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가게미술관이 탄생하다!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www.altmuma.kr)을 조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관람객의 동선이었다. 마을가게미술관이 고려한 관람객은 지역 원주민, 신규주민(신규 아파트 거주인), 가게 손님, 마을가게미술관을 보러 온 외부 관람객 일반 등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한 관람객이 마을가게미술관에 왔을 때 걸어서 산책이 가능한 거리여야 했다.
동선은 총 세 코스로 나누어 관람객에게 동선을 안내했다. 첫 번째는 미라클어스에 거점 공간을 만들고 이 거점 공간을 시작으로 동선을 만들어 명지대 앞에 위치한 <퐁신 수플레> 카페까지 이동하는 코스이고, 두 번째 동선은 홍제천에 가장 가깝게 있는 <슈혼> 신발가게에서 퐁신 수플레 카페까지 산책하는 코스, 세 번째는 명지대와 신규아파트가 있는 <그림그리는 사진관>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점 공간인 미라클어스로 이동하는 코스였다. 추진위원들과 매일 스케쥴을 만들어 오전 11시 30분부터 5시까지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거점 공간에 상주하며 각 카페에 설치된 작품을 돌보고, 관객들 안내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는 가게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짐에 따라 마을가게미술관의 전시 방식도 전면적으로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관람객이 마을가게미술관으로 조성된 가게의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는 방식과 더불어 앉아서 커피, 차 등을 마실 수 없는 코로나19 영업방침에 따라 쇼윈도 전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상점에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도 충분히 관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작품을 쇼윈도에 배치했으며, 상점 안에 설치를 하더라도 테이크아웃으로 손님이 기다려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작품을 전시하였다. 참여하셨던 마을가게미술관 관장님들은 미디어아트를 가깝게 볼 수 있고, 함께 미술관을 꾸린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셨고, 각 마을가게미술관에 전시할 작품을 매칭할 때도 적극적으로 작품을 선정하여 제안하기도 하였다.
과정상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매체 전시가 갖고 있는 한계인 기술적인 부분이다. 마을가게미술관 관장님들이 모니터를 켜고 끄고 소리를 줄이고 키우고 하는 부분과 관련하여 매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매체를 켜고 끄는 역할은 마을가게미술관이 담당하였고, 나중에는 각 매체마다 타이머를 설치하여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도록 설정해놓았다. 이 부분에서도 마을가게미술관의 만족도가 높았다. 예를 들면, 한스동물병원 마을가게미술관은 오후 5시정도면 퇴근하였는데 타이머를 9시에 맞추어놓아 저녁 시간에도 관람객들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최대한 지나가는 주민들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안경원 씨웰, 레스토랑 밀과 같은 마을가게미술관 몇 곳은 24시간 내내 작품이 전시되는 것을 원하기도 하였다.
마을가게미술관과 더불어 예술 지역 지도의 필요성을 인식하다
마을가게미술관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마을가게미술관을 진행했던 남가좌1동 역시 아파트로 재개발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2년 동안 마을가게미술관을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겹겹이 쌓인 체현된 마을의 공간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필자는 축적된 삶의 물질적 공간을 잃는다는 것은 과거를 잃는 것과 비슷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느꼈다. 함께 했던 마을가게미술관도 몇 년 후에는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무척 마음이 찹찹하게 느껴졌다. 길, 골목, 공터, 공원, 샛길, 개천 등 마을을 이어가고 구성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예술로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지역 지도를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함께 했던 관장님, 마을가게미술관 추진단, 예술인분들, 주민분들과 함께 마을의 공간성을 오랫동안 같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 인식으로 추진된 작품이 예술 지역 지도 트레일러다. 정희정 작가와 함께 작업한 영상에는 홍제천과 함께 남가좌1동-2동의 지역들이 새로운 일상적 공간으로 새롭게 창조되었다. 박시한 작가와 함께한 영상에는 지역 골목을 누비는 예술가의 몸짓들이 골목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김현주·조광희 작가는 관장님들과 가게 앞을 빗질하는 비질 퍼포먼스 작품이 제작되었다.
마을가게미술관은 2020년 2021년 팬데믹 상황에서 가재울 가게와 함께 새로운 예술의 가치를 나눈 공공예술 프로젝트였다. 현재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과 조금 다른 <데이터로 재환원하는 일상실천미술관>이 남가좌2동에서 진행 중이다.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과는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현재 가재울에서 수행되고 있다. 현대미술에 속하는 미디어아트, 무빙이미지예술이 미술관을 나와 일상의 공간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데이터로 재환원하는 일상실천미술관>은 2023년 9월부터 시작하여 2024년 12월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시간이 되시면 언제든지 가재울 일상실천미술관 거리로 오셔서 대안영상예술도 관람하고 멋진 골목도 산책하시길 바란다.
글·김장연호
문화연구학 박사. 한예종 객원교수. 시네-미디어 큐레이터,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대외협력이사,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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