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제철에서도 대리점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밀어내기 과정에서 가공매출에 따른 탈세 및 협력업체 부당지원이 있었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지난 23일 <월요신문>에 따르면, 2013년까지 현대제철 대리점을 맡아 운영하던 푸른철강 김덕선 대표는 “현대제철이 30억원대의 탈세를 했다”며 올해 2월 국세청에 신고를 했다.
그는 “현대제철의 과도한 밀어내기로 부도 및 도산을 당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대기업의 횡포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국세청에 공익 제보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와 같은 내용을 국세청에 신고하면서 현대제철 전 간부였던 A씨와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함께 제시했다.
이에 국세청은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7월 말 김 대표에게 탈세 제보에 따른 포상금 2582만5000원을 지급했다.
조사 결과 국세청은 “탈루금액 및 시기 등 선매출 부분에 대한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조세포탈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B사에 판매단가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돼 이를 접대비로 보아 탈루세액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받은 포상금은 탈루세액에 법이 정하는 지급 이율을 곱해 산정된 금액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이의 신청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및 조세심판원 등에 진정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대제철의 가공매출, 어떻게 생겨났나?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덕선 대표가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그룹 최상부층 지시로 선매출을 잡고 물량 밀어내기를 진행했다.
녹취록에서 현대제철 전 간부 A씨는 “현대자동차가 하듯이 차를 팔지 않았는데 대리점에서는 팔았다며 계산서를 끊는 방식으로 밀어내기 매출을 했다”며 “한번에 50억은 아니고 20억, 10억씩 나눠서 계산서를 끊었다”고 말했다.
영업팀에 할당된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자 회사 윗선에서 가공매출 지시가 내려왔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판매가 된 것처럼 서류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세법에 의하면 실물거래가 없는 가공경비 계산은 조세포탈에 해당된다.
이에 현대제철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광주영업소 산하 군산 소재 대리점인 B사는 거래처인 C사로 50억원 가량의 물량을 전달했다.
하지만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과도한 물량 밀어내기에 C사는 결국 파산을 했고 결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대리점 B사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됐다.
당시 현대제철은 B사에 일단 물건을 발주했으니 결제를 하라고 했고 이에 B사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제철에게 책임을 지라며 책임지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B사에 대한 입막음을 위해 판매단가를 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50억원 가량의 부당한 지원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현대제철) 박승화 부회장이 ‘30억원을 세팅해서 줘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50억원 전액을 현대제철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고, 30억원에 대한 출처만 확실히 알고 있어 그 부문에 대해서만 탈세 제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덕선 대표는 현대제철 측과 거래를 하다가 대금연체로 인해 거래가 끊긴 상태”라며 운을 뗐다.
물량 밀어내기와 가공매출 의혹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세청 조사에서도 혐의가 없다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B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국세청으로부터 탈루세액을 추징당한 것에 대해서는 “일부 회계처리가 잘못돼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