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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레브에선 법이 언론 탄압의 도구다!
마그레브에선 법이 언론 탄압의 도구다!
  • 피에르 퓌쇼 | 기자, 작가
  • 승인 2021.07.3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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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의 민주화 투쟁

알제리와 모로코 정부의 표적이 된 기자들이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정부는 법을 언론탄압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튀니지 언론도 정치계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혁명과 구체제의 검열제도 폐지를 거쳤음에도, 건전한 언론환경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를 향한 시구(詩句)>, 2015 - 카멜 야히아위

알제에서 걸려온 전화선 너머, 고요한 분위기 속 묵직한 소리가 전해진다. <카스바 트리뷴(Casbah Tribune)> 사이트 편집장, 칼레드 드라레니(Khaled Drareni)의 목소리다. 2020년 9월 ‘영토보존 위협’, ‘평화시위 주동’을 이유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19일, 콜레아 교도소에 투옥된 지 11개월 만에 풀려날 때, 드라레니는 국내외에서 상징적인 정치적 자유 투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프랑스 <TV5 몽드(TV5 Monde)>의 특파원이기도 하다. 3월 말, 대법원은 드라레니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소송을 요구했다.

 

알제리, 어떤 설명도 없이 차단 당한 미디어들

이 젊은 기자는 감옥에서 풀려나자마자 다시 시위할 방법을 모색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됐던 시위는 2021년 봄에 재개됐다. 요구사항은 예전과 동일하다. 군사국가가 아닌 시민국가, 사법권의 독립, 자유선거 등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초반과 사뭇 달랐다. 알제리는 언론의 자유에 있어서 ‘국내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드라레니는 “동료들은 종종 1999년 압델 부테플리카 정권 때부터 언론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이드 부두르, 소피아 마라치, 무스타파 벤자마 등을 보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인 수많은 기자들을 감옥에 가뒀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2021년 6월 12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공권력의 주요 표적은 기자와 시위대였다.(1) 메시지는 명확했다. 히라크 민중봉기를 시초부터 다룬 <TSA(Tout sur l’Algérie)> 사이트의 공동 창립자인 루네즈 게마슈는 “알제리 정부는 변화도, 언론의 자유도 원치 않는다. 정부는 언론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기를 원한다. 정부는 ‘새로운 알제리’가 만사형통하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다음과 같이 알제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디나르 통화가치는 2020년에 17% 하락했고, 우리는 현재 심각한 경제·사회 위기를 맞았다. 1989년 단일당 해체 이후 기자로서 일하는 게 이토록 힘들었던 적이 없다. 심지어 테러가 난무했던 암흑기(1992~2000)에도 정권을 비판할 수 있었다. 정부는 사람들에게 겁을 줘서 히라크 운동을 끝내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정부에 불리한 정보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가위질이 행해졌다. <앵테르리뉴(Inter-lignes)>나 신규 미디어 <트왈라(Twala)> 같은 다수의 사이트가 현재 잠정 폐쇄됐다. <TSA>의 경우, 2019년 6월부터 접속이 차단됐다. 당시 정권은 검열을 통해 ‘반(反) 히라크’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했다. 알제리 최대 언론사를 자처하며 월 방문자수 2,500만 명을 자랑하는 <TSA>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부터 검열 대상이었던 <TSA>는 어떤 설명도 없이, 어디에서 명령이 왔는지도 모른 채 차단된 상태다. <TSA> 경영진은 당국에 소환된 적도 없다. “막강한 권력자가 뒤에 숨어서, 입맛대로 언론을 주무르고 있는 듯하다. 언론에 관한 결정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뤄진다면, 히라크 이전 시스템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루네즈 게마슈는 현재의 임의적인 상황을 지적했다. 

2020년 11월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새로운 알제리 헌법에 따르면, 사법부의 결정 없이 그 어떤 사이트도 중지시킬 수 없다. 그러나 <TSA>, <카스바 트리뷴> 등 2021년 4월에도 여전히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가 수두룩하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자들이 본분을 다하고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알제리 정부는 위협과 압박을 중지하고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해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2) <TSA>는 구독자들에게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 이용 권장 메시지를 매일 저녁 SNS에 공유하고, 정치 및 히라크 시위에 관한 뉴스를 매주 금요일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검열이 2년 넘게 이어지자,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2019년 초 20명이던 상근직 기자는 6명으로 줄었고, 아랍어 버전 서비스는 중단됐다. 그나마 의리 있는 몇몇 광고주와 ‘준비금’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광고수익도 10% 수준으로, 월 방문자 수도 500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루네즈 게마슈는 “오늘날 사람들은 외신이나 SNS를 통해 알제리 소식을 접한다”라며, “문제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알제리의 그 많은 언론매체들 중 신뢰할 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라고 탄식했다. 

 

모로코, “중상모략은 정치경찰의 무기”

2021년 봄, 기자를 주요 표적으로 삼았던 국가는 알제리가 유일했을까? 그렇지 않다. 모로코에서도 지속되는 사회적 긴장 속에서 오마르 라디(Omar Radi)가 구류 9개월 만인 4월 27일 재판을 받았지만, 사건은 또다시 연기됐다.(3) 탐사보도 전문기자이자 <르 데스크(Le Desk)> 공동창립자인 그는 2년 전부터 혹독한 괴롭힘을 당했다. 알제리 당국은 라디의 기사나 SNS를 가지고 그를 공격했고, 친 정권 언론도 그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2020년 7월 29일, 오마르 라디는 구금됐는데, 그의 죄목은 성폭행이었다. 그는 함께 기소된 이마드 스티투(Imad Stitou)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은 공익을 추구하는 직업인 기자들의 국제적 연대를 무너뜨렸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마그레브·중동 지부장, 암나 겔라리(Amna Guellali)는 국경 없는 기자회와 함께 오마르 라디의 석방을 요구했다. 드라레니도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오마르 라디에 대해 말해야 한다! 마그레브 지역 차원 연대를 형성해 우리의 언론을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가 2019년 11월에 카사블랑카에서 라디를 만났을 때, 그는 ‘집행유예’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거짓 혐의로도 자신이 언제든 잡혀갈 수 있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로부터 한 달 후에 구류됐는데, 이번에는 트위터에 사법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로코 당국이 (사실상 20년 만에 사라진)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탄압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은 성폭행 고소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12월 29일, AMJI(Association Marocaine du Journalisme d’Investigation, 모로코 탐사보도 연합)의 창립자이자 유명 인권운동가인 마아티 몬지브(Maâti Monjib)가 라바트에서 구속됐다. 탐사보도 교육비를 ‘자금세탁’했다는 혐의다. 그는 2021년 1월에는 ‘사기’와 ‘국가안보 침해’ 혐의로 형을 선고받았다. 3월 23일, 마아티 몬지브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60세의 나이로 단식투쟁을 한 지 19일 만이었다. 

몬지브는 “중상모략은 징역선고보다 훨씬 강력한, 정치경찰의 무기가 됐다”라며, 모로코의 언론탄압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치경찰은 기자 중 가장 상징적인 인물을 구속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이 통했다! 우리는 업계로부터 고립됐다. 모로코 보안당국은 기본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이전보다 강압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르려고 한다.”

술레이만 라이수니(Soulaimane Raissouni) <아크바르 알윰(Akhbar Al-Youm)> 편집장 역시 모로코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성폭력’으로 기소 됐다. 라이수니 편집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4월 8일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결국 건강상태가 악화돼 6월에 열린 재판에 불참했다.

 

튀니지, SNS까지 정부에 점령당해

튀니지의 경우, 2011년 1월 혁명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튀니스에서 미디어사회학을 강의하는 리야드 페르자니(Riadh Ferjani)는 “현재 모로코 상황은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 시절의 튀니지와 흡사하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기자들을 이용해 반대세력을 비방했다. 현재 모로코에서도 TV뉴스에서 반대자들을 비방하고 있다.” 

튀니지 혁명 이후, 다원적 언론환경도 여러 단계를 거쳐 서서히 구축됐고, 관행도 개선됐다.(4) 하지만 탐사보도는 드물다. <나와트(Nawaat)>는 신헌법이 도입된 2014년에 설립된 튀니지 최초의 독립 사이버언론사로, 기자가 직접 조사하는(2020년에 30건) 몇 안 되는 미디어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며, 프랑스어, 아랍어, 영어로 발행된다. <인키파다(Inkyfada)>의 수익구조는 다양한 교육활동과 미디어 대상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한다. 공동제작자 30명 중 절반은 저널리즘에 헌신한다. 연매출은 50만 유로(약 6억 7,000만 원)이며, ‘비영리’ 모델을 추구하는 조직답게 수입을 재투자해서 개발비로 쓰고 있다. 방문자수도 적지 않다. 연간 페이지뷰는 20만 건, 순방문자 수는 5만 명에 달한다. 

 <인키파다> 편집장인 말렉 카드라위는 “튀니지에는 탐사보도가 부족하고, 정보도 거의 없다”라고 지적하며, 튀니지 언론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10여 개의 민영 TV채널들 중 일간 뉴스가 나오는 곳은 단 1개 채널뿐이다! 라디오는 오락과 광고에 치중돼있다. 게다가 주요 언론사 대부분이 벤 알리 정권 치하에 설립된 것들이라, 윤리적 문제도 많다.” 주요 TV채널들이 친정부, 친기업 성향을 지닌 이유다. 2019년 대선 후보였던 나빌 카루이가 소유한 <네스마(Nessma)>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5) 

2013년, 미디어 부문을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HAICA(la HauteAutorité Indépendante de la Communication Audiovisuelle 독립적 시청각커뮤니케이션 최고위원회)가 창설됐다. “튀니지에서는 HAICA 같은 독립기관들이 정치 양극화를 막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우리는 2년간 2대 정당(엔나흐다, 니다 투니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두 정당이 연정을 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오늘날 HAICA는 유명무실하다.” 리야드 페르자니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SNS는 공적사안에서 더욱 힘이 실렸다. 이런 SNS의 위력은 ‘불건전한 정치적 논쟁의 양극화와 히스테리화’를 부추겼다고 카드라위 편집장은 분석했다. 4월 초, 튀니지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리를 해임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쳤다는 내용의 녹취가 유출된 사건은, 페이스북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특히 대통령과 행정부에 맞선, 소리 없는 투쟁에서 말이다.(6) 카드라위 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권은 여론을 조작하고자 온갖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동원한다. 기업들은 가짜 계정을 만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선거 후보들을 공격한다.” 2019년 대선 때도 그랬다. 이에 페이스북은 카루이 후보의 측근을 포함한 계정 여러 개를 삭제했다.

튀니지의 시민자유가 후퇴 중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런 정치언론적 혼돈은 위험하다. “형법을 이용해 운동가와 시위자를 기소하고, 사법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SNS 관련 전기통신법 85조항과 공무원 비방 관련법을 언제든지 발동한다. 보안당국이 특혜를 보고 있는 처벌면제법은 말할 것도 없다.” 겔라리 지부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2021년 1월, 혁명 10주년 행사 때 시위자 수백 명(대부분 미성년자)이 체포된 사건은, 튀니지 국민의 기억 속에 아직까지 생생하다.

개혁이 부재하며, 규제와 조사기관도 부족하다. 그래서 튀니지 언론은 모든 종류의 압력에 취약하다. 일례로, 4월 초 카멜 벤 유네스가 튀니지 국영 TAP통신 경영진에 임명됐다. 그러나 한 직원이 그가 전 체제의 프로파간다·검열부의 이해관계자라고 지적했고, 결국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튀니지 행정부가 가장 기초적인 기자 윤리강령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한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글·피에르 퓌쇼 Pierre Puchot
기자, 작가, 영화감독. 주요 저서로 『이슬람과 정치 Islam et politique』(Tempus Perrin, 2019)가 있다.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Akram Belkaïd, ‘Algérie, les louanges et la matraque 알제리, 당근과 채찍’, <Horizons arabes>, 2020년 9월 30일, https://blog.mondediplo.net
(2) ‘Rapport 2020/21: la situation des droits humains dans le monde 2020/21 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2021년 4월 7월, www.amnesty.org
(3) ‘Au Maroc, on te traite comme un insecte 모로코에서는 당신을 벌레 취급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4월호.
(4) Larbi Chouikha, ‘Médias, la réforme inachevée 미디어, 불완전한 개혁’, 『Le défi tunisien 튀니지의 도전과제』,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160호, 2018년 8·9월.
(5) Thameur Mekki, ‘Dossier : Nessma, retour sur cinq ans d’impunité d’un média hors-la-loi 네스마, 무법자 미디어가 면죄받은 5년에 대한 회상’, <Nawaat>, 2019년 4월 26일,  https://nawaat.org
(6) ‘Tunisie : nouvelle tension dans le bras de fer qui oppose le président au premier ministre 튀니지, 대통령과 총리의 항쟁 속의 새로운 긴장’, <RFI>, 2021년 2월 23일, www.rfi.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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