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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견제 마비된 KT, 구현모의 셀프∙황제연임은 순항할까?
내부견제 마비된 KT, 구현모의 셀프∙황제연임은 순항할까?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1.0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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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구현모 KT대표 ‘셀프 연임’ 논란 ... 이사회 기능 마비?
ㅡ국민연금, “구 대표 선출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부합하지 않아” 반대
ㅡ구 대표 신년사 "통신망 장애는 재해" 발언 ... 당일 부산·울산·창원 인터넷 접속 장애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출처=뉴스1

최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단독후보로 나서며 연임을 가시화한 가운데,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문제 삼은 것은 KT 지배구조의 불건전성이다. KT 구 대표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사회의 감시∙견제의 역할이 마비됐다는 의심이다. 이번 후보 경선 또한 ‘공정한 경쟁’을 표방했으나, 실상 구 대표 연임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 대표 ‘셀프 연임’ 논란
KT 이사회는 주주 아닌 경영진 대변하나

 

구 대표는 정치권에 대규모 비자금을 건넨 이른바 ‘쪼개기 후원’ 혐의로 자격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KT 이사회를 장악, 임기 내내 화려한 편법을 구사하며 자리를 지키던 그는 임기 막바지에 이르자 흉내뿐인 내부 경쟁을 거쳐 사실상 ‘셀프 연임’에 나섰다.

실제로 구 대표는 KT 이사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된다. 그러나 구대표는 지난해 12월 KT 이사회의 ‘우선 심사’를 통해 이미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다만 구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국민연금을 의식해, 최근 다른 여러 후보들과 경선에 나섰다. 이번에도 KT 이사회는 현직에 있는 구 대표를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2%)은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후보 선정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KT의 전·현직 임원들은 과거 업무상 횡령(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구 대표는 작년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재판을 받고 있다.

KT는 이 문제로 지난해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75억원 상당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나, 같은 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동일 혐의로 재판 중인 박종욱 이사에 대한 연임을 시도했다.

구 대표의 자격 논란에는 ‘정관과 관련한 규정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임기 중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

이에 KT의 내부 감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독립적 지위에서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KT 이사회가,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견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심이다.

 

‘황제 연임’ 순항 할까
서비스 품질 개선, 외풍 견뎌야

 

이사회가 구 대표를 최고 후보자로 꼽은 이유는 경영성과 때문이다. 비대한 몸집의 KT를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변경시키면서 매출 증대와 기업가치 상승을 이뤘다는 판단이다.

다만 KT의 올해 3분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증권사의 지적도 나온바 있다. 지난달 24일 하나증권이 내놓은 분석보고서에는 KT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내용 측면에서 부진한 것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구대표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통신망 장애는 장애를 넘어선 재해”라며 “안전과 안정 운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 날 부산·울산·창원 등 일부 지역에서 KT 유선 인터넷 접속이 약 30분 가량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3일 KT는 사고 원인을 DNS 접속용 스위치 이상으로 지목하고 사과했다. DNS는 이용자의 단말이 플랫폼·웹사이트 등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장치다.

KT는 지난 2021년에도 전국 단위의 유·무선 통신이 89분간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다. 결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증권 거래가 모두 불통이 되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컸다.

새 정권과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KT는 2002년 민영화 된 이후 정권의 입김에 휘둘려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KT에 취임한 남중수 사장은 이후 이명박 정부의 이석채 회장에 밀려났고, 박근혜 정권에서 또 다시 황창규 회장이 낙하산 인사로 채택됐다.

KT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은 이명박 정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뒤 2010년 KT 글로벌미디어전략담당 전무로 직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12년 만에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탁된 수장이다. 그러나 KT 새노조 관계자는 지난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T의 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현모 사장은 정권에서 심은 사람이 아니라 내부에서 올라온 사람이지만 그의 사법리스크가 오히려 KT를 정치권에 휘둘릴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추후 경영진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내 요직을 정권에 내주지 않는지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KT관계자는 지난 3일 “입장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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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