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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전력산업 민영화를 둘러싼 전쟁
아프리카 전력산업 민영화를 둘러싼 전쟁
  • 오렐리앵 베르니에 | 환경학자
  • 승인 2018.01.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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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가운 태양>연작, 2014 - 타히르 카르말

아프리카에 전기를 공급하자는 발의는 수없이 제기돼 왔다. 2012년에 UN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했다. 이 정책의 목적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아프리카가 첫 수혜지역으로 지목됐다. 2013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탄자니아 국빈 방문 당시 아프리카개발은행과 세계은행 협력하에 추진하는 ‘파워 아프리카’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개발처(USAID)가 시범운영하며 미국기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법적 자문과 대출 및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아프리카에 전기공급, 과연 아프리카를 위한 것?

2015년 10월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 당사국총회(COP21)가 개최되기 전날 세계 주요 20개국은 관련 장관 회의를 처음으로 소집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에너지 접근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한 달 후 장 루이 보를루 프랑스 전 환경부장관은 “2025년까지 아프리카에 사는 6억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아프리카를 위한 에너지’ 재단을 창립했다. 비방디, 카르푸, 제이씨데코, 부이그, 프랑스 전력공사, 다쏘, 에파주, 엔지, 오랑주, 슈나이더 일렉트릭, 토탈, 베올리아, 뱅시 등 유명한 협력 업체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2015년 말에 개최된 COP21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AREI)에는 아프리카 54개국이 참여했다. 

참여국들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설치용량을 10GW(기가와트), 2030년까지 300GW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총동원하자고 천명했고, 이에 따라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은 아프리카 동맹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현 생산량의 10배에 달한다(이 증가분은 지금부터 2040년까지 전체 전력 성장률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 없이도 아프리카의 전기 공급량은 증가할 것이다.

일본, 유럽연합, 서방 8개국(독일,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은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을 위해서 프랑스가 발표한 20억 유로를 포함, 총 85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안에 의하면, 기금은 선진국에서 부담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시행을 관리해야 하며, 해당 국가의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명하는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2017년 3월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부의장이자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의 ‘프로젝트’ 팀을 총괄하는 유바 소코나 교수가 돌연 사퇴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말리 태생의 과학자인 유바 소코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은 어김없이 유럽 국가들이고, 그 결과를 아프리카 국가들에 강요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EU 국가들이 프로젝트를 19건이나 승인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 시민사회기구 소속 협회 200개는 ‘유럽은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을 그만 악용하라’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의 여러 국가를 지목하며 이들이 유럽의 에너지 다국적 기업과 연구소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를 아프리카에 강요하는 처사를 비난했다. 세골렌 루아얄 환경부 장관이자 COP21의 의장은 2016년 9월 20일에 발간된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 실시될 신재생에너지(수력, 지열, 태양열, 풍력 등) 프로젝트와 계획을 무려 240건이나 알렸다.(1)

왜 이토록 중복발의가 많은 것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아프리카는 전기가 부족해 발전을 못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한결같이 환한 전등 아래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보여준다. 사업을 논의할 회의실, 투자나 보증 기금, 대부, 전문지식 등 이들이 제시하는 수단 또한 한결같다. 그리고 한결같이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발의의 토대가 되는 창립선언문은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세속적인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 이후 서구국가들이 전력산업의 민간참여를 확대하자 해당 분야 대기업들 간의 경쟁이 뜨거워져, 흡사 전쟁을 방불케 했다. 유럽과 북미의 전력 시스템은 생산과잉 상태이며 따라서 이 지역의 성장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라

외국기업들은 아프리카 시장을 한층 유리하게 장악하기 위해, 약 30년 전부터 진행된 시장자유화 과정을 이용했다. 20세기에 많은 국가가 공기업이 발전·송전·배전을 독점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공기업들은 재원 부족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프리카개발은행조차 이런 공기업을 지원하는 대신, 민간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점차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을 권장했다. 전력의 생산 및 판매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송전은 투자금액이 높고 유지보수도 자주 해야 한다. 따라서 경쟁에 적합하지 않아 ‘자연독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 세 활동이 구분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력의 생산과 판매는 민영화하고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하지만, 공급망은 (공공 서비스 영역 내에서) 독점체제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논리는 유럽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 같은 공기업의 민영화에 적용됐다. 

1998년에 코트디부아르는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으며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전력부문을 민영화했다. 1952년에 설립된 코트디부아르에너지전력공사는 민간기업인 코트디부아르전력회사(CIE)에 매각 및 인수돼, 국가는 코트디부아르전력회사의 지분을 15%만 보유하게 된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전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프랑스 투자회사 에라노브는 코트디부아르 전역에서 발전·송전·배전을 관리하고 전력의 판매·수입·수출을 담당 중이다.(2) 코트디부아르의 전력회사 민영화는 모범사례가 됐고 이후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력부문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민영화했다. 

2014년 앙골라는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8억 유로를 지원받으며 전력시장 개혁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목적은 ‘전력시장을 높은 수준으로 개혁해 포괄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공적 자금 관리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2014년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민관협동기관’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며,(3)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다소 고전적인 논리를 통해 ‘자연독점적인 송전 시스템은 공공 서비스 영역으로 남겨둬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4)

나이지리아의 2016년 기준 인구는 1억 8,600만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다. 국제개발처가 주도한 나이지리아 전력부문 민영화 방안은 오바마가 만든 파워 아프리카 정책의 하나로 즉각 실행됐다. 이는 국제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추진방법과 동일하다. 국가는 외국자본 유치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우간다 전국 전력 생산량의 절반이 백나일강 수계의 빅토리아 호수 근처에 있는 부자갈리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30년 전에 캄팔라(우간다의 수도)는 부자갈리에너지유한회사와 협력을 체결했고 이 때문에 전기료가 폭등했다. 2015년 댐에서 발전되는 전력원가는 킬로와트시(kWh)당 2센트지만, 국가에 판매되는 가격은 11센트에 달했다. 부자갈리에너지유한회사의 경영권은 이스마일파 종교 지도자 아가 칸의 개인개발회사와 미국회사 시더글로벌파워가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미사용 탄소 크레딧의 보고”

한편 아프리카 전력시장의 규제 완화가 투자유치를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의 노후화, 정치적·법적 안정성 부재, 채권회수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자들은 주춤한다. 따라서 이들을 유인할 방안이 필요한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그중 하나다. 태양열발전소와 풍력발전소를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이전하면 시설비가 낮아진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기관의 압박으로 유럽과 유사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실행해야 한다. 즉 배전을 담당하는 공기업이, 민간기업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태양열, 풍력, 수력) 전력을 평균가보다 높은 보증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급속한 민영화를 가져왔다. 2015년 티에르노 보카 톨 아프리카 바이오 연료 및 신재생에너지 회사(Saber)의 최고경영자는 “마침내 국외자본이 아프리카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았다. 다름 아닌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다”라며 환호했다. “투자수요는 엄청나다. 공공분야의 발전차액지원제도는 투자위험을 낮춘다. 기술이 발전하면 수익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5)

CAC40에 상장된 많은 프랑스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 6월에 세네갈은 다카르에서 북쪽으로 130km 떨어진 곳에 있는 시너지라는 태양열발전소에 전력공급망을 연결했다. 이는 서부 아프리카 발전시장의 최대 프로젝트였다. 이 발전소는 세네갈의 국부펀드인 퐁시, 프랑스 투자회사인 메리디암, 엔지 계열사인 건설업체 솔레르디렉이 소유하고 있다. 한편 컨버터와 변압기 제조업체인 슈나이더 일렉트릭, 에파주, 뱅시 등 다른 프랑스 기업들은 건설에 참여했다.

탄소금융도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탄소 당량’의 구매와 판매 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 이상 배출한 회사는 배출권을 사야 하지만,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회사는 탄소 크레딧을 발행해 판매할 수 있다.(6) 국제기관과 민간 기업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압박해 탄소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법을 채택했다. 탄소 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전도유망한 신규 업체들이 등장했다. 일례로 2009년에는 한 젊은 프랑스 법학도는 ‘에코쉬흐 아프리크(Ecosur Afrique)’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모리셔스 섬에 있는 이 회사는 자문, 프로젝트 개발, 탄소 크레딧 국제 거래 등 세 가지 활동을 한다. 현재는 ‘아에라(Aera)’로 이름을 바꾸고 파리로 이전했다. 창립 이후 탄소 크레딧이 2억 6,300만 유로 정도 교환됐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창립자는 말한다. “아프리카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탄소 크레딧의 보고”이기 때문이다.(7)

이런 제도들뿐 아니라, 초저금리와 국가주도 개발기금 및 보증을 통해 ‘아프리카에 전기를 공급’하려는 민간투자는 쉽게 결집한다. 하지만 투자 이후에는 전력판매 수익이 나야 한다. 이때 각기 다른 기술을 수반하는 두 가지 수익모델이 있다. 첫 번째 모델은 전국망과 연계되지 않은 소규모의 국지적 지역망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모델은 대규모 발전소를 지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2016년 영국계 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오프그리드: 보편적 전기 접근을 가속하는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기화를 분석했다. 연구는 전국 연결망을 확장한다고 해도 언제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으며 미니 그리드나 독립형 발전시설 같은 보완책을 개발할 것을 권장한다. 민영화 논리에 따라 이런 시스템은 공공 서비스로 제공되는 대신, 민간 컨소시엄에 의해 개발 및 운영된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 빠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빈곤층의 전기료 수납문제다. 2000년대 이후 선불 계량기가 아프리카 곳곳에 퍼졌다. 소비 후에 고지서로 내는 대신, 소비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제한된 용량까지 전기를 소비할 수 있고 한계치를 넘으면 자동으로 전력이 차단된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에너지 회사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2015년 말에 코트디부아르전력공사는 코트디부아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동통신 업체인 오랑주와 제휴해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징수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을 피할 수 있는데다가, 계량기 검침원도 필요하지 않다.

대형 발전소 활용계획과 중국의 투자약진

경제성이 확보된 또 다른 모델은 독립형 발전 시설과 달리, 대형 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단위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협소하기 때문에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가 간 연결을 확장해야 한다. 전력에 적용되는 자유 무역의 원칙은 전기는 국경을 초월하는 전력망을 통해서 법적 또는 금융제재를 받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EU는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19건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에서 두 건은 전력망을 연계하는 것으로 총 1,175km 길이의 전선을 잇게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그랜드 잉가 댐이 많은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의 물탱크’라는 명성에 걸맞게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아프리카 수력 발전량의 40%가 생산되고 있다.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의 싼샤댐보다 두 배 큰 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 국제개발처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은 800억에서 1,000억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G20은 ‘국제 사회를 발전시키는 주요 프로젝트’ 11건에 그랜드 잉가 댐을 포함했다. 내수용 20%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수출될 예정이다. 그랜드 잉가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농지가 대규모(220㎢)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초고압선 1만 5,000km를 제작해야 한다. 

아프리카에는 여러 곳에 댐이 있지만 투자가 이어지지 않아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고, 가동이 멈춘 터빈도 여러 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그랜드 잉가 댐을 건설하는 2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몇 년 전부터 프리토리아가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카탕가주의 콩고 지방과 남아프리카의 탄광들일 것이다. 1990년대 말 남아프리카 정부는 전력생산 및 배전 공기업인 에스콤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경영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증가하는 국내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아 단전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5년 발간 보고서에서 ‘광업처럼 전력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에너지 고도 소비자가 에너지 공급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전기에 대한 접근성 향상에 일조하며, 에너지 분야에 민간자본을 유입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8)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경제에서 비중이 큰 광업이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9) 광업의 경우, 전기료가 운영비의 10~25%를 차지한다. 광산회사는 전국 전력망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구매하거나 자가발전을 할 수 있다. 자가발전의 경우 시간당 생산되는 전력량은 감소하고 값은 더 비싸지만(전국 전력망에서의 구매원가는 kWh당 6센트인 반면 자가발전 원가는 평균 25센트), 전국 전력망이 단전되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더 높다. 때문에 이 기업들은 석탄이나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은행은 광업과 전력문제를 연계하는 접근법을 권장한다. 광업은 전력의 주요 소비자 역할을 하며 전력생산을 견인하고, 이는 발전과 송전 부문의 민간투자를 더욱 유인한다. 경제에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와 민간 에너지업체들은 아프리카에서 수익성 있는 시장을 보유하게 되며, 광산기업들은 운영비를 절감하게 된다. 보고서 행간에는 장기적인 시각이 언뜻 보인다. 금속과 광물 가격이 상승할 때, 전력 생산능력이 향상되면 아프리카의 천연자원 개발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국제 서부사하라자원감시(Western Sahara Ressource Watch) 협회는 모로코 정부가 광업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고 규탄한다. 2016년 말에 발간된 ‘에너지를 이용한 약탈’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독일 지멘스 회사는 모로코에서 진행한 서부사하라 관련 프로젝트를 입찰로 따온 후, 자회사에서 건설한 풍력 터빈 22대로 서부 사하라의 인광석 광산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10) 또한 모로코가 선정한 사우디의 아크와 파워(Acwa Power)가 서부사하라에서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하면서 관련 산업은 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UN은 서부 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2007년 채택된 UN안보리 결의안 1754).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아프리카 전력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서구기업뿐만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 부문에서 2015년 한 해에만 13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사하라 이남에서 추가 생산되는 전력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익을 자기 몫으로 챙기고 있다. 남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중국 투자지분은 46%까지 치솟았다. 전력설비용량 2MW 중 1MW는 중국의 투자로 생산되는 셈이다.(11) 중국은 수력에 특화돼있지만 태양열과 풍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며,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원자력의 출현이라는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2017년 1월에 중국은 해외투자를 전반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원자력을 위시해 중국의 전략 분야를 지속해서 개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같은 해 봄 중국원자력공사(China General Nuclear Corporation, CGN)는 2025년에 1,000MW 발전이 가능한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한편 2030년까지 4,000MW 발전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협정을 케냐와 체결했다. 2012년부터 중국원자력공사는 나미비아에서 허샙(Husab) 광산의 우라늄을 채굴하고 있으며 중국 투자가들은 니제르에서 아줄릭(Azelik) 광산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 9개국(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모로코, 우간다, 케냐, 니제르, 가나, 튀니지)은 민간원자력 개발 의사를 밝힘에 따라 중국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중국은 프랑스전력공사와 아레바 같은 유럽회사는 물론 이집트와 나이지리아에 투자한 러시아와 대적해야 할 것이다.  


글·오렐리앵 베르니에 Aurélien Bernier 
환경학자이자 언론인. 주요 저서로 <La démondialisation ou le chaos(반세계나 혹은 카오스)>,<Comment la mondialisation a tué l'écologie(세계화가 어떻게 생태를 파괴했을까)>등이 있다

번역·권경아 petitnoel@naver.com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수료


(1) COP21, 프랑스 공화국, www.ecologique-solidaire.gouv.fr 
(2) 에라노브는 2008년 이후 이머징 캐피탈 파트너스 투자 기금(55.9%)과 악사 그룹(18.6%)이 보유하던 부이그의 아프리카 소재 자산을 인수했다.
(3) 소위 ‘독립형’ 전력은 공공 서비스 운영자들과 경쟁하는 민간 기업이 생산하는 것으로 특히 요금 같은 규제를 지킬 의무가 없다.
(4) 아프리카개발은행, ‘Programme d’appui à la réforme de l’électricité(전력시장 개혁 지원 프로그램)’, 평가보고서, 아비장, 2014년 4월.
(5) <Énergies africaines(아프리카 에너지)>, n° 2, 제네바, 2015년 3~4월. 
(6) ‘Faut-il brûler le protocole de Kyoto?(교토의정서를 불태워 없애야할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7년 12월호.
(7) <Énergies africaines(아프리카 에너지)>, n° 3, 2015년 5월~6월.
(8) 세계은행, ‘Le potentiel transformateur de l’industrie minière pour l’électrification de l’Afrique subsaharienne(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기화에 영향을 주는 광산업의 잠재력)’, Washington, DC, 2015년 2월 5일, www.worldbank.org
(9) 세계광산업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2002년 10%에서 2012년 17%가 됐다. 광산업은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모리타니, 모잠비크, 잠비아에서 총수출의 반을 차지한다.
(10) Western Sahara Resource Watch, ‘Électrifier le pillage(에너지를 이용한 약탈)’, 2016, www.wsrw.org
(11) ‘Boosting the power sector in Sub-Saharan Africa - China’s involvement’, 국제에너지기구, Paris, 2016.


박스기사 1

지속적인 전력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대륙

아프리카의 전력생산능력은 1,600억W(160,000MW)로 독일과 맞먹는다. 발전소의 2/3가 마그레브,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남아프리카에 위치한다. 다른 국가들은 포르투갈 수준인 약 53,000MW 전력생산이 가능하며, 전력시설은 기니만 주변과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에 밀집해 있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아프리카에 사는 6억 5천만 명은 전력공급망에 접근할 수 없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부르키나파소,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부룬디, 말라위 등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의 이론적인 전력화율은 15%에 못 미치는데, 이는 전력 공급망이 닿는 인구만 집계한 것이다. 게다가 전력공급망에 연결돼 있지만 전기료를 낼 수 없는 인구도 감안해야 하며, 단전 발생 시 전력공급이 불규칙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발전소 노후, 유지보수 부족, 수력 발전량을 감소시키는 가뭄 등의 이유로 단전이 종종 발생한다.

2014년 아프리카 전력 생산량의 80%는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는 약 34,000MW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수력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력을 이용한 잠재 발전량은 현재의 18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절반은 현재 경제적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동부와 남부 해안가는 풍력 발전에 높은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열곡대에는 상당한 양의 지열이 매장돼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전역에 고루 분포된 태양열의 잠재성 또한 높다. 

출처: <Africa’s Power Infrastructure - Investment, Integration, Efficiency>, World Bank, Washington, DC, 2011; <Africa Energy Outlook>, International Energy Agency, Paris, 2016.


박스기사 2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전기를 유럽에 공급한다?

석유와 가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그 방식이 전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유럽에서 소비하는 것은 어떨까? 

2009년에 로마클럽의 독일지부는 ‘데저텍(Desertec)’이라는 재단을 창설해 북아프리카‧근동‧유럽 간 대규모 전력공급시스템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송전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는 90%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사로는 ABB와 지멘스, 에너지기업으로는 E.ON와 RWE, 보험사로는 뮤니크리와 도이체방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논란 중에는 데저텍에 호의적인 주장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석유나 가스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비용은 일차적으로 8천억 유로로 예상되며, 2050년이면 유럽전력 수요의 17%까지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4년 유가가 폭락하자, 데저텍은 계약을 보류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력생산을 이전한다는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2017년 9월, 미국자본이 투자한 런던 소재 누어 에네르기(Nur Energie)사는 튀니지 남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유럽에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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