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학을 인수한 재벌은 인문학 영역 학과를 대대적으로 통폐합해 주식회사처럼 만들었다. ‘강단 인문학’이 위기라는 언설조차 어느덧 진부해진 2010년의 일이다. 자신의 학과가 없어지는 것에 반대해 고공농성을 벌였던 중앙대생 노영수는 이제 퇴학생 신분으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땡볕에 아스팔트가 자글거리는 염천 7월에 말이다.(1)
강단 인문학이 고사하고 있지만 강단 밖에서는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대조적인 두 현상은 별개가 아니다. 사회 엘리트의 인문학에서 약자의 인문학으로의 변이는 인문학 처지에서는 필연이다. 근대 인문학의 목표가 다름 아닌 인간의 자기 이해와 비판적 사회 이해이기 때문이다. 강단은 이미 기득권화됐고, 그 기득권 아래서 인문학은 존재의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얼 쇼리스는 사회적 약자가 “인문학을 통한 자부심과 자존심의 회복을 통해 무력에 대항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이 때문에 인문학이야말로 약자의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2) 그래서 오늘날 강단 밖에서 시도되는 인문학은 인문학자의 가장 인문학다운 행위다. 인문학을 빼앗긴 노영수가 거리로 나선 것 또한 인문학적 실천이다.
대안 인문학의 가능성을 삶의 현장에서 타진하는 인문학 공동체들이 여름을 맞아 시민 강좌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이 7월호 발간을 전후해 개설되는 강좌들의 정보를 한곳에 모았다. <르 디플로>가 이 강좌들을 권하는 것은 독자들께 ‘르 디플로의 친구’가 돼주기를 청하는 것의 연장이다.
다중지성의 정원 daziwon.net
▲ 미셸 푸코: 계보학, 전쟁권력에서 통치(성)으로 (7월 5일부터 6회/ 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 <니체, 계보학, 역사>를 플라톤·니체·하이데거 등을 중심으로 철학사적 맥락에서 살피고,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에서는 ‘전쟁권력론’의 내용과 그 한계를, ‘통치성론’으로의 전환을 매개로 푸코 정치권력론의 결론인 <주체와 권력> 텍스트와 대칭적으로 음미.
▲ 인간의 계보학 (7월 3일부터 12회/ 매주 토요일 저녁 7시30분) 인간 개념을 둘러싼 여러 사상가들(칸트·니체·마르크스·푸코·헤겔 등)의 사유를 살펴봄으로써 인간, 존재, 나아가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물을 때만이 비로소 가능한, 삶과 시대에 대한 창조적 물음의 시간.
문지문화원 사이 www.saii.or.kr
▲ 지젝 읽기: <시차적 관점> (7월 2일부터 8회/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기표로서의 지젝(정신분석·철학·정치경제학 등의 영역에서 반복되어 다양한 의미를 발생시키는), 그리고 주체로서의 지젝(이론화에 저항하는, 기표화할 수 없는 대상)이 겹쳐 있는 공간에서 비판적 읽기.
▲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세대론, 시각문화 (7월 5일부터 6회/ 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 아파트를 매개로 하여 한국의 세대론과 중산층 형성 과정, 시각성과 디자인 문화의 변화상을 살핌.
사회과학아카데미 cafe.daum.net/ReturnMarx
▲ 자본론 1권 읽기: 강독 및 강의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초보자를 위해 ‘자본’의 탄생 배경과 구성, 전체 내용을 짚어보고 그 한계와 보완점 등을 토론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 이해를 위한 유효성을 밝힘.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 club.cyworld.com/seumnet
▲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7월 13일부터 8회/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마르크스 이전의 사회주의와 마르크스, 엥겔스의 초기 사상, 제1과 2인터내셔널 시기의 논쟁들, 러시아 혁명과 레닌, 웨스턴 마르크시즘, 중국 혁명과 마오이즘 그리고 주변부의 저항운동 등.
▲ 한국 경제의 어제와 오늘 (7월 7일부터 6회/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한국 경제의 오늘과 어제, 경제위기의 역사로 보는 한국 경제.
▲ 경제학의 역사와 대안마르크스주의 (7월 5일부터 4회/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경제학과 마르크스적 경제학 비판, 고전학파와 마르크스, 한계주의 학파와 케인스,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경제학의 위기.
▲ 자본주의와 건강: 불평등의 정치경제학 (7월 9일부터 4회/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건강 불평등, 의료 사유화, 노동안전보건, 건강의 정치경제 등.
수유너머 www.transs.pe.kr
▲ 국가, 종교, 전쟁: 전쟁 이데올로기의 역사 (수유너머 남산/ 7월 12~16일 5일간 저녁 7시 ) 전쟁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국가 혹은 종교와의 관계를 살펴보며, 전쟁이 국가 형성에 끼친 영향과 전쟁 이데올로기로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봄.
▲ 정치를 둘러싼 사유의 전투-유물론적 정치철학의 계보를 위하여 (수유너머 N/ 7월 8일부터 7회/ 매주 목요일 저녁 7시30분) 정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두 가지 사유 노선 사이의 투쟁사. 들뢰즈 식으로는 정치에 대한 사유의 역사에서 국가인과 유목민의 입장 사이의 전투이며, 랑시에르의 어법으로는 치안 논리와 정치 논리 사이의 격돌을 탐색.
철학아카데미 www.acaphilo.or.kr
▲ 서양고중세철학입문 (7월 8일부터 8회/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 고대 철학자들의 질문을 묻지 않고서는 철학을 공부할 수 없다. 이들의 문제는 과거로의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현대와 미래 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
▲ 여가철학의 모색 (7월 21일부터 4회/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일하는 데도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제대로 즐기려면 그만큼의 교육과 훈련, 철학, 윤리가 필요하다.
한겨레문화센터 www.hanedu21.co.kr
▲ 비판적 감수성 회복을 위한 철학과의 만남: 마르크스, 라캉, 지젝, 데리다, 랑시에르
(분당센터/ 7월 26일부터 5회/ 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 치열한 생존 게임의 장인 대한민국에서 비판적 사유는 설 곳을 잃고 있다. 마르크스, 라캉, 지젝, 데리다, 랑시에르 등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 마르크스 ‘자본론’ 쉽게 읽기 (분당센터/ 7월 27일부터 4회/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의 저자 강상구가 <자본론>의 알맹이를 쉽게 설명해준다. 또한 일상생활과 일하는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와 비유를 통해 어려운 개념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 모든 강좌는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각 단체의 홈페이지를 확인하세요.
*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 강좌 외에는 유료 강좌입니다.
‘맑시즘 2010’
청년 진보연대조직인 ‘다함께’가 오는 7월 22~25일, 고려대에서 ‘맑시즘 2010’을 개최한다. 10주년을 맞는 이번 포럼에서는 ‘끝나지 않은 위기, 저항의 사상’이라는 주제 아래 70여 국내외 연사들이 마르크스주의 일반 이론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을 한다. 해외 연사로는 그리스 노조 활동가 니코스 루도스, 영국의 경제분석 저술가 조지프 추나라 등이, 국내 연사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이 참여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 www.marxism.or.kr) 또는 02-2271-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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