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는 이제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카불을 탈출한 아프간인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면서 아프간의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탈레반은 어째서 그토록 빠르게 카불을 점령할 수 있었을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정말 실패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는 현지 특파원과 전문가들이 보내온 생생한 정보들을 전한다.
한편, 쿠바혁명의 유례없는 공로자, 체 게바라의 미공개 편지가 대중에게 공개됐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는 체 게바라가 그의 친구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체 게바라의 혁명가적 면모, 그리고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을 낱낱이 파헤쳐
미군이 세계의 화약고 아프간에서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은 기다렸다는 듯 수도를 집어삼켰다. 아프간 특파원 미엘카레크는 ‘탈레반의 속전속결 아프간 장악, 그 비책은?’ 기사에서 한 시민과 인터뷰했다. “탈레반이 속전속결로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것은 기적이 아닙니다! 국민은 정부의 군벌들에게 질렸어요.”
‘아프가니스탄, 미국의 실패와 혼돈’ 기사는 여기에 “서구권의 각종 실패가 집약돼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미국이 베트남전 이후 그 어떤 무력 충돌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실패다. 현지 정권은 심각하게 부패해 도덕적으로 실패했으며, 민주주의의 실패다. 또한 탈레반이 단기간에 정권을 잡으려 하니 정치적으로도 실패한 것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국제연구센터(CNRS-CERI) 연구원 아담 바치코는 ‘중앙정부의 결함을 파고든 탈레반의 해결사전략’ 기사에서 외국기관이 아프간 지역을 재건하기는커녕, 아프가니스탄 기관들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지도자들은 2003년 헌법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통령 체제를 강요하고, 의회와 정당을 무력화했다. 서구 수상들이 법률을 작성하면, 이 법을 대통령이 공표하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이 맞물려 결국 아프간은 탈레반의 손에 다시 넘어갔고, 중동은 새로운 국제정치의 막을 열었다. 인류학자 조르주 뒤페브르는 ‘미국의 도주, 그리고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정학’ 기사를 통해 국익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각국의 상황을 보여준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연합정부’를 이루려는 파키스탄 편에 선 형국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들을 이용해 신장 위구르 지역 통치를 공고히할 속셈이다. 파키스탄의 숙적 인도는 그동안 아프간 정부를 지원해왔는데, 탈레반의 재집권을 예상치 못한 듯하다. 그들은 “아군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나의 모든 혁명적 열정으로 당신을 품는다.”
혁명가는 기존 시스템을 뒤엎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인물이다. 그 시도가 실패했든 성공했든, 인생을 건 그들의 도전에는 인권을 향하는 숭고미가 있다.
체 게바라 또한 그런 인물이었다. 독재에 신음하던 쿠바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이끈 그는 시대의 사상가·정치가·혁명가로 평가받는다. ‘나의 모든 혁명적 열정으로 당신을 품는다’ 기사를 통해 국내 최초 공개된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문제는 인간을 하나의 생산도구로, 생산과정의 숫자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시스템에는 큰 간 극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에 소명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들이 즐겁게 일하고 지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체 게바라의 깊은 고민은 노동의 형식과 가치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와도 겹쳐진다.
한편, 21세기 가장 격렬하게 투쟁하는 혁명가들은 다름 아닌 여성이다. 그중에서도 아랍의 여성들은 가부장적 제도에 맞서 목숨을 걸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크람 벨카이드 기자는 ‘아랍 여성들의 #MeToo 운동’ 기사를 실었다. 그에 따르면 그 어떤 아랍 국가도 가정폭력을 명확히 처벌하지 않는다. 강간의 피해자는 감히 고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혼외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들어 법원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아랍인들이 연대에 나섰다. 어떤 위험을 무릅써야 할지 모름에도 말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는 이밖에도 ‘티그라이,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화해의 희생양’과 ‘시리아 체제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중동의 굵직한 역사를 소개한다. 또한 ‘한국’ 파트에서 ‘내 마지막 숨을 결정할 권리’,와 영화 <모가디슈> 평론글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남과 북, 그리고 아프간’ 등을 실어, 다양한 문화·인문학 이야기를 전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 목차
■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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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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