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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ESG 이대로 괜찮나... 탄소배출·갑질문화 우려 불거져
롯데케미칼 ESG 이대로 괜찮나... 탄소배출·갑질문화 우려 불거져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10.0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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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친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클린 수소 인프라 펀드'에 투자를 준비하는 한편, 대규모 탄소배출이 우려되는 ‘에틸렌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미래 세대를 위하는 경영 철학)의제 확산과 관련, 그린워싱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ESG 외치지만...  ‘탄소 배출’ 공장에 대규모 투자 검토

최근 롯데케미칼은 '클린 수소 인프라 펀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하고 글로벌 수소사업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클린수소 인프라펀드에 약 1억 유로(한화 약 1,400억 원) 상당 투자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롯데케미칼이 추진하는 ESG경영의 일환이다.

올해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와 함께 ESG의제가 급격히 확산했다. 해외 금융·보험사들 다수가 ‘석탄과 관계된 투자는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ㆍ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올해 ESG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탄소배출량 증가가 없는 상태)을 달성하겠다 밝혔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다른 한 편에서 탄소 대량 배출이 우려되는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라인 프로젝트)을 위해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의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음이 알려졌으며, 업계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투자규모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해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라인 프로젝트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을 확답할 순 없지만, 투자를 위한 물밑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연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이 가능한 납사분해시설(NCC) 건설을 염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에틸렌은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해 롯데케미칼이 추진하는 ESG 경영과 대치된다. 롯데케미칼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 리스크가 제기되는 이유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 출처 = 롯데케미칼 홈페이지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우려와 관련, “화학분야인 만큼 탄소 리스크가 있지만, 설비를 증진하는 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클린 수소 인프라 펀드’와 같은 신규 사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들어, ‘당장 수익성이 좋은 에틸렌공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ESG경영으로부터 발생하는 적자를 탄소 배출 사업으로 메운다는 지적이다.

이에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친환경 수소는 장기 프로젝트지만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라며 “친환경이라는 트랜드에 맞춰 투자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식에 무조건 참석”? 구시대적 평가지표 ESG 위협한다

한편, 롯데케미칼의 구시대적 행동평가 지표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서 롯데케미칼 ‘직업훈련생 조직적합 행동평가 지표’가 폭로됐다.

행동평가 지표에는 “선임자 식사 전에 먼저 취식을 하지 않는다” “회식 중 회사에 대한 불만 표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임한다”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다소 억압적인 사내 문화를 시사했다.

특히 평가 대상인 ‘직업훈련생’은 향후 평가에 따라 전문직 사원으로 채용되는 만큼, 부적절한 평가지표가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이 ESG를 표방하지만, 환경 외의 분야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직원 처우 개선 등 올바른 근무환경 조성 또한 ESG 경영의 필수 개념이다.

행동지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식사예절이라는 명목으로 ▲먼저 테이블 세팅한다(숟가락/젓가락/주류/물 등 배치여부) ▲선임자 식사 전에 먼저 취식을 하지 않는다 ▲회식 중 회사에 대한 불만 표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임한다 등을 평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사전 공지된 팀모임(회식) 등에 반드시 참석한다 ▲주말/퇴근 후 비상연락이 올 경우 바로 회신한다 ▲전화통화 요청(부재중 전화 또는 메시지)시 즉각 연락한다 ▲특별한 사유없는 비상호출 근무를 거부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공장 쪽 직업훈련생의 평가표로 쓰이는 게 맞다”면서 “비상호출 및 연락 관련 조항은 공장의 안전 및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표가 과거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조항들이 시대에 부합하지 않게 됐다”면서 “실상 사문화된 조항에 가까우며 수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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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