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혼란 속 인류에겐 새로운 SF 신화가 필요하다"
예전에 SF는 약간 무시 받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초록색 소인들과 거대한 로켓이 등장하는 유치한 졸작을 읽는 독자는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10대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조금 더 완화적 표현을 써서 SF는 긱(geek)이나 과묵한 공부벌레들이 탐닉하는 세상이라고 치부했습니다. 이제 소수 장르로 치부되었던 경멸이 사라졌고 은연중에 ‘청소년’용으로 분류했던 인식도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2017년부터 10월을 ‘사변 소설의 달’로 지정했고 프랑스 국립도서센터의 후원을 받아 관련 작품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영업, 문화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유치한 느낌을 풍기지 않고 여러 문학을 아우르는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자 판타지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국-인도-파키스탄 국경분쟁, 미얀마 내전, 서사하라 분쟁, 중국-대만 분쟁, 한반도 위기, 중국 러시아 vs 미국 일본 분쟁, 터키 지진과 환경 기후 위기, 금융 위기, 천정부지의 고물가와 생활고, 경기침체와 실업난,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자살과 타살….
19세기에 빅토르 위고가 프랑스 혁명기의 계속되는 냉혹한 어둠 속에서 “과연 미래는 올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현 인류가 사는 현대사회는 시시각각 엄습해오는 위기에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위기 ‘이후’의 세계를 내다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류는 가이아 우주망원경으로 수십억 광년 거리의 은하계를 관찰할 수 있을지언정, 정작 가까운 미래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에는 인류의 오랜 고민과 사유를 담은 두꺼운 철학서와 사상서, 에세이, 소설이 즐비하지만, 지금의 위기에 대한 답을 구하기에는 공허한 내용입니다. 가장 실감 나는 현실을 반영한 소설을 찾아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문학상 수상 띠지를 선물 포장지처럼 두른 작품을 읽어보지만 ‘문단 권력’이 배출한 그저 그런 상념(常念)의 고리타분함만 확인할 뿐입니다.
신춘문예나 문학상 수상작의 화려한 이력이 제도권 문단에서는 환영받을 수는 있어도, 경제난과 취업난, 고독과 외로움에 지쳐있는 독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주는데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현재보다도 더 암담할지라도, 미래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유토피아적 열망이 기존 문학이 감히 상상하기 힘든 사이언스 픽션(SF)의 대거 유행을 가져왔습니다. 최근에 국내외적으로 가장 성공하고 주목을 받은 작품들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거나,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SF소설이나 SF웹툰입니다. 인기 SF소설이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은 문화적인 추세입니다. 젊은 독자나 관객이 SF에 열광하는 것은 SF가 담고 있는 도발성과 혁명성 때문입니다.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 시리즈를 비롯해 <듄>, <더문>, <지금, 우리 학교는>, <승리호>, <정이> 등은 인간이 저질러놓은 죄악을 작가가 상상 속의 비인간 생명체가 해결할 만큼 혁명적이다. 어쩌면, 인류학적 혁명이 SF에서 꽃을 피우는 듯한 느낌입니다.
SF의 매력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고, 미지의 길을 개척하고, 현실과 사실을 비꼬아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치는 것입니다. 바늘구멍 하나 없을 만큼 견고한 자본주의의 벽을 깨부수는 것은 당장에 무엇으로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이 공산주의적 상상력을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처럼, 어쩌면 SF적 상상력이 암담하게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그나마 잊게 해줍니다.
「SF, 내일의 메시아」는 사회변혁의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삭막한 자본주의가 촘촘히 드리운 위기의 장막을 걷어낼 도발성과 혁명성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2) 목차
서문 - 우주에서 벌어지는 파괴 작전 ― 에블린 피에예
책을 내며 - 자본주의의 불안을 씻어줄 SF적 상상력 ― 성일권
[1부] 더욱 강해지는 디스토피아의 세계
‘현대판 귀족’ 메리토크라트의 배타적 특권 ― 피에르 랭베르
코퍼레토크래시(기업국가)의 시대가 열린다 ― 피에르 뮈소
대중 조작의 ‘사회공학’ ― 파블로 장상
헨리 포드의 엇나간 꿈 ― 그레그 그랜딘
[2부] 인간 이상의 존재들
외계인과 대화하는 법 ― 핀 브런턴
호모 사피엔스의 예정된 종말 ― 마르쿠스 베스나르
┗ 『프로스트와 베타』 ― 로저 젤라즈니
그렇게 우리의 운명은 수치화됐다 ― 댄 보우크
우주론, 21세기판 ‘러시아 이념’인가? ― 쥘리에트 포르
당신의 욕망에 맞는 가상 아바타가 돼보세요 ― 기욤 바루
[3부] 합의 속 혼란
삶을 테러하는 과학을 테러하다 ― 필리프 리비에르
죽지 말고 참아라! 과학이 100년 뒤 영생을 주리니 ― 필리프 리비에르
사이언스 픽션은 공동의 꿈의 영역 ― 잔지바르
현대의 불안을 극복할 힘은 상상력 ― 에블린 피에예
[4부] 대중서사가 된 SF
SF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 이지용
임시하는 로봇과 불임의 인간 ― 최애순
멸망하는 세계, 아이들은 살아 남는다 ― 최배은
미래의 냄새, SF가 선도하는 감각의 변화 ― 김성연
젠더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그녀’들의 꿈 ― 오윤호
미래의 인간은 고통에서 해방될까? ― 노대원
연대기
3) 책 속으로
예전에 SF는 약간 무시 받는 경향이 있었다. 초록색 소인들과 거대한 로켓이 등장하는 유치한 졸작을 읽는 독자는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10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조금 더 완화적 표현을 써서 SF는 긱(geek)이나 과묵한 공부벌레들이 탐닉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호의적인 표현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제 SF는 ‘사변 소설’ 범주에 섞여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상문학, 판타지, SF를 아우르는 이 멋진 명칭은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풍긴다.
- 에블린 피에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SF의 매력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고, 미지의 길을 개척하고, 현실과 사실을 비꼬아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치는 것일 테다. 바늘구멍 하나 없을 만큼 견고한 자본주의의 벽을 깨부수는 것은 당장에 무엇으로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이 공산주의적 상상력을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처럼, 어쩌면 SF적 상상력이 암담하게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그나마 잊게 해준다.
-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인류가 태양계의 규모와 구조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별)도 지구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외계인의 존재와 외계인과 소통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화성과 그 위성을 봤으며, 어떤 이들은 그곳의 운하와 수로, 메마른 도시를 보았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섬의 해안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빛을 본 것이다.
- 핀 브런턴
질병 치료의 혜택을 누리되 핵폭탄에 대한 걱정은 안 할 수 없을까? 전 세계와 인터넷 통신을 하되 감시를 안 받을 수 없을까? 기하학은 발전하되 탄도미사일 발사에 악용되지 않을 수 없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과학은 철저하게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민간용과 군사용, 치료제와 독약. 과학이 어떤 사회와 만나느냐에 따라 최고의 성과를 낼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 필리프 리비에르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은 오늘날 우리 인간에게 강조되는 ‘공감능력’이다. 그렇다면, 공감능력이 없는 인간을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 인간과의 공감이나 감정이입이 결여돼 오히려 안드로이드에게서 위안을 얻고 안드로이드와 감정을 나눈다면,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남아 있는가.
- 최애순, 계명대 조교수
조지 오웰의 작품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강한 영향을 받은 영은 소설 속에서 다가올 디스토피아를 묘사했다. 그가 묘사한 미래 세계는 ‘가장 지적인 사람들이 통치하는’ 악몽과도 같은 세계다. 소설 속 상황은 2034년 초에 발생한다. 소설 속에서 과장이 심한 사회학자로 등장하는 화자는 20세기 영국 사회가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에 의해 폭정으로 치달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하에 지능에 따라 사회적 위계가 결정된다.
- 피에르 랭베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 위치한 싱귤래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y)는 기업가들에게 인공지능, 신경과학, 나노기술, 유전 공학같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됐다. 이 학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라!(Be exponential!)”는 슬로건을 사이트에 내걸고 있다.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주요 창립자인 레이 커즈와일에 의하면, 인간은 2030년이 되면 자기 생각을 전자매체에 전송할 수 있게 되며 불멸(不滅)이 가능해진다. 호모 사피엔스가 퇴장하는 것이다.
- 마르쿠스 베스나르,
렌 제1대학교(Université de Rennes1) 학내 디지털 매체인 <와이드>(WIDE)의 편집장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보험업계의 일면은 보험사들이 그들의 현금 보유고에 필적하는 규모와 가치를 지닌, 방대한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련의 사이버 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사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개인정보를 도난당했다.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개인정보에 관한 문제를 환기시켜주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개인정보를 축적해온 것은 이 사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다.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빅 데이터’의 중요한 전조 현상이 드러난다.
- 댄 보우크
4) 미리보기
5) 필자소개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