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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페두사의 난파자들
람 페두사의 난파자들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3.11.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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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만 해도 자기 나라의 억압적인 정치체제에서 탈출한 망명 신청자는 부자 나라들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그 당시에는 난민들이 ‘자유를 선택했다’, 즉 서방세계를 선택했다고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베를린에는 1961년에서 1989년 사이에 도시를 둘로 갈라놓은 벽을 넘다 목숨을 잃은 서른여섯 명의 탈주자를 기리는 박물관이 세워졌다. 

지금 이 순간에 ‘자유를 선택하는’ 수십만 명의 시리아 사람들과 소말리아 사람들, 에리트레아 사람들은 그때처럼 열렬하게 환영받지 못한다. 지난 10월 12일 람 페두사에서는 기중기를 동원하여 난파로 목숨을 잃은 3백여 명의 시신을 전투함에 실었다. 이 ‘보트피플’에게 베를린 장벽은 바다였던 셈이다. 그리고 시칠리아 섬은 그들의 묘지였다. 그들이 죽고 나서야 그들에게 이태리 국적이 주어졌다.

아마도 그들의 죽음은 일부 정치 책임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브리스 오르트푸 전 프랑스 내무장관은 “서유럽 국가들이 람 페두사의 난민 유입을 막는 사회정책을 손질하자, 난민들이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 정부가 후한 사회정책으로 난민들을 유럽의 해안으로 유인한다고 비난한다. “국가에서 의료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우리 영토에 와서도 우리의 관례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기본부담금을 50유로까지 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에게는 이제 결론을 내리는 일만 남았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사회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야말로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렇게 할 수단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오르트푸가 과연 160만 명이나 되는 아프간 사람들이 파키스탄의 사회지원 정책에 유인당하여 이 나라로 피난을 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건 알 길이 없다. 아니면 과연 4만 명이나 되는 시리아 난민들이 요르단에서 망명 허가를 받은 것이 국민 1인당 소득이 프랑스의 7분의 1에 불과한 이 왕국의 관대함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것 역시 알 길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서방세계는 자신들의 번영과 자유를 들먹이며 뽐냈고, 자신들이 마치 파성추(破城追)처럼 다른 이념을 가진 체제들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쭐댔다. 그런데 지금의 서방세계 지도자들 중 일부는 모든 사회보호제도를 서둘러 붕괴시키기 위해 난민들의 조난을 이용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난민들이 거의 항상 그들의 나라만큼이나 가난한 나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불행의 배후조종자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유럽연합은 이미 파열점에 가까워진 이 나라들에게 ‘비열한 운명의 보트 비즈니스를 중단시키라’(1)고 촉구하거나, 아니면 이 불청객들을 추격하든지 강제수용소에 억류함으로써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고 지시한다.(2) 그러나 이 모든 게 오래 가지 못할 테니, 이 같은 행위는 참으로 비열하다. 구대륙은 언젠가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다시 젊은 이민자들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말투가 바뀌고 벽이 무너지고 바다가 열릴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이재형

(1) 유럽의회 국내문제 담당 의원인 세실리아 말므스트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비아와 튀니지를 비난하였다(2013년 10월 11일).
(2) Alain Morice et Claire Rodier, <유럽연합은 어떻게 자신의 이웃들을 가두는가(Comment l’Union européenne enferme ses voisins)>, Le Monde diplomatique,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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