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피 옥사넨은 옛소련 시절에 에스토니아에서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지만 마치 에스토니아에서 오래 산 것처럼 말한다. 저자는 33년 전 핀란드에서 핀족 아버지와 에스토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에스토니아인의 삶에 익숙해졌고, 에스토니아를 자주 방문했다. 심지어 20년 전 에스토니아가 독립을 되찾기 전에도 이곳을 찾았다. 외가 쪽 식구는 저자에게 에스토니아에 얽힌 추억을 들려준다. 여기서 저자는 영감을 얻어 핀란드어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에스토니아 여성 알리이드의 이야기다. 나이 든 농부 여성 알리이드는 공산주의 정부가 무너지자 새로운 삶을 살려고 애쓴다. 파란만장한 새로운 시대와 과거를 오가는 에스토니아와 주인공 알리이드의 삶을 그리며, 저자는 서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의 혼란한 현실을 들려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점령군 독일인은 에스토니아에서 소련인을 몰아내준 은인으로 대접받는다. 소련인은 과거에 많은 에스토니아인을 추방했다.
젊은 여자 알리이드는 마을에 들어온 나치 병사가 좋은 사람들로 보인다. 이후 소련군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새로운 질서가 잡힌다. 저자는 소련군의 잔혹성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 알리이드를 비롯한 많은 여성이 소련군에게 강간당한다. 이후 알리이드는 공산당 간부의 보호를 받게 되고 그와 결혼한다. 배반과 기회주의. 서방의 도움을 바라며 소련군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 알리이드에게 배신과 기회주의는 간단한 책략이다.
이 책 <정화>에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승리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소피 옥사넨의 작품은 언제나 공산주의자를 악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에스토니아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일간지 <포오스티메에>에서 2009년을 빛낸 인물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북유럽과 더 먼 곳에서까지 성공을 거두며(<정화>는 30여 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 책은 에스토니아의 시대 상황을 잘 그리는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글•앙투안 자코브 Antoine Jacob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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