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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다큐멘터리 <아일로> ― 리플란드 왕자의 경이로운 성장과 역경의 오디세이
[서곡숙의 문화톡톡] 다큐멘터리 <아일로> ― 리플란드 왕자의 경이로운 성장과 역경의 오디세이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10.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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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로>: 순록 아일로의 성장과 세 가지 고난
 

다큐드라마는 ‘다큐’와 ‘드라마’의 합성으로, 흥미나 극적 효과를 위해서 실제 사건과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실과 변형(각색)을 함께 사용한다. 다큐드라마는 다큐멘터리의 '다큐'와 '드라마'가 합쳐진 조어로, 실화 또는 기록성이 짙은 소재를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드라마화한 영상물이다.[1] 다큐드라마는 사건이나 사실을 극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기록에 없는 부분은 극적 효과를 위해 추가하거나 변형해 연출하기도 한다. 작가가 창작한 허구적 내용으로 구성되는 일반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 발생한 역사적 사건,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일 등을 각색해 만드는 드라마이다. 다큐드라마는 사건을 기록한 과거의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되며,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작품 내에서 새로 추가되거나 변형되기도 하며,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장르이며, 실제의 역사적 사건과 차이가 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2] 그래서 다큐드라마에서 극적 효과와 흥미를 위해서 변형(각색)된 부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욤 미다체프스키 감독의 <아일로>(Aïlo: Une odyssée en Laponie, Ailo’s Journey, 2018)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서 아기 순록 아일로의 경이로운 성장을 그린 다큐드라마이다. 갓 태어난 아기 순록 아일로는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며, 여우, 흰담비, 흰올빼미. 울버린, 곰, 늑대, 청설모, 레밍,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과 만난다. 이 영화는 촬영 기간만 13개월, 총 촬영 분량이 600시간이며, 역대 핀란드 다큐멘터리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 스튜디오 MRP(Matila Röhr Productions)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아일로는 세 가지 고난, 즉 무리로부터의 이탈, 포식동물의 사냥, 혹독한 자연환경에 직면한다.

 


순록은 라플란드의 순례자: 무리로부터의 이탈과 포식동물의 위협

 

<아일로>의 전반부에서 아기 아일로는 무리로부터의 이탈과 포식동물의 위협을 견뎌내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일로는 태어나면서 세 가지 역경을 견뎌낸다. 우선, 아기 아일로는 무리에서 떨어져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면서 인내심, 용기,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아일로의 엄마는 아일로를 두고 혼자 안전하게 무리로 돌아가지 않고, 위험하더라도 아일로를 돌보다가 무리에 합류한다. 아일로의 엄마는 ‘5분 만에 일어서고 10분 후엔 걷고 15분 만에 달려.’라고 반복해서 아기 아일로에게 교육을 시킨다. 다음으로, 아기 아일로는 추위에 걷고 급류를 건너는 등 자연환경을 이겨내는 훈련 끝에 무리들과 수십 마리의 사촌과 무사히 만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일로는 인간, 늑대, 여우라는 세 포식동물의 위협을 받게 되지만 위기를 모면한다. 순록은 ‘라플란드의 순례자’이다. 인간은 나무를 베는 파괴적인 기계로 순록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도로를 만듦으로써 순록들이 수백 년간 걸었던 길을 없애버린다. 늑대는 일행으로 움직이며 엄격한 사냥 연습의 규칙으로 새끼들을 단련시켜 순록들을 사냥한다. 북극여우는 라플란드에 200마리밖에 없어 짝 구하기가 힘들며, 순록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아일로>의 전반부 스타일에서는 시선을 비롯해 편집, 공중촬영을 통해 감정이입과 긴장감을 표현한다. 우선, 시선을 통해 순록들의 교감을 표현하고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아기 아일로가 태어나는 장면에서 아일로 엄마의 시선, 다람쥐의 시선을 보여준 후 그들을 바라보는 아일로의 시선을 교대로 보여줌으로써 교감을 표현한다. 흰올빼미가 레밍을 사냥하는 장면에서 올빼미의 시선, 숨는 담비, 올빼미의 눈 클로즈업을 통해 긴장감을 표현한다. 아일로와 엄마가 무리에 도착하는 장면에서도 아일로의 시선, 엄마의 시선, 무리의 시선을 교차편집함으로써 안도감을 표현한다. 아기 아일로가 새끼늑대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늑대의 시선과 아일로의 시선을 교차편집하여 긴장감을 표현한다.
 

다음으로, 편집을 통해 이미지 연결, 시간의 흐름, 긴장감을 표현한다. 첫 장면에서 눈 쌓인 숲(흰색·갈색)에서 눈 쌓인 순록(흰색·갈색)으로의 장면 연결은 이미지의 유사성을 통해 자연-순록의 연관성을 표현한다. 아기 아일로가 독수리의 공격을 받을 위험에 처하는 장면에서, 독수리의 비행, 아기 아일로의 불안정한 모습, 달려가는 아일로 엄마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눈이 녹는 장면에서, 눈 쌓인 숲, 점점 늘어나는 물, 흘러내리는 물 등 봄이 되어 눈이 녹아 강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준다. 아일로가 격류를 건너는 장면에서 힘겹게 건너는 아일로, 지켜보는 엄마. 아일로의 눈 클로즈업을 교대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공중촬영을 통해 자연의 거대함과 순록떼의 이동을 표현함으로써 ‘라플란드의 순례자’로서의 순록을 강조한다. 눈이 쌓인 넓은 들판에 작은 피사체로 보이는 아일로와 엄마의 모습을 공중촬영으로 보여주거나, 순록들과 새끼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공중촬영으로 보여준다.

 


자연은 늘 두려움의 대상: 가을 짝짓기와 포식동물의 사냥

 

<아일로>의 중반부에서 어린이 아일로는 치열한 짝짓기를 지켜보고 잔인한 포식동물의 사냥을 견뎌내며 용기를 얻게 된다. 아일로는 가을에 어른 수컷은 2-3주 동안 치열한 경쟁을 하며, 이긴 수컷이 최대 15마리의 암컷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본다. 자연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며, 사방에 보이는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다. 아일로는 늑대와 마주치고 늑대 3마리가 쫓는 위급한 상황에서 급류를 건너 도망치면서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다. 아일로는 ‘숲의 유령’이라고 불리는 검은 곰과 마주쳐 달아나고 나무 위에서 자신을 공격하려는 검은 곰의 위험에서 도망친다. 아일로는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북극여우와 독수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일로>의 중반부 스타일에서는 교차편집으로 위기감을 강조하며, 포식동물의 사냥과 순록의 위험을 표현한다. 늑대가 아일로를 쫓는 장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늑대, 물을 먹다가 멈칫하다가 도망치는 순록들, 아일로를 쫓아가는 세 마리의 늑대들, 빠르게 도망치는 아일로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위기와 두려움을 강조한다. 이때 도망치는 아일로와 쫓아오는 늑대가 대치하는 장면에서, 화면 왼쪽 위의 아일로, 오른쪽 아래의 늑대, 서로 바라보는 시선과 미장센으로 공격 직전의 공포감을 표현한다. 검은 곰이 아일로를 쫓아오는 장면에서, 아일로의 뒷모습, 따라가는 곰, 순박한 표정의 아일로 클로즈업, 곰의 사나운 표정을 교차편집하여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대담한 성격은 고무적: 혹독한 자연환경과 리더의 여정
 

<아일로>의 후반부에서 소년 아일로는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뎌내며 인내심을 갖게 된다. 순록은 깊이 쌓인 눈 걷기, 목숨을 걸고 강 건너기, 영하 40도의 날씨를 견디며, 매순간 위험하지만 강한 자들은 겨울을 이겨낸다. 또한 순록은 굶주린 검은 곰, 비상하는 독수리,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늑대 등 포식동물의 급습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아일로는 용감하고 호기심이 많고 철없는 청소년처럼 위험한 짓을 하지만, 고무적인 대담한 성격으로 어른이 되면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준다. 봄이 오면 엄마, 고모, 이모 들은 또 아기를 낳을 예정이며, 아일로는 엄마 없이 살아가는 훈련을 시작하고 또래들과 뿔 겨누기를 한다. 몇 달 후 처음으로 해가 떠오르자 ‘라플란드의 왕자’ 아일로는 모험의 여정을 떠난다.
 

<아일로>의 후반부 스타일에서는 색채를 통해 눈, 오로라, 카모스 등 자연세계의 겨울을 표현한다. 눈으로 뒤덮인 흑백 세상을 공중촬영, 오버더숄더숏, 눈 위의 나무 등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순록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지도 같은 오로라는 밤의 아름다운 색채로 낮의 흑백세상과 대비를 이룬다. 또한 한동안 해를 볼 수 없는 카모스는 해도 뜨지 않고 빛도 사라진 어슴푸레한 라플란드의 겨울을 표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일로가 떠나는 장면에서 순록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숲은 가로질러 가는 아일로의 모습을 공중촬영으로 보여줌으로써 리더의 여정을 떠나는 고독한 영웅을 표현한다. 영화는 떠나는 아일로에게 내레이션을 통해 ‘역경을 마주하면 세상은 미소’라며 격려를 보낸다.
 

 

 

역경을 마주하면 세상은 미소: 순록 아일로의 자연에서 살아남기
 

<아일로>에서 순록 아일로의 성장은 자연에서 살아남기를 보여준다. 순록 아일로는 아기, 어린이, 소년으로 성장하면서 자신감, 용기, 인내심을 갖게 된다. <아일로>를 보면 세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아일로>에서 순록은 모두 봄에 일제히 출산을 하고, 가을에만 짝짓기를 하는가? 초식동물 순록의 가을 짝짓기, 겨울 임신, 봄 출산, 가을 짝짓기라는 정형화된 흐름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다. 아기 순록이 봄에 출산하면 봄, 여름, 가을 동안 성장하여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지만, 여름이나 가을에 출산하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여 포식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없으며, 겨울에 출산하면 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암컷 순록이 가을에 짝짓기를 하고 겨울에 임신하고, 봄에 아기 순록을 출산하여 봄, 여름, 가을 동안 성장시켜 독립시킨다. <아일로>에서 육식동물 북극여우는 평생 같은 짝하고만 사는 반면, 초식동물 수컷 순록은 가을 짝짓기 계절에 승리하면 최대 15마리까지 암컷 순록을 차지할 수 있다. 순록은 곰, 늑대, 여우 등 많은 포식동물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있는 강한 몸이 필요하다는 생존본능 때문에 이런 짝짓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순록은 봄에 출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을에 짝짓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을에만 짝짓기를 해서 자신의 생명 유지와 종족 번식을 완수한다.
 

<라이온 킹>에서 사자는 동물의 왕이기 때문에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 아들인 심바는 동물의 왕자, 밀림의 왕자라는 것에 대해서 수긍이 간다. 왜 <아일로>에서 위협적인 육식동물인 늑대, 곰, 여우, 독수리가 아니라 연약한 초식동물인 순록을 ‘라플란드의 왕자’라고 칭한 것일까? 순록은 태어나면서 바로 5분 만에 일어서고 10분 후엔 걷고 15분 만에 달려야만 포식동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2주간 뿔을 서로 엉킨 채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 가을 짝짓기 의식을 완수하며, 무리를 지어 사는 순록 사회를 형성하며 포식동물의 위협을 빠르게 인지하여 목숨을 보존하고, 수백 년 동안 계절마다 가장 살기 적합한 장소를 찾아가는 ‘라플란드의 순례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의 초반부에 아기 순록 아일로를 ‘라플란드’의 왕자라고 칭한다. 특히 순록 아일로는 일찍 태어나게 되어 무리에서 떨어져 위험한 상황을 견뎌야 했으며, 다른 또래 순록에 비해서 인내심, 용기,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대담한 성격으로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에서 순록 아일로는 일정한 장소를 계속 찾아다니는 ‘라플란드의 순례자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속한 순록 사회를 떠나 위험한 모험의 세계를 떠남으로써 이후 펼쳐질 아일로의 오디세이에 대해 궁금증을 남긴다.
 

다큐드라마는 다큐의 논픽션과 드라마의 픽션을 결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일로>에서 사실적인 영상에서 변형되고 각색된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보통 다큐드라마는 흥미를 끌거나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실제의 사건과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형이나 각색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아일로가 새끼 늑대와 마주치는 장면, 늑대 3마리에게 위험하게 쫓기는 장면, 늑대 1마리와 대치하는 숨 막히는 장면, 검은 곰 울버린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일로를 잡으려는 장면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다큐 영상으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 장면이 그러한 예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볼 때 <아일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선과 편집은 연약한 순록 아일로가 포식동물의 위협에 처한 상황에서의 긴장감과 위기감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 동시에 다큐드라마에서 ‘드라마’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스타일적 기법이 아닐까? 내셔널지오그래픽 등과 작업해 온 야생동물 생태계 전문 작가이자 연출자인 기욤 미다체프스키 감독은 대자연의 광활함을 화면 가득 펼쳐 보이면서 시적인 내레이션으로 라플란드의 순록사회, 더 나아가 자연세계를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참고자료
[1] ‘다큐드라마’, 《영화사전》, 2021.10.10.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99XX32200178
[2] ‘다큐드라마’, 《다음백과》, 2021.10.10.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XXb93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 ·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생활ESG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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