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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이번엔 눈 뜨고 코 베이지 말자
청년들이여, 이번엔 눈 뜨고 코 베이지 말자
  • 성일권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23.12.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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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및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금태섭,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정치에 혐오감이 큰 청년층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2030세대의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등장한 제3지대 2개 정당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한국의 고질적인 정파 정치를 청산하고, 여도 야도 아니고 좌도 우도 아니며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대로 된 정치’를 하겠다는 제3의 정치세력이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 것.

주목할 만한 것은 보수 야당의 가장 보수적인 인물이 만든 ‘새로운선택’과 진보적인 정의당의 간판 인물들이 만든 ‘세번째권력’이 뜻을 같이해, ‘새로운선택-새로운권력’을 공동 창당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특히 류호정이 보수 인사와 신당을 창당하기로 하자 정의당 당직자들과 당원은 자칫 진보정당의 맥이 끊길까 하는 우려와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창당대회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자이크된 정치적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그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의 공동대표로 나선 금태섭은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출신으로 평소 민주당에 ‘내부총질’도 종종 하고, 국민의힘 인사들과도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는 탈정파적 면모를 보여왔다. 조성주는 통합진보당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 보좌관을 거쳐,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종합상황실장을 보냈으며 정의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제3지대 확장을 주장해왔다(사족이지만, 같은 해 그가 정의당 간판을 달고 필자가 사는 마포구의 구청장 후보로 나섰을 때 필자는 진심으로 그의 ‘진보성’ 실현을 기원했다).

여기에 진보당 출신의 젊은 여성 정치인 류호정이 가세해 정당의 ‘꼰대’ 이미지를 탈색했다. 그리고 입당은 아직 미정이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 인재로 정치에 입문했으면서도 반노조 발언 등 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전 의원 양향자와, 최근 노골적인 비(非)재명계(이재명을 반대하는 정치세력)로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의원 이상민, 그리고 군사정권 시절에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뒤 국회의원을 5번이나, 그것도 모두 비례대표로 지낸 불사의 정치인 김종인을 초빙해 당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완성시키려는 전략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정치 9단 김종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이라는 거대 양당 모두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각 정당의 이미지를 살려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미 그의 역할 여부가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기에 관록의 정치인 나경원을 물리친 국민의힘 초대 당대표로서 윤석열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 된 이준석이 축하 게스트로 참석해, 신당은 나름 모양새를 갖췄다. 이들의 나이와 성별, 출신 지역도 세밀하게 의도한 듯 적절히 안배된 모습이다. 금태섭과 조성주는 서울과 인천, 류호정은 경남 창원, 그리고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양향자는 광주, 이상민은 대전, 김종인은 전북, 그리고 이준석은 서울이어서 지역 대표성을 가늠해볼 만하다.

연령대도 30대부터 80대까지 망라돼 세대 대표성까지 엿보인다(류호정 1992년생, 이준석 85년생, 조성주 78년생, 이상민 58년생, 금태섭 67년생, 양향자 67년생, 김종인 40년생). 기념사진 속의 이들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 총선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나이, 출신, 성별, 배경 모두 다른 이들에게는 단 하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들이 한때 열렬히 지지하며 몸담았던 정당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은 아직 정강(政綱)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청년층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새로운선택’은 격주로 금요일마다 ‘치맥 정치토론회’를 개최하며 청년층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고, 조성주와 류호정이 각각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세번째권력’도 정의당 내 청년층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하고자 만든 의견 그룹이다. 하지만 조성주와 류호정은 정의당 집행부와 당원들로부터 탈당압력을 받고 있어, 청년층의 호응이 지속될 것인지 의문이다. 양향자의 ‘한국의희망’은 정치학교를 설립하며 당에서 활동할 청년 정치인을 모집하고 있다. ‘새로운선택’은 공천 과정에서 일부 청년들을 기용하는 것을 넘어 청년이 당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평론가들은 검사들을 요직에 총동원한 ‘막가파식’ 검객(檢客) 정권에 불안함을 느껴온 유권자들과 당권 경쟁 속에 친이재명이냐, 친이낙연이냐의 논란에 대한 염증을 가져온 유권자들이 제3의 정당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당의 운명은 무당파가 많은 청년층의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달렸다고 한다. 금태섭은 “4월 총선에서 30석을 얻어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2027년 대선에서는 집권에 도전하고, 2032년까지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라며, “소위 87년 체제,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이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개헌을 통해 내각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을 탈당한 조성주 공동대표는 “현 정부 들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과 탄핵이 시행됐다”라며, “팬덤과 비토만 남은 양당 정치는 저성장 시대 혁신과 번영,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 등 절박한 시민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의당 측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 “정치가가 자기 진영과 정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배신의 정치가 아니다. 합리적 진보도, 개혁적 보수도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병역 성평등 등을 제안한 그는 청년주택기금 조성, 사교육 준공영제 운영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인, 이준석, 이상민, 양향자 등도 제3정당의 창당의의를 피력했고, 민주당 분당설의 중심에 있는 민주당 전대표 이낙연도 영상축사를 통해 “새로운선택과 세번째권력의 도전과 문제의식을 이해한다. 충정에 공감한다”라고 전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청년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중요한 존재라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참석자들은 양당 정치의 폐해와 제3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정치적 도전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청년층의 정치적 냉소와 혐오가 날로 점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는 ‘모자이크’ 정당이 어떻게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도 청년 정치인 류호정이 진보정치를 포기하고 보수세력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한 청년들의 냉소적 시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21대 대선에 이어, 22대 대선에서도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 현 정권의 탄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젊은 정치인 이준석에게 기대를 걸만하지만, 아직 그는 자신의 선택을 유보 중이다. 대권의 꿈을 크게 꾸는 이준석에게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이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서로 다른 경륜과 여정을 지닌 정치세력들이 화학적 융합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에 늘 속고 당해온 청년들이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제3의 정치세력의 출현 앞에서 과연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낼 지 자못 궁금하다. 또한 이번에는 정치권이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꿈을 키워줄지, 아니면 여느 때처럼 청년들을 쓰고 버릴지 지켜볼 일이다. 

청년들이여, 두 눈을 부릅뜨자! 더 이상 코 베이지 말자.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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