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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 기업이 하나의 지표가 될 인권소송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 기업이 하나의 지표가 될 인권소송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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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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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고, 많은 기업이 이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피해의 발생에 있어서 그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거대 기업들의 대처는 미비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필리핀의 인권관련 정부기관이 주요 탄소배출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2016년 7월 27일 영국 일간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보도했다.

필리핀 정부는 47개의 주요 탄소 배출 기업에게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침해 혐의에 회신할 시간으로 45일을 주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석탄, 시멘트, 그리고 광물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필리핀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는 소송에 대응할 45일의 기한을 준 것이다.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는 이번 소송에서, 인권 침해를 조사할 권한을 가진 합헌 단체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는 Shell, BP, Chevron, BHP Billiton과 Anglo American을 포함한 47개의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이 삶, 음식, 물, 위생, 주거, 그리고 자기 결정권에 이르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한 것을 고발하는 60장의 문서를 각 기업에 보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한 기업의 공식적인 조사와 세계 최초로 정부에 의해 진행되는 조사에 대하여 기대되는 것들을 위한 첫걸음이다. 소송은 47개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이 필리핀에 미친 영향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침해가 어떻게 사라질 것이고 치유될 것이며 예방될 것인지 설명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해당 소송은 기후 변화, 바다의 산성화와 인권 간의 연관성과, 투자자 소유의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이 그들의 책임을 위반하고 있는가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를 필요로 한다.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인 필리핀은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이다.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필리핀에선 지난 10년 동안 가장 파괴적인 4개의 거대 사이클론이 발생했고, 갈수록 극심해지는 홍수와 폭염이 기록되고 있다.  

필리핀에선 욜란다(Yolanda) 태풍으로 불리는 하이옌(Haiyan) 태풍은 기록상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지난 2013년에 6,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650,000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소송은 태풍의 생존자들과 비정부기구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31,000명 이상의 필리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정의를 요구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앗아갔다. 그 거대 기업들의 사업 행위에 따른 영향을 문책해야 한다.” 2008년 거대 태풍 람마순(Rammasun)의 생존자이자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에 항의서를 제출한 단체의 일원인 케손(Quezon) 주 알라바트(Alabat)섬에 사는 엘마 레예스(Elma Reyes)가 말했다.

전반적인 법적 조사는 47개 기업이 대응 기간을 거친 후인 10월에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7개 기업 모두 공청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는 필리핀에 사옥을 둔 10개 기업만을 출석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해당 10개 기업에는 Chevron, ExxonMobil, BP, Royal Dutch Shell, Total, BHP Billiton, Anglo American, Lafarge, Holcim, 그리고 Taiheiyo Cement Corporation이 포함된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는 UN에 요청해 협조하지 않는 기업들을 재촉할 권한이 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의 행보는 유례없는 것이다. 국가적 인권 단체가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과 민간주체의 책임을 다루는 최초의 공식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에 항의서를 제출한 단체 중 하나인 남동아시아 그린피스의 법, 정치 분야 고문 젤다 소리아노(Zelda Soriano)가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소송은 화석 연료를 사용한 생산품으로 막대한 환경오염을 유발한 사람들이 현재의 위협적인 인권침해에 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도덕적, 법적 선례를 남기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에서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도록 요구하고 책임을 묻게 하는 데 법적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가 회신을 요구한 47개의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의 명단은 콜로라도에 위치한 기후책임연구소의 소장인 리차드 히드(Richard Heede)의 연구에 바탕을 두었다. 2013년 리차드는 90개의 세계기업들이 방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산업혁명 이래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3분의 2에 이르는 것을 계산해냈다. 히드는 이 90개의 세계기업들이 315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에 상응하는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했거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추산된 세계 온실가스 방출의 22%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책 입안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기후변화의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설명책임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도입할 것을 권고하는 요구에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카리타스(Caritas) 필리핀의 비서실장이자 골드먼환경상 수상자인 에드윈 가리게즈(Edwin Gariguez) 신부가 말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이 아니고,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강제하거나 벌금을 물릴 권한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에 권고하거나 주주들이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을 처분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국제적 압력을 줄 수도 있다.

이번 조사는 증가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 간 기후변화의 법적 책임 공방에 관한 가장 최신의 흐름이다. 지난 6월 네덜란드 고등법원은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책임 소송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시민을 지키기 위해 기후변화에 더 강력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에서 있었던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몇 소송들은 기각됐다.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jul/27/worlds-largest-carbon-producers-face-landmark-human-rights-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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