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스타벅스 파트너(매장직원)들이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를 상대로 트럭시위를 벌였다. “대기 음료 650잔에 파트너들은 눈물짓고 고객들은 등을 돌립니다”, “현장 파트너들의 고객 서비스 가치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트럭이 서울 시내를 돌았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로 처음이다.
(사진1)=(50주년 기념 특별 제작된 리유저블 컵/출처: Starbucks Korea 공식 페이스북) |
지난 9월 28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데이’ 는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10월 1일)을 기념한 행사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주문하면 기존에 제공했던 일회용 컵이 아닌 특별 제작된 다회용 컵에 담아주는 이벤트이다.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데이’는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기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추세 속에서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벤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 이벤트가 진행되고 나서 그 관심은 불만과 비판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행사 당일 리유저블 컵을 수령하는데 불편함을 겪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는 불만이 SNS를 통해 쏟아졌다. 행사 당일 음료를 주문하고 수령하기까지 평균 대기시간은 40~1시간이었다. 심지어 사이렌오더(모바일로 미리 주문을 하면 대기 없이 음료를 수령할 수 있는 주문 및 결제 서비스)는 취소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큰 불평으로 이어졌다. 사이렌오더로 주문을 했음에도 음료 픽업이 너무 지연돼 음료를 받지 못하고 간 손님도 많았던 것이다. 결국, 많은 양의 음료가 폐기되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는 친환경 캠페인의 의도에도 벗어난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가 높은 수치를 기록하던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도 소비자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이를 통해, 본사는 행사 당일에 발생할 고객의 불편을 예상하지 못했을뿐더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매장으로 몰린 소비자들의 불만을 직접 마주해야 했던 직원들은 큰 불만을 표했다. 이번 행사에 손님들이 많이 몰리면서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났지만 인력은 그대로였다. 어떤 매장은 대기 음료만 650잔이 있어 숨 쉴 틈도 없이 바빴다고 한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부담은 이전 마케팅 행사 때마다 지속적으로 문제되었다. 그 불만이 오랫동안 쌓여 본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파트너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트럭시위를 위한 총대를 구성하고 모금을 하고 시위 일정을 공유하며 적극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매장직원들은 자신들을 일회용품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더 나아가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는 매장 직원들에게 전체 이메일을 통해서 리유저블 컵 행사에서 발생한 준비의 미흡함과 과도한 업무량에 대해 사과했다. 앞으로는 인력의 탄력성을 확보하고 조직 내 개편을 통해서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에서 마케팅활동을 기획은 한다고 해도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해 최전방에서 마케팅 활동을 구현하는 이들은 파트너들이다. 따라서 본사가 파트너들에게 사과와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코리아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논란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당일 행사에서 사용된 리유저블 컵은 PP(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약 20회 정도 재사용을 할 수 있다. 해당 컵은 스타벅스가 8월에 제공한 리유저블 컵과 유사한 소재로, 당시 제품 특성상 가급적 20회 사용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었다. 즉 일회용품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제작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려해본다면 오히려 리유저블 컵을 생산하는 것이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같은 날 캐나다에서 진행된 행사는 ‘리유저블 컵 데이’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캐나다에서는 텀블러나 리유저블 컵을 개인이 매장으로 가져오면 무료로 커피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와 달리 스타벅스 코리아의 행사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한다는 기획 의도와 다소 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리유저블 컵 데이’가 친환경을 위한 행사이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을 비롯하여 텀블러 등 특별기획 굿즈를 자주 출시한다. 예를 들어 올해 하반기에만 광복절, 할로윈, 크리스마스 관련 기획상품을 내놓았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텀블러 사용을 소비자에게 권하면서 새로운 텀블러 MD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소비심리를 자극했다고 평가된다. 이는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계속적인 특별 행사에 대응해야 하는 매장 직원들에게도 큰 불만을 야기했다.
(사진2)=(광복절 기념 특별기획과 할로윈 특별기획 MD/출처:Starbucks Korea 공식 페이스북) |
이번에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소비심리를 자극한 마케팅으로 해석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리유저블 컵을 단순히 무료 굿즈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메시지보다는 무료로 스타벅스의 굿즈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찾아간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행사 이후 리유저블 컵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대거 판매된 사실이 뒷받침해준다. 애초에 무료로 제공된 굿즈였으나 소비자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라며 가격을 더해 거래했다.
(사진3)=(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행사 당일 제공되었던 리유저블 컵이 거래되고 있다) |
이러한 굿즈마케팅과 더불어 연이은 스타벅스의 프로모션과 그린워싱에 대한 논란은 직원들을 지치게 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반발심리도 일으켰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며 비판했다. 분명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일회용 비닐 봉투를 종이 봉투로 교체하는 등 ESG 경영 측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면 단기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스타벅스 캐나나의 사례처럼 일회용 컵의 감소를 위해 개인 텀블러를 활성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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