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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채용 논란, 블라인드 면접에서 이름 말해도 합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채용 논란, 블라인드 면접에서 이름 말해도 합격?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5.2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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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블라인드 면접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지원자를 합격시켜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심평원은 “부정채용은 없었다”며 반박에 나섰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 2021년 5월 27일 캡처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1년 운영직 상담원 채용’과정에서 불공정한 채용이 있었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달 해당 채용시험을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했다. 지원자들은 면접 전, 이름과 출생지, 학교 등 본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안내받았다. 그러나 실제 면접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한 한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다.

청원인은 심평원 측에 항의하며 감점 기준 등을 문의했고,‘심평원은 채용업체를 선정만 할 뿐, (감점 등은) 채용업체의 100% 권한’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원인은 “가감점 기준이 없으니 채용비리가 일어나도 면접위원 권한이라 말해줄 수 없다 하면 그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사 / 출처=뉴스1

심평원은 2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연기(Role-Play) 중 일부 응시자들이 습관적으로 이름을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부정채용은 결코 없었다”고 반박했다. 

심평원에 의하면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서 이름은 언급 금지 항목이 아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이름으로 국적이나 종교가 드러날 수 있는 점을 고려,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시험 지원자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원자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면접위원이 고의성과 부주의성 등을 고려해 점수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평원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면접위원 전원 외부 전문가 선정 ▲면접위원별 장소를 면접 당일 오전에 무작위로 배정 ▲면접위원과 응시자와의 관계 등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제척·회피제도를 운영(면접위원에게 서약서 징구)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원을 밝힌 데 대한 감점 기준이 모호한 것은 블라인드 테스트의 취지를 흐릴 뿐 아니라, 추후 부정채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재시험부터 성희롱까지 끊이지 않는 채용 잡음... 속타는 취준생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의 채용 잡음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지난 2019년 4월 심평원의 '심사직 5급 일반' 필기전형 시험에서는 일부 학생들에게 OMR 답안지가 잘못 배포되어, 결국 1,135명의 응시자가 재시험을 치르는 혼란이 있었다. 

이 시험은 채용외주업체를 통해서 진행됐다. 당시 심평원 내부 직원은 답안지를 포장하는 과정을 최종 확인하지 않았고, 시험장에도 파견되지 않아 빠른 대처가 불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6월에는 신규직원 채용 중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한 면접위원은 응시생에게 역량과는 무관한 질문을 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그는 한 응시생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영어로 말해보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같은 해 10월 심평원 온라인 사이트에 허위 채용공고가 올라와 취업준비생을 우롱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해당 공고에는 채용 관련 내용 대신 “연예인 사진이나 많이 보고 가라”는 문구와 함께 한 유명 연예인의 사진 세 장 만이 올라왔다.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공고만을 기다리던 취업준비생들을 우롱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건의 관계자들은 사내 징계 조치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평원은 27일 “성희롱 문제 등을 일으킨 채용 외주 업체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심평원 채용 잡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취업준비생들이다. 취업난에 몰린 취업준비생들은 많은 시간과 돈, 체력을 들여 기업채용시험에 응시한다. 특히 심평원과 같은 공기업은 취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로 알려져 있다.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한 취업준비생은 “간절함이 큰 만큼, 이렇게 공기업 채용 이슈가 터지면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이번 블라인드 면접 논란과 관련, 향후 보완할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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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