‘소비’를 제시한다.

 

철학자 마르쿠제의 현장 질의응답

이밖에도 <르디플로>는 5월 혁명의 달을 맞아 다양한 기사를 소개한다. ‘사회’ 면의 ‘마르쿠제가 평가하는 68년 5월 학생 혁명’ 기사는 철학자 마르쿠제의 미출간 강의록을 최초로 공개해 의미를 더한다. 또한 ‘지구촌’면에 ‘노조가 아마존에 패배한 이유’는 전통적인 인권 실현 방식이 상업 시스템 아래 해체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르디플로> 5월호는 아시아인들이 처한 어려움에 주목했다. ‘쓰레기에 점령당한 동남아시아’ 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역과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면서 해당국가의 국민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자국을 떠나 서구 국가에 진출한 아시아인들은 인종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아시아 편견은 새로운 게 아니다’글은 많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낙인을 찍은 미국의 편견을 지적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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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