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름답다”
“바지 뒤편에 혹은 소매에 손수건 하나를 들고 실천할 수만 있어도, 우리는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고 행동의 동기부여를 스스로 매일매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습관을 만들어내기란 힘든 일인데, 적어도 손수건 하나를 들고 다닌다면 그 습관이 내가 지구를 생각하고 이 도시를 생각한다는 최소한의 표시가 아닐까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생태 도시와 생활ESG행동’을 주제로 열린 ‘생활ESG행동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에코샵홀씨’ 고대현 대표
는 이렇게 말했다. 생태 도시 전환을 위해서는 도시가 ‘다양한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곳’이란 공감이 있어야 하며 생태 감수성은 공감의 기본조건이라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자연과 사회의 연결을 강화하고 생태 감수성을 확산하는 게 기업으로서 에코샵홀씨의 사명이다.
자연으로 아름다운 동행
2003년 ‘반디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2004년 ‘에코샵홀씨’로 상호를 변경하여 20년 가까이 생태교육의 외길을 걸은 에코샵홀씨의 슬로건은 ‘자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름답다’이다. ‘자연으로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목표 아래 종합 자연체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것이 사업내용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실업이 증가하자 산림청은 미국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숲 가꾸기’사업으로 약 7,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그 과정에서 숲해설가 교육이 시작되고 관련 모임이 생겨나면서 당시 모임의 초기 구성원이었던 에코샵홀씨 설립자 양경모 씨가 이 사업을 구상했다.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여 생태환경 교육을 실시하는 미국의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휴양림이나 나무를 해설하는 일이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숲해설가는 아무런 교구 없이 구두로 해설을 진행했다. “교구가 있다면 참여자들에게 교육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숲 해설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에코샵홀씨가 탄생한다.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던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기에 비교대상 상품이 없었으며, 항상 교구 구매의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한 결과 현재 에코샵홀씨의 생태환경 교구 제품은 500여 종에 달하며, 생태환경 영역의 국가기관, 휴양림, 생태공원, 지자체, 그리고 생태환경교육과 관련된 개인ㆍ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재발견
에코샵홀씨의 주요 사업영역은 설치교육, 교구제작 및 컨설팅, 기념품 제작, 생태교육문화연구소, 홀씨네 책방 그리고 제품제작까지 모두 6가지이다. 설치교구는 체험활동에 사용되며 교육적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자연의 소리’라는 교구에는 이것이 설치될 곳에 서식하는 동물의 그림이 그려진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가 보이는 숲’교구는 나무의 재질별로 소리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여 직접 나무를 두들겨보면서 비교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둥근나무 보자기’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교구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서로 다른 나뭇잎, 꽃 그리고 열매를 보면서 어떤 식물인지 파악하는 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나무만 그려져 있는 보자기 위에 아이들이 직접 잎, 열매, 꽃 등을 이용하여 나무를 구성하면서 자연을 보다 창의적으로 이해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국립공원과 함께 실내 교구를 개발 중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새, 야생동물, 나무 등의 12의 주제로 72개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박제품 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박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나무 제품을 이용한다.
기념품으로는 ‘손수건도감’에 주력한다. 고 대표는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매일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며 그들의 활동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수건 도감을 기념품이나 교육용으로 만들며, 의뢰한 곳의 특성에 맞게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 위주로 ‘맞춤’ 손수건 도감을 공급하기도 한다.
에코샵홀씨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지도사 등 활동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분야 활동가들이 지식을 더욱 심화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도 지원하고 있다. 다른 환경NGO에서 하는 활동과 겹치지 않게 더욱 실험적인 주제에 도전하는 강좌를 열어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 대표는 “코로나 이후 사업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며 오히려 다른 시선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 제품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이어져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하다 보니 우리 회사를 더 유지해야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결국 아날로그를 유지하되, 고객과 접점을 온라인화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고객이 다양하게 우리 교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으며 결국 ‘교구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모두의 플랫폼이 되는 회사’로 거듭나는 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에코샵홀씨는 ‘전체(whole)를 보는 것(see)’이라는 뜻을 담으며 자연을 넓게 보고, 멀리 보며, 나아가 그 내면의 깊은 이치까지 깊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에코샵홀씨의 철학이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더 많은 이들에게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안치용 ESG연구소장 겸 ‘생활ESG행동’ 시민본부장
황경서 바람저널리스트
사진제공 에코샵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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