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물체로 드론을 빼놓을 수 없다. 드론이 영화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가 하면, 드론을 이용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촬영은 일반적인 풍경이 됐다.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감독 개빈 후드)는 드론이 등장하는 대표적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딱히 누구를 주연이라고 하기 힘들다. 인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드론이 이 영화의 주연이자 주인공인 셈이다.
모니터 앞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이격성 하의 사람에게도 이중성 비슷한 것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드론의 정식 명칭 UAV에서 ‘U’의 의미로 ‘unmanned’와 ‘uninhabited’라는 두 단어가 함께 쓰인다는 데 주목하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를 더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다. ‘unmanned’와 ‘uninhabited’는 한국어로는 둘 다 ’무인‘ 정도의 의미이지만 ’unmanned’는 단어 속 ‘man’이 직접적으로 지시하듯 ‘무인’ 중 ‘인’에 초점을 맞추었고, ‘uninhabited’는 ‘무인’ 중 ‘무’에 방점을 찍었다. 어느 쪽이든 의미는 비슷하다. 조종석에 조종사가 부재한 비행기를 설명할 때 “조종사가 없다”와 “조종석이 비었다”가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개나 원숭이가 조종석에 앉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결국 핵심 의미는 접두어 ‘un’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니터 앞의 ‘조종사’는 현장에서 적군을 직접 사살하는 게 아니라 멀리 미국 네바다의 공군기지에 안전하게 ‘앉아서’ 드론이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버튼을 누른다. 미사일 발사라는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서 조종사와 ‘언택트’되어 있으며, 건조하게 결정을 조종사에게 통보한다.
전장에서 ‘부수적 피해’에 관한 고려
영화상 ‘미사일 발사’는 마치 공군기지 조종실에서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그 동작 자체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상공에 위치한 공격용 드론에게 전파를 쏘아 보내는 행위에 불과하다. 조종사가 방아쇠를 당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에는 폭격으로 사람들이 죽는 모습이 중계된다. 폭격과 살해를 이 조종사가 한 것인지, 공식적인 경로에서 미사일 발사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사람들이 한 것인지, 발사 명령이라는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이면에서 개입한 사람들이 한 것인지, 혹은 그저 드론이 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unmanned’인지 ‘manned’인지, ‘uninhabited’인지 ‘inhabited’인지로, 조종사를 포함한 사람들은 혼란을 겪고 분열을 겪게 된다. 그러나 드론에겐 갈등이 없다.
언택트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주목받고 있지만, 어차피 기술 문명의 앞길에 놓인 반드시 거쳐야 할 정류장이었다. 그 길을 지나 우리는 불가피하게 AI를 만나야 하며, “unmanned”인지 “manned”인지 혼동을 그려낸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딜레마는 전면적인 존재와 인식의 문제로 인간에게 주어지게 된다.
이 영화가 다루는 또 다른 주제는 전쟁 상황에서 종종 거론되는 소위 ‘부수적 피해’이다. 군 작전 중에 일어날 비전투원의 피해, 즉 ‘부수적 피해’를 어느 수준까지 사전에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하는가. 만일 ‘부수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작전을 강행해야 한다면 그때의 도덕적 기준과 실무적 절차는 어떠한 것인가. 이런 것이 전장에서 고려돼야 하고 영화에서도 그려진다.
영화는 ‘부수적 피해’를 무릅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 가능성에 관한 확률 모델을 작동시킨다. 인명피해 가능성을 ‘적정한’ 퍼센트로 제시하여 작전 승인을 받고,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싶은 열망에 퍼센트를 조작하기까지 한다. 분명 추악한 모습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즉 “manned”의 모습이기도 하다. 열망하고 갈등하고 조작하는 행태는 인간에게만 나타나지 AI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드론에게도 마찬가지다. 소녀의 무고한 죽음과 그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군인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드론 영화이지만 주연이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증명인 셈이다.
글·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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