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올여름도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여느 중년처럼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다음에 걷는 습관이 있는데, 점심 식사 후 산책은 사실상 7월 들어 포기했다. 식사를 핑계로 조금 먼 곳으로 가서 오가며 걸을 수를 채우는 술수가 이런 날씨엔 동행에게 통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걷는 방향에서 한여름엔 조금이라도 덜 걷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땐 식사 후에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도시의 대로변을 걷다 보니 저녁 시간에도 후끈하다. 귀가하면 땀에 젖어 있기 마련이어서, 빨랫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두 번째로 샤워하며 아까운 수돗물을 낭비한다.
나날이 더워지고 있다는 판단이 심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실제로 매년 더워지고 있다. 세계 주요 6개 기관 자료를 근거로 매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분석해 도출하는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대비해 1.45℃ 올랐다. 표본오차(±0.12)를 고려하면 1.57℃까지 상승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2015년 파리기후 협약에서 인류가 합의한,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까지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합의한 목표는 2.0℃였고, 이후 특별보고서를 통해 1.5℃로 낮췄으나, 통상 파리기후 협약의 합의로 본다.)
2023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174년 지구 기온 측정 역사에서 가장 높았다. WMO에 따르면 2023년 이전에 가장 따듯한 해는 2016년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17~1.41℃ 높았다. 지금 추세로는 2024년, 2025년에 계속해서 신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극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2022년 10월~2023년 9월까지 북극 표면의 평균 온도는 0.76~0.77°C로 1900년 이후 6번째로 따뜻했고, 2023년 여름(7~9월)은 기록상 가장 따뜻했다. 북극권이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녹으면 지구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지난해에 이미 파리협약의 목표를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시쳇말로 이제 볼 장 다 본 셈이다. 작금의 인류 모습에서 구약성서를 떠올리게 된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많은 선지자가 경고했으나, 완악한 이스라엘 백성은 경고를 무시하고 망하는 길을 걸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당신이 기후위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10 ways you can help fight the climate crisis)’을 제안한다. 공공과 시장을 겨냥한 제안이 아니라 개인과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지 실제 효험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내용이 대체로 수긍할 만하다는 데에 큰 이견은 없다.
1. Spread the word(말을 퍼트려라-‘말’은 기후위기에 관한 것)
2. Keep up the political pressure(정치적 압박을 가하라)
3. Transform your transport(교통수단을 바꿔라)
4. Rein in your power use(전력사용을 억제하라)
5. Tweak your diet(식단을 바꿔라)
6. Shop local and buy sustainable(로컬제품, 지속가능한 상품을 구입하라)
7. Don’t waste food(음식을 버리지 마라)
8. Dress (climate) smart((기후) 스마트하게 옷을 입어라)
9. Plant trees(나무를 심어라)
10. Focus on planet-friendly investments(친환경 투자에 집중하라)
원래 말씀을 전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었다. 주일설교를 비롯해 교회에서 이뤄지는 많은 말 가운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는 말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 같다. 말을 전하는 권한을 독점한 목사들이 실상을 잘 모르거나 무책임해서 그런 건 아닐까. 창조세계의 위기를 전하는 건 당신들 책임에 속한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ㆍ전 경향신문 기자, 한신대 M.div 및 신학박사 과정 수료. 협동조합언론 가스펠투데이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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