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은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제조업을 대상으로 직업성 암 관련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포스코와 같은 철강제조업을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단은 ‘포스코 노동자 집단 암 발병에 대해 포스코의 건강실태 및 작업환경을 조사하라는 요구가 있어왔다’며 조사의 취지를 밝혔다.
노동단체 ‘암 발병 전수조사 촉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이하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여러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4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철소 직원들이 제선, 제강, 압연, 스테인리스스틸 공정에서 여러 발암물질이 노출된다”며 “이런 발암물질로 인한 폐암, 백혈병, 혈액암 등은 제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직업성 암이다”라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포스코 제철소에서 일한 근로자 9명이 직업성 암 발병으로 산재를 신청했고 이 중 2021년 4월 23일 기준 3건의 산재가 인정됐다.
암 환자 있어도 포스코 셀프 측정에선 ‘안전’
국회에서도 포스코의 건강실태 및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요구가 이어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2월 18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전국 직장 가입자 및 포스코 종사자의 특정 질환별 진료 인원 자료’를 공개했다.
위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여성 직원은 전국 직장가입자 여성보다 9개 질병에서 더 많은 진료 건수를 기록했다. ▲중피연조직암 6.5배▲눈·뇌·중추 신경계통암 5.1배▲방광암 5배▲난소암 2.4배▲갑상선 기타내분비선암 1.8배▲요로암 1.8배▲유방암 1.2배 등이다. 포스코 남성 직원의 진료 건수의 경우 전국 직장가입자 남성에 비해 ▲혈액암(림프등 악성신생물) 2.7배▲피부암 1.5, 신장암 1.4배▲갑상선암·입술구강인두암·중피연조직암·갑산성 기타내분비선암에서 각 1.2배▲요로암 1.1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질환들은 제철소 코크스 취급 공정 등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원은 포스코 전체 직원의 혈액암 발병률은 전국 직장 가입자 대비 3.4배(누적 인원 9명), 신장암 발병률은 1.9배(누적 인원 162명)이며, 그 외 구강암(누적 76명)과 피부암(누적 인원 48명), 중피·연조직암(누적 인원 37명), 요로암(누적 인원 258명)의 경우 각각 1.5배, 방광암은 1.2배(누적 인원 86명)라고 덧붙였다.
강의원은 같은 달 22일 국회 산재청문회에서 포스코의 ‘셀프 측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직업성 질환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포스코 작업환경을 측정한 12,693건 중, 화학물질 노출 기준을 초과한 건수는 ‘0건’이라는 것이다. 포스코 작업환경측정기관은 ㈜포스코 부속의원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속의원으로 알려져있다.
사업장 자체측정기관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은 상이하다. 2018년도 포스코 특별근로감독 보고서에서는 ‘측정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하였지만, 노동부는 최근 신뢰성 평가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포스코 직원들의 특정 질환이 발암성 물질과 관련성 높은 백혈병, 신장암, 중피 악성신생물 질환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노동부가 안전보건진단 및 유해위험성 조사를 실시하고 포스코 하청업체, 인근주민의 건강장해상 문제가 없는지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학조사’ 실시 ... 제도 개선·산재 인정 근거로 활용 기대
포스코 직업성 질병 조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자, 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포스코 제철소 소속 근로자 및 1차 철강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 실시를 결정했다.
조사인력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와 예방의학전문의, 산업위생전문가 등이다. 조사내용은 ‘암 등 직업성 질환 발병 위험도 추정’과 ‘정밀작업환경측정 및 평가’ 등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이 중 ‘정밀작업환경측정 및 평가’는 과거와 현재의 작업환경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역학조사 결과는 직업성 질환 유발물질 파악 및 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과 제철업 종사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인정 등 보상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정밀작업환경측정 결과를 토대로 제철업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김은아 공단 연구원장은 "이번 집단 역학조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고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역학조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철강제조업종의 보건관리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반복되는 산재로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포스코에 있어 이번 조사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공단의 역학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며, 역학조사 결과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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