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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당선작] 외국인 대통령을 영입하라!
[이달의 칼럼 당선작] 외국인 대통령을 영입하라!
  • 김형규
  • 승인 2017.02.0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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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달력을 받았다. 새 달력을 받으면 늘 그렇듯 올 해는 쉬는 날이 언제 있는지 살펴본다. 2017년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빨간색으로 지정된 임시 공휴일 12월 20일.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하지만 이 날은 유동적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더 당겨질 수 있고, 예정대로 12월에 치룰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017년,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는다. 

2016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본 국민들은 ‘그녀’와 함께 자괴감에 빠졌다. 그녀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고 선서를 했지만 반헌법적 행위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자괴감의 수렁에 빠진 국민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줄까? 새 대통령은 과연 할 수 있을까?

언론에서는 잠룡 혹은 잡룡(?)으로 불리는 예비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대선 재수생’, ‘전직 세계 대통령’, ‘사이다 시장’으로 불리는 후보들이 여론조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후보들은 “정권교체” 또는 “정치교체”를 주장하며 저마다 자신이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변화와 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필자는 과감하게 주장을 해본다. “외국인 대통령을 영입하라!” 현 대통령의 반헌법적 행위에 일개 시민인 나는 초헌법적 발상으로 맞대응 해보기로 한다. 외국인 지도자 영입은 주로 스포츠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2002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히딩크 감독이다.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며 전무후무한 성적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줬다. 프로야구에서도 2008년부터 3시즌 동안 롯데 자이언츠를 맡으며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시키며 부산을 다시 한번 야구도시로 뜨겁게 만든 로이스터 감독이 있다. 

두 감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감독이 한국 스포츠계에 만연한 관습을 타파했기 때문이다. 학연, 지연, 과거 명성을 통한 선수 선발 풍토를 깨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의 기용을 택했다. 또한 선수단과 함께하면서 권위적 상하관계 보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며 구성원과 적극적 의사소통을 마다하지 않았다. 철저한 프로의식을 강조하면서 선수가 단순히 감독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어떻게 보면 한 조직이 발전하는데 지극히 당연한 요소들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국 체육계,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병폐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연하고 있으며, 오늘 날 우리나라가 마주한 국기문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스스로가 잘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인의 힘을 빌렸고, 두 외국인 감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과감성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외국인 대통령은 누가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이제 실직자(?)가 된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이다. 2016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오바마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호감을 표현한 지도자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한국에 대한 호감을 여러 차례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그가 공을 들였던 ‘오바마 케어’는 이미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가 아닌가! 그런 그가 만약 한국의 현 상황을 긍휼히 여겨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영입을 승낙하면 어떨까? 청와대 청소 노동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국가안보가 달린 중요한 상황에서 상석을 실무자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간이의자에 앉을 수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1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최저임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라”며 직설적이지만 설득력 있는 연설을 하는 대통령. 그런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영입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We Can Believe In)”가 생기지 않을까?
 
물론 오바마를 영입해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예산 190억원을 사용하며 즐기는 호화 휴가는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고, 전용기 탑승을 위해 계단을 뛰어오르는 모습은 대통령으로서 채신머리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으며, “보육, 병가 동일임금 같은 것들, 모기지 비용 인하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은 수백만 가족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라는 연설은 복지 포퓰리즘이라 비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나이로 환갑이 지나지 않은 어린(?) 대통령이 무엇을 알겠냐며 삼강오륜과 장유유서를 들먹이며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 라쉬는 이렇게 말했다. “삼강오륜과 장유유서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어른이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가끔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팩트폭력이라는 일침을 당하며 우리 자신의 문제를 깨닫는다. 아니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제일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려는 우리의 결단력이 부족한 것이다. 어쩌면 과감하게 결단하려 하는 순간, 곪고 곪은 내부모순을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장황한 설명은 했지만 외국인 대통령 영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몽상이라도 하면서 현실의 씁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싶은 마음이 요즘이기도 하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오바마는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조국, 미국의 앞날이 더 걱정되기 때문에서라도.  


글·김형규
지식인이 되고 싶은 딸바보. 9개월 된 딸아이와 울고 웃고 씨름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중. 팟캐스트 GBS-"C급평론" 공동진행자, 르디플로 논현모임 상근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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