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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 직원, 무단발급한 문서로 아파트 당첨 ... ‘솜방망이 처벌’ 공정한가?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무단발급한 문서로 아파트 당첨 ... ‘솜방망이 처벌’ 공정한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8.0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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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무색한 예결원 ‘특공제도’ 무단발급한 문서로 아파트 당첨
징계는 견책 · 경고 뿐, ‘제 식구 감싸기’ 의혹
특공 제한 염려했나... 지자체에도 알리지 않았다

공기업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결원) 직원이 문서 무단발급을 통해 아파트 특별공급에 당첨돼 수억의 차액을 본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특공 제도의 취지와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건임에도,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는 가벼운 견책 · 경고에 그쳐, 예결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이들 직원에 대해 사문서위조죄 등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지난 2일 전해졌다.

 

예결원에 대한 아파트 특공 제도는 2014년 말 부산으로 이전한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예결원 직원 A 씨와 B 씨는 2016년 6월, 이 제도를 이용해 부산시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에 당첨됐다. 당시 일반 청약 경쟁률은 평균 138:1에 달했으나, ‘이전 기관 특공’의 경쟁률은 일반 청약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따르면, 당시 A 씨와 B 씨 모두 부산 지역에 주거지를 갖고 있어, ‘직원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A 씨는 이미 부산지역 특공에 당첨된 사내 직원과 사실혼 상태였다. 법적으로 가족 중 특공에 당첨된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은 특공 자격이 없게 된다. A 씨는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측은 A 씨에 사택을 제공하고 혼인신고를 재촉하는 등 혼인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인 B 씨는 부산지역인재 전형으로 입사해, 부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허술한 특공 대상자 규제를 피해,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무단발급한 문서로 아파트 당첨... 솜방망이 처벌한 예결원의 ‘제 식구 감싸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무단발급한 문서로 특공에 당첨됐다는 것이다. 이전 기관 특공 제도를 통해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면, 회사가 발급하는 자격확인서를 사업체에 제출해야 분양이 확정된다.

그러나 A 씨와 B 씨는 자격확인서 발급을 회사에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터넷 상에서 확인서 샘플을 다운받아 작성한 뒤, 회사 총무부에서 사장 도장을 임의로 찍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원은 2017년 내부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자 처벌에 나섰다.

타인이 적법한 권한 없이 도장을 날인할 경우 사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사례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확인서 발급을 요청했다면 사측이 거절했을 것이 명백하다" 주장하고 있다.

 

출처=뉴스1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는 견책·경고에 그쳤으며 문서 위조와 관련한 형사고발 조치 등도 부재했다. 특공 취소 또한 없었다. 이에 예결원이 해당 사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사회적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사준모는 해당 사건에 법적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예결원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징계를 한 것으로, 경징계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해당 사건에 '문서위조'나 그러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2020년 개정된 주택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 따르면 특별공급 대상기관의 장이 특별공급대상자 확인을 허위로 한 경우 그 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에 대한 특별공급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지차체 등 정부 부처에 보고되지 않아, 예결원이 향후 특공 제한을 염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예결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외적인 이미지 타격이나 특공 제한 등을 우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극화 부추기는 ‘아파트 특별공급’의 허점

예결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현재 서울에 발령됐다. A 씨는 서울 발령 직전인 2019년 말 아파트를 매도해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B 씨의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분양가 대비 최대 5억 원가량 올랐다.

예결원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예결원은 증권예탁업무를 독점적으로 취급해 안정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어,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이러한 예결원 직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일부 예결원 직원들에게, 허술한 제도가 불공정한 특권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언론을 통해 "범죄에 해당함에도 고발하지 않은 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조직문화의 전형적인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에서 특공 제도 전반에 대해서 살펴보고, 필요한 제도 개선과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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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