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의 말뿐인 '상생협력'
LG전자의 ‘협력사 죽이기’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LG전자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구본무 LG회장은 "혁신은 상생협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계속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이에 아직도 현재징행형인 LG전자와 협력업체 ‘미래지원’ 대표 강모씨와의 질긴 싸움을 되짚어봤다.
최근 경향신문에 따르면 LG전자와 강대표 사이에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은 지난해 6월 검찰이 LG전자 창원사업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내부문건’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 협력업체인 ‘미래지원’을 운영하고 있던 강대표는 LG전자가 미래지원과 2차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 지불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내용증명을 2008년 9월 LG전자 측에 보냈다. 하지만 LG 측은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강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했다. 이듬해 공정위는 LG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또 다른 협력사(TK전자) 임원들을 매수해 강대표를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정황이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건에는 ‘강대표의 공정위 신고가 최소화되도록 횡령, 배임 혐의의 압박을 가속화’를 진행하라고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강대표의 친인척관계인 A씨를 금품으로 회유한 정황도 포착됐다. 내부문건에는 LG 측은 A씨의 생활고 고충이 크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착수금, 사례금, 전세보증금 등의 지원을 통해 A씨를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강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 등에서 강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진정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내부문건 등으로 창원지검 마산지청(서홍기 지청장)은 LG전자 임직원 4~5명을 무고, 교사 등의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이후 검찰은 LG전자 권모 부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권 부장은 회사 돈 2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해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이 강대표를 고발한 이들에게 지급됐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표에 대한 ‘청부고발’ 외에도 LG전자 측은 전담팀을 만들어 강대표를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내부문건에는 ‘강대표 동향 지속관찰 실시’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대표와의 만남, 강대표의 요구사항, 강대표가 묵은 호텔, 장기투숙 흔적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강대표에 대한 공작 수준의 무력화 전략은 LG전자 차원의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부문건에는 ‘공정위의 과징금 리스크를 안고 강경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 본부 의사결정에 따름’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LG전자가 경찰관 간부인 윤모씨에게 뒷돈을 주고 협력사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2009년 5월 LG전자 협력사(TK전자) 임원이던 김모씨가 LG전자로부터 300만원 가량을 받아 경찰 간부 윤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LG전자에서 2억5000만원을 받아 강대표에 대한 ‘청부소송’에 가담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인물이다.
또한 경찰로부터 받은 정보가 기록된 내부문건에는 수사관 변경 시점, 조사 시간, 투입 인력, 검찰 협조요청 사항, 검찰 지휘 내용 등 경찰의 움직임도 체계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G전자 측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머니위크 보도에 따르면 LG전자의 협력업체 죽이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5월 당시 모 매체는 LG전자가 기업체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협력사 대표를 뒷조사한 후 관련 문건을 돌려봤다고 보도했다. LG전자 창원공장 DA본부 구매팀 직원들이 2007년 8월 해당 문건을 작성했고, 이 문건에는 협력사 대표 B씨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들이 주로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B씨는 LG전자 창원공장 대표이사와 구매팀 임원을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B씨는 결국 기업인수에 실패했고 회사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시 LG 측은 협력업체 사장들을 파악하기 위한 통상적인 문건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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