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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태양 - 나침반 그리고 페르시아어
[최양국의 문화톡톡] 태양 - 나침반 그리고 페르시아어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1.10.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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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8월) 30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작업을 종료했다. 이로써 9·11 테러 한 달 뒤인 2001년 10월 시작돼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피와 혼돈으로 얼룩진 채 종식됐다."

- 한겨레 (2021.8.31.) -

북위 34도 동경 69도의 오전 6시 1분~오후 5시 46분. 태양이 뜨고 진다. 낮은 밤을 가리고, 밤은 또 다른 낮을 향하여 나아간다. 낮과 밤의 게임이 땅과 하늘을 덮는다. 낮 게임을 위해 도시를 기웃거린다. 밤 게임을 위해 산을 오르내린다. 매일 매 순간, 승자를 향한 (-)와 (+)의 숫자 게임과 함께 시간은 태양에 걸려 흔들거린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456을 향한 발~손~손&발~손~발의 《오징어 게임》(Squid Game,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설탕 뽑기~줄다리기~구슬치기~징검다리 건너기-오징어 게임)이 10월의 그림자를 장악한다. 그러나 390을 향한 그들의 게임은 10월의 그림자와 상관없이 1964년에 시작된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이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흐르지 않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프간 / 여성들 삶 / 천 개의 / 태양 게임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 2007년)에서 “내 눈의 누르(빛)인 하리스와 파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하며, 마리암과 라일라의 시간 되찾기 여행을 같이 걸으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4부작으로 그려낸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2007년), K. Hosseini, Google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2007년), K. Hosseini, Google

우리 모두의 시간 여행이 게임이듯, 그들의 게임도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방영; 대한민국의 액션과 서스펜스 드라마, 황동혁 감독, 2021년 9월)과 함께 4단계로 흘러간다.

1단계는 ‘튤립꽃(아프가니스탄 국화)이 피었습니다’로써, 부정적 편견의 지양점을 향한 정적 멈춤~긍정적 배려의 지향점을 향한 동적 움직임 간의 조합이다. 발의 게임이다. 양(量)의 질(質)화를 위한 게임의 출발점이다.

마리암은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서부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 주의 주도)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중 한 사람인 아버지(잘릴)와 그 집의 가정부 였던 어머니(나나) 사이에서 태어난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1959년생)다. 산 속 개간지 외딴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마리암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인생의 낙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비극적인 자살 후 마리암은 열다섯의 나이로 카불에 사는 40대 초중반의 구두 수선공 라시드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된다. 이는 하라미인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게 하는 한편 아버지에 대한 실망을 차가운 이별로 남기게 하는 계기가 된다. 7번의 유산과 남편의 폭력적 본성에 따른 구타로 그녀의 삶은 망가져 간다. 카불에서의 비참한 삶 가운데 반전의 소재는,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바비)과 아들 둘과 함께 살며, 상당히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마리암을 대하는 이웃집 부인 파리바이다. 그녀와 성격이나 사는 환경 등이 다른 마리암은 쉽사리 가까워지지 못한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오던 날, 파리바는 딸 라일라(1978년생)를 낳는다.

2단계는 ‘설탕 뽑기와 줄다리기’이다. 낮과 밤의 도시와 산의 모양은 달고나의 그림과 합리적 운에 맡겨진 편 가르기로 나타난다. 손~손&발의 게임이다. 일정 부분을 잘라내고 떨어뜨려야 하는 (-)의 게임이다.

14살이 된 라일라는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러 집을 떠난 오빠 아미드와 누르의 빈자리를 채우며 산다. 아버지인 바비는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일하던 학교에서 쫓겨나 밀가루 공장에서 일하지만 라일라의 교육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그러나 어머니인 파리바는 오빠들을 기다리다 못해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고, 아름답고 명석하여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라일라의 학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라일라에게 유일한 희망은 이웃집 오빠인 타리크(1976년생)다. 타리크는 어릴 때부터 늘 라일라와 함께 자랐으며, 그의 식구들도 라일라에게 무척이나 잘해주며 장래 아들의 신붓감으로 여긴다. 라일라는 점차 자라나고, 타리크와 라일라는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한다. 그러던 중 타리크의 가족이 카불을 떠나 피난하기로 하고, 그 소식을 들은 라일라는 절망에 빠진다. 타리크는 라일라에게 결혼해서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아버지를 내버려 두고 갈 수 없던 라일라는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연인들은 마지막 작별의 의식을 나눈다. 지하드를 통한 소련과의 전쟁으로 폭격이 계속되는 어느 날, 파키스탄으로의 도피를 준비 중이던 라일라의 집에 폭탄이 떨어져 열 네 살짜리 소녀는 부모를 잃게 된다.

3단계는 ‘구슬치기와 징검다리 건너기’이다. 낮과 밤의 도시와 산은 그 크기와 높이를 드러내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자랑한다. 손~발의 게임이다. 드러난 현실에 대해 총합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는 (+)의 게임이다.

라시드는 라일라를 구해주고 자신의 둘째 부인이 되기를 제안한다. 부모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인 타리크의 (거짓된) 사망 소식, 그리고 자신의 배 속에 있는 타리크의 아이(아지자, 1993년생) 때문에 라일라는 라시드의 제안을 수락한다. 처음에 마리암은 자신의 삶에 끼어든 라일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아지자라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뒤 둘의 관계는 함께 아이를 돌보며 폭력과 내전의 폭격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과 나이를 극복한 우정을 경험한다. 그 둘은 함께 남편의 폭력에 용기를 내어 맞서고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극복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라시드의 거짓말로 인해 죽은 줄 알았던 타리크가 라일라를 찾아온다. 라일라는 그에게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아지자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잘마이(라일라와 라시드의 아들, 1997년생)는 그에게 본능적 거부감을 드러내며 그날 밤 라시드에게 그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고자질한다. 라시드는 라일라를 죽이려는 각오로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목을 조른다. 라일라를 살리고자 했던 마리암은 결국 삽으로 라시드를 죽이게 된다. 마리암은 누군가 라시드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으면 탈레반들이 끝까지 쫓아올 것을 염려하여 라일라 일행을 떠나 보내고 자수한다. 재판을 받은 마리암은 자신의 불행했던 생애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죽음을 떠올리며 사형을 받아들인다.

4단계는 ‘오징어 게임’이다. 낮과 밤의 도시와 산은 그 크기와 높이에 따른 수비와 공격을 요구한다. 발의 게임이다. 태양에 걸려 흔들거리는 시간에 대해 수비(정)-공격(반)~승자(합)를 통한 극대화된 총합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제로섬의 게임이다.

타리크는 파키스탄의 휴양지에 있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라일라는 그곳에서 타리크와 결혼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지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 정착 및 지정학적 지리의 힘을 고려한 전쟁을 통해 탈레반을 몰아내며, 카불은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소식을 전해 들은 라일라는 그녀의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며 천 개의 태양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마리암을 그리며, 카불로 돌아가고자 한다. 카불에 돌아가기 전 그녀는 헤라트에 들러 마리암의 고향 동네를 찾는다. 그곳에서 율법학자 파이줄라(마리암의 어린시절 정신적 스승)의 아들 함자가 가족과 살고 있고, 라일라는 그에게 마리암의 최후를 전해준다. 라일라는 마리암이 살던 오두막의 폐허를 찾아가 둘러보고, 끝내 마리암을 만나지 못한 잘릴이 마지막으로 남긴 상자를 함자로부터 전해받는다. 그 안에는 마리암이 오래 전 15살 생일날 아버지와 함께 보고 싶어 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피노키오'의 비디오테이프, 잘릴이 남긴 편지, 그리고 돈이 든 삼베 자루가 들어 있다. 편지에서 잘릴은 마리암에게 자신을 용서해주길 빌면서, 영원하리라 믿었던 자신의 재력과 명예도 전쟁으로 인해 다 무너졌음을 회한한다. 잘릴은 공산주의자에게 거의 다 압류되고 남은 마지막 재산을 팔아 달러로 바꾸어, 이를 마리암 앞으로 남긴 것이다.

라일라는 카불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한때 아지자를 맡겼던 고아원을 잘릴(마리암)의 유산으로 깨끗이 수리하고 그곳의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친다. 그녀는 타리크와의 사이에 새 아이를 갖게 되며,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지 매일 밤 가족들과 함께 고민한다. 단 이 고민은 아들의 이름에 한정된 것인데, 딸의 이름은 라일라가 이미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십 년 / 흐른 시간 / 크로노스(Cronus) / 시간이니

「나나는 닭 모이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마리암의 턱을 한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천 개의 찬란한 태양》,왕은철 옮김, 2013년 -

2001년 10월의 그것처럼 2021년 10월의 나침반은 여전히 북쪽을 가리킨다. 20여 년의 시간은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2021년의 철수 사이에서 흐르지 않고 멈추어 있다. 모든 장소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은 형식적 관점과 실질적 관점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형식적 관점에서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계열적 물리적 시간을 의미한다. 그들의 시간은 유일성, 방향성, 독립성을 특성으로 하는 통상적인 시간관념이다.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2021년, 옮긴이 이중원)중 옮긴이의 글에서, 통상적인 시간관념인 유일성, 방향성, 독립성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우주에는 유일한 단 하나의 시간만이 존재하고, 그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다른 어떤 존재자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관점에서의 시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각각 다른 넓이와 깊이, 그리고 운율과 속도를 갖는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계열적 시간과 더불어 관계 설정과 양태 변화를 그 특성으로 한다. 시간은 인간을 주체로 하는 관계 설정과 그 변화를 추구한다. 인간 주체를 전제로 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관계에서 설정되고 변화되어 가는 사건 간의 양태에 대한 동적인 구조로 나타나는 양상이 시간이다.

그러므로 실질적 관점에서 아프가니스탄의 20년은 시계열적 형식 요건 외에 실질적 동적 구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흐르지 않는 시간이다. 흐르지 않는 시간은 자기 자식을 낳는 대로 잡아먹는 크로노스(Cronus)에 의해 지배되는 시간이다.

 

*크로노스와 그의 자식(Cronus and his child, 17세기), Romanelli, Google
*크로노스와 그의 자식(Cronus and his child, 17세기), Romanelli, Google

크로노스 안에서 우리의 시간은 동적 구조의 변화 없이 그냥 스쳐 흘러가며 가치 없는 것으로써의 없음을 나타낸다. 시간이란 마법과 같아,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찬란한 / ‘정체성’ 위해 / 카이로스(Kairos) / 조각해

「라일라는 그 밑을 지나 교실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공책을 펴고 잡담을 하고 있다. 아지자는 옆줄에 있는 아이와 얘기하고 있다. 종이비행기가 높은 호를 그리며 날아간다. 누군가가 그것을 다시 던진다. 라일라가 교탁에 자신의 책을 놓으며 말한다. “여러분. 페르시아어 교과서를 펼치세요.~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책상으로 돌아가면서, 전날 밤에 저녁을 먹으며 즐겼던 이름 짓기 놀이(지금 라일라는 임신 중임)에 대해 생각한다. ~ 하지만 이 놀이에서는 남자 아이의 이름만이 거론된다. 딸의 이름은 라일라가 이미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천 개의 찬란한 태양》,왕은철 옮김, 2013년 -

흐르는 시간은 형식상 공평하게 주어진 크로노스를 벗어나 의식적이며 주관적인 특별한 의미, 그리고 기회의 시간으로써 카이로스(Kairos)이다.

 

*카이로스(Kairos),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 Google
*카이로스(Kairos),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 Google

이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함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알게 할 수 있다.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년~1922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n Search of Lost Time, 1913년~1927년》은, 크로노스인 ‘잃어버린 시간’의 대척점으로 ‘되찾은 시간’인 카이로스를 말한다. 크로노스의 무가치한 무심함을 극복하고 우리의 삶이 가진 진화적 의미와 가치를 되찾는 것은, 자연의 돌로부터 시간과 공간의 최적화된 병치를 통한 통일된 이미지와 심상을 캐어내는 조각과 같은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깨닫고 보완해 가며, 자신만의 가치를 되찾아 가는 과정이다.

라일라의 페르시아어와 지어 놓은 딸의 이름, 그리고 특별기여자 390명의 게임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종이비행기의 호와 같이하는 카이로스의 여정으로서 그들만의 정체성으로 함께 한다.

“장미와 튤립으로 가득하여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시,

천사조차 그 푸른 초원을 부러운 눈으로 내려다본 도시,

지붕 위에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달들이 반짝이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는 도시…”

- <카불>, 사이브-에-타브리지(17세기 페르시아 시인) -

2021년의 10월, 시간이 멈추어 흐르지 않는다. 라일라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영혼을 판 7번째 게임인 땅따먹기의 승자는 또 무엇을 할까? 주술과 교사, 그리고 부패와 무능 간 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

 

 

글·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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