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자사를 비판한 청년 기후활동가들에게 최근 천만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이들 활동가는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이 ‘ESG’를 내세우면서도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행태를 ‘그린워싱이라며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활동가들이 소속된 환경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이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840만 원에 달한다. 시위과정에서 자사의 로고 조형물이 훼손됐다는 이유다.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인 것은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참여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사옥 앞 ‘DOOSAN’ 로고 조형물을 녹색 스프레이로 칠하고 이후 조형물 위에 올라가 석탄 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사측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비판하고 실질적인 탈석탄을 촉구하는 의미였다.
시위가 끝난 후 로고에 칠했던 스프레이는 지워졌지만 두산중공업은 활동가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측은 ‘세척과정 중 흠집이 나고 들뜸 현상이 일어나 로고 전체를 교체했으며, 대리석 바닥에도 스프레이가 떨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졌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최근 언론을 통해 “두산중공업이 증거로 제출한 ‘세척 후 훼손 부분’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훼손했다고 납득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활동가는 당시 시위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도 앞두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참다못해 저항에 나선 이들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보복대응한다”면서 “두산중공업의 손해배상 소송에 맞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묻고, 기업 규제 없는 기후위기 대응은 허구임을 알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두산중공업, ESG 내세우지만... “탈석탄 역행” 행보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미래 세대를 위하는 경영 철학)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이중 화두는 단연 ‘탈석탄’이다. 이와 관련, 해외 금융·보험사들 다수가 ‘석탄과 관계된 투자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ㆍ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화력발전사업이 주를 이루던 두산중공업의 입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작년에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이 두산중공업에 금융 제공을 결정한 은행들을 비판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은 올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새로운 기조에 탑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보여주기식 ESG’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여전히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 탈석탄 기조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의 유해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 ‘석탄을 넘어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의 26.7%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됐다. 국내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2054년까지 약 15만 2,232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이번 시위에 참여한 기후행동가 뿐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공익을 추구하는 탈석탄 시위에 손해배상청구로 대응하면서, 실질적인 ESG 실행이 불투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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