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안으로 청년대표를 배출하는 것과 함께 여의도 밖에서 지속적으로 청년정책거버넌스와 네트워크와 같은 무정형의 에너지를 통해 힘을 발휘함으로써 청년운동이 힘을 얻을 수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제도권 권력과, 거버넌스, 사회운동, 지지해주는 대중의 힘이 일직선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7일 서울 정부청사 별관 ‘광화문 1번가 열린소통포럼 서울’에서 열린‘지속가능한 사회를 상상하는 청년포럼(이하 지상청)’에서 김연수 바꿈세상을바꾸는꿈청년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3회차인 지상청은 ‘청년이 기획하는 시민사회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지상청은 청년과 기성세대가 모여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내는 세대통합형 포럼이다. 9월 5일 출범한 지상청은 ‘청년이 만드는 시민사회 미래보고서’라는 주제로 내년 2월까지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시즌1이 진행된다. 내년 3월부터는 새로운 주제로 지상청 시즌 2가 진행된다.
지상청 3회 포럼 단체 사진
■ 청년정책네트워크 및 거버넌스의 현황
이날 포럼은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발표로 시작되었다. 강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만들어 나가는 시민사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를 소개한 후 청년참여기구가 등장하며 변화한 거버넌스, 전국 청년참여기구 현황, 실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의 활동을 설명했다.
사진 :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강 사무국장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는 이행기 청년의 불평등 문제를 지역 협력과 제도 개선으로 해결하는 자발적 시민 네트워크”라며 이전 시민조직들의 활동과 달리 청년들은 스스로 조직할 자원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리더십 부패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사무국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화의 방식으로 당사자성과 숙의과정을 핵심으로 하는 청년참여기구가 2015년 청년기본조례 제정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청년들이 청년참여기구를 통해 심의기구를 중심으로 행정, 의회, 청년시민으로 이루어진 삼각 거버넌스 내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획일화된 문화에 저항한다고 설명했다.
참여기구는 이미 존재하는 시민의 권한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시정 참여의 플랫폼으로, 행정으로부터 자원과 권한을 분배받기 때문에 설치목적과 행정의 의지, 민간의 조직력에 따라 위치성이 달라진다. 따라서 청년정책 거버넌스는 민과 관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 주체와의 연계와 다양한 민간 주체의 등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19년 6월 기준 청년위원회는 92개 지역에, 청년참여기구는 74개 지역에 존재한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참여기구가 조직되면 캠프를 통해 청년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의제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후 수차례의 분과모임과 정기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정책을 설계하고 제안한다.
강 사무국장은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는 시정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단계별 청년할당 확대(부산), 청년 진로탐색을 보장하는 갭이어 프로젝트(제주, 이후 서울과 전주로 확대), 청년 구직비용 절감 서비스 제안(부산), 청년무료건강검진을 통한 청년 건강권 보장(전주) 등의 성과를 보였다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연대를 통해 공익활동으로 나아가야 하는 청년당사자운동
사진 : 김연수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상임이사
강 사무국장에 이어 김연수 바꿈세상을바꾸는꿈청년네트워크 상임이사가 ‘청년 당사자와 공익활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상임이사는 공익활동, 당사자주의 등을 중심으로 이행성을 특성으로 하는 청년이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총체적인 시각과 청년당사자운동의 사례들을 설명했다.
김 상임이사는 “당사자의 공익활동은 전문적인 정치·운동 엘리트의 대의(代議)가 아닌 당사자의 자발적인 주체성의 발현을 의미한다”며 청년이 당사자로서 청년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은 보편적으로 민주사회에서 활동이나 정치의 주체로 여겨지고, 당사자는 특정하게 자신들의 권익을 추구하는 주체로 여겨지지만, 청년이 당사자로서 청년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보편에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을 채워나가는 일부분으로 위치 지워져야 한다”며 “당사자들이 직접 실천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시민의 정치에 핵심적이거나 필수적일 수도 있다”며 당사자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상임이사는 청년 당사자 고유의 특성을 ‘이행성(transition)’으로 규정하고, 청년당사자운동이 교통, 환경, 교육 문화, 예술, 건강, 복지, 평등다양성, 일자리경제, 주거, 민주주의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관련하여 정책을 검토하고 제안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당사자 운동은 연대를 통해서 공익활동으로 나아갈 때 정당성을 수 있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더 알기 위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위치성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사회세력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동의 인식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당사자운동의 사례로 청년유니온의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등의 활동, 청년유니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울시와의 청년 일자리 협약 및 청년 기본 조례 제정, 청년허브·청년활동지원센터·무중력지대·청년교류공간 등 중간지원조직 및 청년활력공간을 설치한 서울시의 청년정책, 청년자치정부로 대표되는 서울시 청년 거버넌스 등을 소개했다.
김 상임이사는 청년 당사자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힘·권력을 가지지 못했거나 적게 가진 자에게 더 많이 주는 것)를 강조하며 청년 당사자가 자신을 자발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청년 당사자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하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청년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급진적인 청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꿈은 정책 배틀, 정책 경연, 정책 합의 등 다양한 형태의 시민사회 공론장을 시도하고 있고 공론장의 주제도 민생, 한반도 비핵화, 대학, 청년 정치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청년사회적소통전문가 과정을 통해 청년들의 사회적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청년들은 그동안 정치와 언론에 의해 대상화되어왔지만 이제는 당사자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 청년 내에 다양성과 이질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더 나은 사회, 행복한 사회가 무엇인지 모여서 이야기해봐야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 패널토론과 청중토론
왼쪽부터 토론 사회 안치용, 패널 조예현, 김연수, 강보배, 이종오, 홍현호씨와 이혜원 지속가능바람 편집장
이어 조예현(와세다대학교 국제학부 3년)씨, 홍현호(단국대학교 심리학과 2년)씨,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여해 안치용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바람 이사장의 사회로 두 발표자와 토론을 벌였다.
홍현호씨는 “청년청과 청년자치정부 등의 청년네트워크 및 거버넌스에서 부딪치고 있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느냐”고 강 사무국장에게 물었다. 강 사무국장은 “내부적으로는 서울청년자치정부처럼 행정에 직접 들어가서 예산 결정에 참여하는 권한이 있더라도 의회에서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청년이 정책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더불어 참여율 문제가 있다”며 “참여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결정과정 내에서 개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조예현씨는 “청년들이 당사자주의에 빠지기 쉬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건강한 소통이 가능하겠느냐”고 김 상임이사에게 물었다. 김 상임이사는 “의제나 당사자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청년들은 여유가 없다. 더불어 청년들은 사회에서 각자도생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따라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의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줄이지 못하고 당사자성을 강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청년들 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해야 하고, 내 의견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당사자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공익활동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홍현호씨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지방의 청년참여기구의 활성화 방안에는 무엇이 있고, 취업과 주거 문제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청년 문제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강 사무국장은 “지방에서는 직업교육 관련해서 프로그램이나 내용이 협소하고, 더 많은 경험을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교통이 문제가 된다. 지역 간은 물론 지역 내에서도 교통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결론적으로는 행정이 어떻게 의지를 보이느냐가 중요하고, 시민사회가 튼튼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현재에서 더 나아가서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세력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김 상임이사는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라고 하면 제도권에서는 청년비례대표를 많이 생각하는데, 의회 밖에서 지속적으로 청년정책거버넌스와 네트워크와 같은 무정형의 에너지를 통해 힘을 발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얻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연결되어 있는 거버넌스, 사회운동, 지지해주는 대중들의 힘이 일직선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예현씨는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지역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강 사무국장은 “주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고, 소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청년 주간과 같이 교류와 관련된 사업들을 통해 행사를 열어 서로 사례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답변했다.
패널토론에 이어진 청중토론에서는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센터장이 “당사자운동으로 시작한 청년운동이 기존 시민운동 세력과는 어떻게 연합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김 상임이사는 “청년운동의 문제의식과 목적은 시민사회운동의 합리적 핵심은 이어가고 기존의 시민사회운동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일반 노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논의들에서는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나 주휴수당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기존 시민사회운동과 연속되는 부분도 있고 갈등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하나로 인정받고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청년네트워크에는 다양한 의제와 집단들이 있고,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한 층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 다양함 때문에 연대가 어려울 때도 있다. 점점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불평등을 더 들여다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대하면서 나아가는 시민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예현씨는 “현장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년운동과 네트워크가 복잡하지만 진전이 있고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청년문제에서 다양성과 포괄성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4회 포럼은 다음 달 5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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