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악몽> <기아의 시장> <현대 생활> <몬샌토에 따른 세계> 등 5년 전부터 농식품 산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나오고 있다. 오랜 세월 이루어진 조사, 여러 가지 현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을 통해 사라져가는 농촌을 발견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폴의 생활>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빵>은 해설 하나 없이 과잉생산이라는 지옥을 다루며 교훈적 메시지를 던진다.(1) 2008년 미국인 로버트 케너가 만든 다큐멘터리 <Food Inc.>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육처럼 이루어지는 목축부터 하이퍼마켓의 꽉 들어찬 여러 식품 코너에 이르기까지 우리 먹을거리는 결국 식품 체인이 바코드 법칙에 순응하는 현상이라는 점을 꼬집어 강조한다.
최근에 나온 여러 다큐멘터리도 농식품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라지는 꿀벌에 얽힌 미스터리>(2)는 생물 다양성에 가해지는 위협을 다루고 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18개월 동안 조사를 벌인 다큐멘터리인데, 꿀벌 수백만 마리가 죽으면 우리 지구와 식량이 어떻게 위험에 처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꿀벌은 과일과 채소가 열매를 맺는 데 꼭 필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런 꿀벌이 사라지는 것이다. 꿀벌이 사라진 이유는 뻔하다. 유럽에서 꿀벌 50% 이상이 죽고, 미국에서 꿀벌 3분의 2가 죽은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농식품 산업이 1945년부터 자연에 끼친 피해다. 중국과 아르헨티나에서도 적잖은 꿀벌이 죽었다. 막대한 농약과 살충제 사용, 일모작, 유전적으로 완벽한 꿀벌을 만들려고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자가 조작된 꿀벌은 인간에게 수익은 더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자연계에서 만나는 포식자에게는 대항할 힘이 더 약해져버렸다. ‘꿀벌이 건강해야 당신도 건강하다!’는 프랑스 양봉업자가 내건 슬로건이다. 화학적 오염이 덜한 도시로 몸을 피하는 꿀벌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라지는 꿀벌에 얽힌 미스터리>와 잘 맞는 슬로건이다.
한편, <쌀을 드는 낮은 손>은 세계 인류의 절반(가난한 사람)에게 식량이 되는 쌀에 관해 사색해보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책에서는 쌀 무역업자의 행동과, 2008년 서아프리카에 심각한 식량 위기를 불러온 조직적 부패가 도마 위에 오른다.(3) 같은 해, 생산된 농작물 일부를 연료(에탄올)로 만들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콩·밀·옥수수 가격도 폭등했다. 세계 식량 재고가 40일을 겨우 버티는 수준인데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식량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 결국 폭동을 불러온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토르티야 폭동이 대표적이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바이오 연료를 계속 고집할 경우 아프리카인 8억 명, 중국인 20억 명이 2050년경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 브라질의 플레비오 발렌테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농산품 모델은 인류 파멸을 불러온다.” 인류는 정말 ‘식량의 추락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이브 빌리와 리샤르 프로스트가 만든 다큐멘터리(4)가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세계적 전문가의 발언과 현장의 증언을 통해 다양한 망령을 보게 된다. 그 망령은 바로 몬샌토와 유전자변형 식품,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에너지 독립 의지, 유럽연합과 쿼터제, 시카고 증권과 다국적기업이 주인공이다. 인류의 절반을 굶게 할 망령들이다.
몽골의 어느 농부가 우려를 표하며 말했다. “젖소도 더 이상 걷지 못한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글•자크 드니 Jacques Denis
<각주>
(1) 2005년에 나온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DVD로도 볼 수 있다. www.filmduparadoxe.com.
(2) 마크 다니엘, <사라지는 꿀벌에 얽힌 미스터리>, 2010, Arte Video, 90분 + 추가 영상.
(3) 장 그레퓌, 장 피에르 보리스, <쌀을 드는 낮은 손>, Gie Sphe-Tf1, 파리, 2010.
(4) 이브 빌리, 리샤르 프로스트, <식량의 추락을 향해>, Andana Films, 2010, 80분.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