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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19. 별에 관한 단상
[바람이 켠 촛불] 19. 별에 관한 단상
  • 지속가능 바람
  • 승인 2016.12.1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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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던 시절, 어느 국립공원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대고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마주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추위도 잊은 채 하염없이 별들을 바라보다보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다.

‘우와, 태어나서 별 제일 많이 본 날이다. 까만 하늘에 콕콕 박혀서 빛나는 게 참 아름답네.… 그러고 보니 별들은 언제나 각자 자리에 존재하는구나. 대낮에도,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의 밤에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빛을 내고 있겠구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날 쓴 일기를 확인해보니 ‘과거의 빛을 현재에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는 낭만적인 시간’이었다는 감상이 적혀 있었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간간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고는 했다. 별들은 도시의 빛과 공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바쁜 일상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잊고 살아가던 중 어떤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공적 기능이 와해되어 사사로운 이익이 제도의 틈을 타고 들어갔다는 사실은 분노와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그 감정의 연장선에서 광장으로 나갔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만났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촛불을 들고 헌법 제1조를 노래하는 백만 명의 국민이었다. 대통령 및 국가기관에게 고유의 권한을 넘겨주고 각자 자리에서 살아가던 국민이었다. 정당성이 없는 세력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둠에 굴복당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빛을 내고 목소리를 내며 존재를 증명했다.

그 안에서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린 분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촛불을 켜고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제3의 물결」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사건 후에는 민주화 요구에 역행하는 반작용들이 있었으며 이를 다시 극복하고 민주주의 체제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음을 제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드러난 위기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반작용이었으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옴으로써 그를 극복하기 위한 작용이 시작되었다.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이번 위기를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그 여부가 달려있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이민선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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