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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의 시네마 크리티크] 렛 미 인(Left the Right One In): 순수한 브로맨스 호러
[김 경의 시네마 크리티크] 렛 미 인(Left the Right One In): 순수한 브로맨스 호러
  • 김 경(영화평론가)
  • 승인 2023.06.1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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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호러에서 거울단계(Mirror Stage)까지

"영화 <렛 미 인> (원제: Left the Right One In, 2008)은 스웨덴 작가 존 아비데 린드크비스트( John Ajvide Lindqvis)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토마스 알프레드슨(Tomas Alfredson)감독의 스웨덴 영화다. 2008년에 제작되었고, 2015년에 한국에서 개봉했다. 2010년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을 때 영화 제목을 쉽고 간단하게 <렛미인>(매트 리브스 Matt Reeves) 으로 변경했다. “들어와도 좋다”는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면서 짧아진 제목은 한국에서 개봉할 때 그대로 사용된다. 주인공이 뱀파이어에게 문을 열어주며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평범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뱀파이어라는 타자를 나라는 자아 안으로 들어오라고 허락하는 의미의 영화 속 대사이자, 두 개의 자아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 변곡점을 반영하는 다층적 의미를 가진 제목이다.

 

왕따 오스카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12세 소년 오스카(카레 헤데브란트 Kåre Hedebrant)와 동갑내기 소녀/소년  (성적으로 모호한) 뱀파이어 엘리 (리나 레안데르손 Lina Leandersson)가 만나는 첫 장면부터 함께 떠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들의 '관계' 자체가 영화의 주제이자 순도 높은 브로맨스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야심한 밤에 오스카는 집 앞 나무를 난폭하게 칼로 찔러댄다. 오스카는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들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하지만, 그나마 나무에 분풀이할 수밖에 없는 내성적 소년이다. 새로 이사 온 이웃 엘리는 우연히 이를 지켜보게 된다.  하얀 눈 속에서 하얀 셔츠를 입고 천사처럼 앉아 있는 엘리는 사실 사람의 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뱀파이어다.   이 함축적인 장면은 이들 각각의 캐릭터가 갖는 특성의 표면과 이면을 동시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둘의 관계도 암시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같은 면을 발견하면서 서로에게 매료된다.   "사슴을 사랑하는 전사"라는 뜻의 노르웨이 이름인 오스카와  "승천", “ 천상의 존재”라는 뜻의 성 중립적인 이름, 엘리는  각각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이름이다. 이 첫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관통하는 이들의 브로맨스는  엘리가 불멸의 존재이며 오스카가 엘리를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엘리
뱀파이어 엘리

성 중립적인 엘리는 거세된 남근이기도 하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엘리의 성 정체성은 모호하다. 오스카의 엿보기를  통해  엘리의 거세된 신체 흔적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다른 하나는 뱀파이어 엘리는 남근으로 상징되는 사회화에 의해서도 거세되었다. 사회적 남근이 거세된 것은 ‘왕따’ 오스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은 비슷하다. 그들은 라캉의 ‘거울단계’처럼 자아와 타자가 혼재되어 있다. 서로를 마주 보는 ‘거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공포와 피, 뱀파이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욕망에 대한 풍경일 뿐이다.

 

오스카와 엘리의 브로맨스
오스카와 엘리의 브로맨스

결국 영화 전체의 큰 줄거리는 그들의 브로맨스다.  영화 제목처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 브로맨스의 과정이 영화를 통해 보여 주는 ‘기표(Signifier)’라면,  두 사람이 하나의 정체성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과정은 영화가 함축한 ‘기의(Signifier)’다. 마치 같은 스웨덴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 Persona>(1966)에서 엘리자베스와 알마처럼.

이 브로맨스가 보여주는 진실은 라캉이 말하는 '실재계'다. 뱀파이어는 실재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뱀파이어에게 매료된다.

 

끊임없이 귀환하는 ‘실재계’, 뱀파이어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실재계’를 심리적 현실로 이해했다.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의 배경이며, 언어나 상징적 표현으로는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실체적 존재다. 그는 실재계는 언어와 문화에 의해 가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지만, 이는 그 자체의 존재를 은폐하거나 변형시킬 뿐이며 여전히 실재계의 영역으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엘리가  '실재계’고 오스카가 심리적 실재라고 할 수 있다. 엘리가 '실재계'이기에 '거세된 남근' 또는 거세된 '상징계’'인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섬뜩한(uncanny) "무의식은 외부에 있다." 따라서 뱀파이어는 끊임없이 돌아와서 우리를 매혹시킬 것이다. 

 

 

글·김 경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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