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익숙함을 깨부수고 파편으로 재조립한 ‘박찬욱의 낯선 세계’
감각적인 표지로 돌아온 〈크리티크M〉 4호, 그 주제는 ‘영화감독 박찬욱’ 특집입니다. 그의 영화 철학, 작품들, 흥행 신화까지! 박찬욱의 모든 것을 크리티크M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집중조명했습니다.
박찬욱 영화를 보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유희는 무엇일까요?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지적이고도 독창적인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스토커〉,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의 셀 수 없는 대표작들은 대부분 원작을 가져와 ‘박찬욱 스타일’로 구현한 것입니다. ‘낯설게 하기’는 박찬욱이 영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작법입니다. 굽지 않고 튀기는 〈올드보이〉 속 ‘군만두’처럼, 그의 영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새롭고, 때로는 낯설기까지 합니다. 독보적이고 화려한 미장센으로 그려지는 박찬욱의 세계는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매료시킵니다.
인간의 ‘허무’와 극복의 몸부림
CHAT GPTㆍ가상화폐ㆍ복고를 말하다
〈크리티크M〉 4호는 현재 우리가 처한 펜데믹 속에서 사회를 새롭게 재건해 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다룹니다. 우리는 펜데믹 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했던 허무함, 무력감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근원적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문화평론가 이지혜는 문화계에서 ‘세기말’ 열풍이 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불안에서 벗어나, 과거의 향수로부터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죠. 또한 작가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죽음은 그렇게 허무하고 무력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외에도 〈크리티크M〉 4호는 제1회 신인평론가상 수상작인 〈나이트메어 앨리〉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리뷰를 게재합니다. 첫걸음을 내딛은 글들은 신선합니다.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글은 청년 캐릭터, 특히 여성 캐릭터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하며 작품 세계에 녹아든 신자유주의나 파시즘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이 밖에도 〈크리티크M〉 4호에서는 여러 최신 이슈들을 다양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GPT 인공지능, 이른바 버블이라고 불리우는 가상화폐, 흥행에 성공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경, 뜨거웠던 결말 논쟁까지도 제시합니다.
〈크리티크M〉 4호가 거대한 파도의 머리가 되어, 과거의 것들은 모두 쓸어버리고 새로운 혁명의 파도에서 헤엄치길, 부디 이 글들이 그 공론의 촉매가 되길 기대합니다.
목차
■ 책을 내며
“우는구나. 마침내.” - 안치용
■ [특집] 영화감독 박찬욱론
혼자 웃기의 미학 - 박찬욱론 - 김민정
사랑 예찬: 안개 속의 미결 사건 - 〈헤어질 결심〉 박찬욱 - 정문영
영화 〈헤어질 결심〉: 사랑의 부조리, 그 완성의 가도 - 지승학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현기증〉을 생각하다 - 김경욱
탈식민화의 하녀들: 〈아가씨〉 박찬욱 - 정문영
박찬욱론 - 금기의 도전자 - 김경욱
■ [사유] 국가란 무엇인가
“푸코식 규율 국가에서 들뢰즈식 통제국가로 변질” - 조르조 아감벤
보편성의 독점, ‘국가’라는 야누스 - 피에르 부르디외
마키아벨리즘에 맞서는 마키아벨리 - 올리비에 피로네
■ [뉴 커런츠]
〈재벌집 막내아들〉, 성공과 실패 사이 우리는 어떤 결말을 원했던가? - 김채희
가면 무도회와 ‘죽음의 무도’, 그리고 10·29 참사 - 김시아
지금-여기, ‘세기말’과 ‘Y2K’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 - 이지혜
MZ세대들의 불안 극복기 - 장윤미
튤립에서 암호화폐까지 - 이호
‘세젤똑’ AI 선생님에게 『순수이성비판』에 관해 묻는다! - 엄윤진
■ [기획]
나무 생명력 - 상상력 그리고 눈앞의 풍경 - 최양국
한국 전통의 장단을 보편적 몸의 언어로 제의하다 - 안치용
인문학의 원천 『창세기』 이야기 2 - 김창주
____ 꿈속의 산책 - 티무르 무이딘
■ [신인평론가상 수상작]
괴물을 위한 지하는 없다 - 김경수
자기 증명과 비극의 응시 - 이하늘
■ [바칼로레아]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몫인가?
책속으로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사랑을 우회하여 자신의 불쌍한 삶에 기적처럼 드리운 사랑의 아름다운 그림자를, 그림자만을 붙들고자 한 서래. 해가 지고 그림자가 사라지면 그림자를 보듬은 사람이 휘청거린다. 붕괴한다. 서래가 웅크린 웅덩이 앞의 모래더미가 찬란한 석양과 압도적 밀물로 웅덩이 속으로 너무 간단히 그래서 불쌍하게 쏟아져 내릴 때 우리는 차마 서래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에게 붕괴할 결심 말고 남은 것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붕괴가 그에게 사랑할 결심임을 안다.
- “우는구나. 마침내.” 中
스카티를 사랑하는 쥬디는 자신의 현재 모습 그대로 스카티와 다시 사랑을 나누기를 원하지만, 스카티는 진한 화장에 촌스러운 옷을 입은 노동계급의 쥬디를 사랑할 수가 없다. 스카티는 쥬디에게 매들린의 옷과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하도록 해서 그녀를 아름답고 우아한 귀부인 매들린으로 만든 다음에야 비로소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속담처럼 스카티와 해준의 사랑에는 ‘환상’이 개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사실 그 사람이 아니다! 이 환상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나르시시즘이다.
-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현기증〉을 생각하다 中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분단 문제를 다룬 이후, (한국) 사회의 금기를 건드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올드 보이〉에서는 근친상간,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사적인 복수, 〈박쥐〉에서는 가톨릭 신부의 일탈, 〈아가씨〉에서는 동성애를 다루었다. 금기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표현의 수위가 ‘포르노’의 경계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또 가톨릭과 죄의식, 용서와 구원, 인과율의 세계 등을 계속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강렬한 시각적 스타일에 잔인한 설정, 서스펜스와 판타지 그리고 플롯을 적절하게 구성함으로써, 금기에 대한 관객의 저항감을 완화시켰다. 다시 말해서 관객에게 불편할 수 있는 소재와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인 감각으로 적절하게 풀어냄으로써,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 박찬욱론 - 금기의 도전자 中
마지막 회가 방영되고 나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마치 불난 집 같았다. 두 번씩이나 덤프트럭을 살인사건 사주에 이용한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설정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듯 설정된 에필로그로 인해 인터넷에서 각색 작가들은 뭇매를 맞았다. 작가와 피디는 『재벌집』의 서사에 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원작자 산경의 세계관을 바꾸고 싶어 했다. 왜냐하면 산경의 세계는 복수와 욕망의 메타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재벌집 막내아들〉, 성공과 실패 사이 우리는 어떤 결말을 원했던가? 中
‘진정제’로는 진정되지 않는 ‘불안’이 ‘지금-여기’ 도처에 떠돌고 있었다. 팬데믹 기간 우리의 삶은 너무 많이 불안했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언제 전염병에 걸려 죽음 앞에 내던져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2년 꼬박 겪어야만 했다. 인간은 언젠가 다 죽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무력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세기말’이 유행하는 원인은 ‘불안’이 아닐까. 더 나아가 ‘허무’가 아닐까. 나는 이 세기말의 유행이 우연이나 유행의 주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허무’에서 비롯되었다고, 아주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철학자 하이데거의 ‘허무’를 빌려 주장하고 싶다.
- 지금-여기, ‘세기말’과 ‘Y2K’가 다시 유행하는 이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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