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구매하기
[이인숙의 문화톡톡] 예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인숙의 문화톡톡] 예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이인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4.08.12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예술은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감동을 느끼며 삶에 자극과 이해, 그리고 공감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예술의 범위와 장르가 너무 다양하고 넓어서 정말 그런 것인가에 대해 애매함을 느낄때가 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모호하고,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나만 그런 것인가? 꼭 무엇인가를 밝혀내고 확인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예술은 미적(美的)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네이버 지식백과)이다” 라고 한다. 이 또한 알 것도 같긴한데 막연하고 어딘가 모르게 너무 현실감이 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임두빈(1998)은 “진정한 예술은 인간의 인격 전체에 깊이 내재되어 있고 표현해 내고자 하는 욕구와 원초적인 재능에서 태어난다. 생명력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재에 대한 심화된 미적 표현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미적 표현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정의는 무엇인가? 감히 어떤 것이라고 정의 내리기엔 나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여 단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미적 표현에 대한 가치나 기준 또한 명확하게 드러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보통 예술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일반과 소통한다. 첫째, 작가의 시각으로 작가가 인식하고 있는 세계관, 즉 현상, 상황, 환경, 사물, 인간, 사회, 가치, 미래,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 그리고 둘째, 그 작가의 시각을 통해 인식된 현상들을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가. 세째, 작가가 완성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어떠한 해석으로 작품의 가치를 두는가. 이 세 단계를 거쳐야 예술작품은 비로서 완성된다고 한다.

 

김이두 어린이(7세)의 창의적인 작품
김이두 어린이(7세)의 창의적인 작품

미적인 체험과 이해는 개인적으로 연령, 교육, 종교 경제, 성향, 경험, 가정환경에 따라 다른 기준이 설정되어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시대별, 환경별, 시공간별로 차이가 심하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해석과 이해가 이처럼 모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인류의 역사와 발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어 왔고 그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인류와 함께할 것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럼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기능과 역할로 시대적 요구와 인류의 삶에 가치를 제공하며 문화의 세대에서의 예술의 영향력을 확대 갈수 있을까? 예술의 현장이라고 흔히 말하는 전시장, 공연장, 무대를 찾는 충성된 관객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그 수적인 증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예술작품의 현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적으로 감소해 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작품으로의 예술 이외의 다른 기능을 확대하고 공유해야 하지 않겠는가!

예술은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여겨 졌다. 예술분야의 전문인재의 배출도 예술가 혹은 예술교육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술은 작품의 가치와 깊이에 몰두하기 때문에 그 영역을 확대하고 폭을 크게 넓히지 못했다.

그러나 예술작품 중심의 예술활동도 중요하지만 예술의 여러 이점이나 교육적 효과 산업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 생활의 예술화, 심리적 정신적 회복과 치유.소통, 예술을 통한 지역의 가치화  등 예술의 기능과 역할은 다양하다. 나아가 예술은 구성원의 심리적 만족과 안정, 공감과 화합, 타인의 이해와 배려를 생성해 내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활동이다.

문화산업으로서의 예술, 심리적 정신적 치유로서의 예술, 인성교육과 예술교육으로서의 예술, 생활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위한 삶 속에서의 예술, 놀이와 자기실현으로서의 예술,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높이는 예술의 영향력 등 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확대 시켜야 할 것이다.

현대의 소통방식, 정보의 전달 방식, 매체를 활용하는 방식 등의 변화와 발달로 편리함과 다량의 소통, 다량의 정보를 확산 할 수 있는 편리함과 신속함의 이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기술의 발달과 소통방식의 변화는 또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중속의 소외감, 얼굴 없는 다수인과의 정체 없는 대화, 무분별한 다량의 정보, 사람보다 기계와의 매마른 소통, 누구와 이야기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공허함과 매채의 활용에 익숙치 않아 소외되는 신 문맹층의 출현, 단 몇 분이라도 핸드폰을 보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 보이스피싱의 피해 등 수 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과 함정이 늘 가까이 있다. 현대인은 또 다른 불안과 누구에게서인지도 모르는 공격의 가능성에 늘 긴장과 두려움을 안고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서의 예술의 역할과 필요성은 더더욱 강조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술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공연 무대
예술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공연 무대

 

예술과 치료 (Arts Therapy)

예술은 중요한 두개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하나는 표현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 심리적, 철학적 소통이다. 표현과 소통이라는 두 속성은 예술작품으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하고 이 두 속성에 기반하여 인간의 정신과 심리의 치유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정신과 심리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치료의 이론과 실제(김선명. 김준형 2021)에서 “참된 예술은 단순히 기술적 숙련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 속에 영혼이 호소하는 정신적 깊이가 있을때 가능하다. 예술의 본질은 감성적쾌감을 수단으로 영혼의 깊이를 전달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예술에서는 기능적인 기술보다도 인간의 인간을 향한 정신적, 심리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라고 말한다.

예술치료의 역사는 원시시대의 제의식(祭儀式)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식(儀式) 중에 반복되는 춤과 노래, 의식이 진행되는 오랜시간 같이 집중하고 함께 춤추며 긴장을 해소하고, 집단무의식에 도달하면서 카타르시스(Catharsis)에 다다른다. 이를 통해 치유적 효과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무의식속 심리적 상처나 불만, 두려움 등을 표출해 내어 긴장과 불안을 해소시키는 원시시대의 개인의, 그리고 집단의 신체와 정신의 정화(淨化) 방법이었다. 프로이드(Freud.S)는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본능적 충동과 억압된 욕구를 승화(昇華) 할 수 있다고 하였고, 융(Jung.C)은 집단 무의식의 개념을 통하여 원형이미지의 구현으로써 예슬을 정의 하였다.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충동 욕구를 예술활동, 종교활동 등 사회적, 정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치환(置換)하여 충족시킴으로 정신적, 심리적 치유를 가져오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의 예술치료(예술심리치료) 분야는 무용치료(움직임&동작 치료)와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영화치료, 사진치료, 독서치료, 놀이치료 등 다양하다. 나아가 다양한 각 예술장르의 단일적 치료 방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학, 예술, 공학 등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대상과 증상, 진행단계에 맞는 통합예술치료의 디지털 표준화를 구축하는데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Arts Educare 아트 에듀케어

에듀케어(Educare)는 교육의 Education과 돌봄, 보살핌, 배려의 Care가 합성된 언어이다 즉, 아트에듀케어는 예술을 통한 교육과 보살핌을 통합한 개념이다. 예술교육과 예술을 통한 교육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예술교육은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예술을 통한 교육은 예술의 창작과정이나 예술의 기능을 숙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미적. 정신적, 신체적 가치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창의성,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여 소통이나 교류에 문제가 없게 하거나 박자감각을 통한 시간적 감각의 체득하게 하고 공간에서의 나의 위치, 사물의 배치, 크기, 방향, 높고 낮음, 현실 공간과 상상의 공간에서의 균형, 그리고 동작과 움직임을 통해 나의 몸을 바르게 인식하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하게 하여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 나아가 효과적인 움직임의 에너지 사용으로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가는 것 등 예술을 통해 얻어지는 실질적인 경험과 교육은 책을 통해 얻어질 수 없는 교육이다.  생활에의 적응, 나의 역할과 타인과의 조화, 배려 등 다양한 경험과 체험, 능력을 체득하게 하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예술을 통한 교육이라 사료된다.

예술에듀케어는 보호와 보살핌의 차원을 넘어 사전적(事前的) 예방차원에서도 필요하며 기능적, 기술적인 효과를 초월하는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건강, 사회에서의 역할 및 소속감을 길러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인간은 보호와 배려, 치유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불확실한 미래, 갑자기 닥친 고난,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와해, 생계의 위협, 자연재해의 공포,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우울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도 더 많은 심리적, 정신적 불안과 문제에 노출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펜데믹을 겪으면서 맞이한 급격한 변화와 부적응 등, 우리가 알수 없는 더 많은 문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AI, SNS, 가상현실,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데서 오는 소외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방식 등등  이러한 시대의 부작용과 불일치, 불만족을 해소하고 정서와 심리적 이상(異常)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기능으로서의 예술의 역할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예술을 통한 심미적, 정신적, 심리적 건강의 새로운 페러다임

예술은 재능과 창의성을 자랑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며 인지적 선물이라 말한다. 즉, 인간의 근본적 욕망은 나를 표현하고 싶어하고, 내가 아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과 상상력의 발휘는 예술성에서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인류 역사와 발전에 기여하여 왔다.

인간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때 뇌에서는 뇌의 여러부분이 활발하게 연결된다고 한다. 예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융합하고 합성하고 재 조직 하여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 또한 어려운 창의적 작업이다.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보는 이의 뇌안에서 재창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에술작품은 순간의 기쁨을 넘어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뇌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 항상 반응하는 영역이 있는데 눈 뒤쪽에 위치한 내측 안와전두엽이라는 곳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라 한다. 이곳은 또한  보상과 기쁨을 느끼는 영역이기도 하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판단하고 쾌락의 경험을 구성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 인간은 쾌락을 경험하게 되는데 더 아름답다고 느낄수록 내측 안와전두엽은 더 크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양적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주관적인 경험을 양적으로 측정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보았을때 사람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인 것이라 여기게 되는데 그것은 모두가 비슷한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뇌는 창작을 할 때나 감상할 때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좋은 음악이나 좋은 그림을 볼 때 도파민을 분비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더 뛰어난 예술을 적극적으로 찾고 발견할 수 있도록 뇌에서 자극을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기쁨을 감상자에게는 감상의 즐거움을 주고 소통하며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임을 알수 있다.

뇌과학자 에드워드 베슬은 인간의 뇌에는 편하게 쉴때 작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영역과 반대로 우리가 일을 할때 작동하는 테스크 포시티브 네트워크(Task Positive Network)의 영역이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모두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미술 작품에 감동 받는 순간의 뇌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두가지 모드가 동시에 연결됐다고 한다. 즉 내면이 외부의 세상과 연결되는 특별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은 서로 다르고 알지도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게 하며 연결되게 하는 힘이 있다. 나아가 과거와 현재, 미래에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고 소통하고 공감한다. 이러한 예술의 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예술은 문화에 속해 있으며 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한다. 특히 미적인 가치와 감정이 중시되는 직관적 특성을 지닌 창작활동이다. 표현과 소통의 중요한 속성을 지닌 예술은 자아를 인식하게 하고 회복과 치유적 과정을 제공하며 언어적 방법은 물론이요 비언어적 방법 까지도 모두 가능케하는 인류의 중요한 소통과 치유의 방식 중 하나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예술은 인류의 감정, 정서, 심미적 안목은 물론이고 정신건강 및 심리적 신체적 건강의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 갈 것이다.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전공.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한국ESG위원회 공연예술위원회 위원장, 북경수도사범대학교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부학장역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이사,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EINSchool대표이사, 청주시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