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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음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제주도 음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 장효정
  • 승인 2024.10.1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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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셀라의 후원 속에 성황리에 개최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7월, 제주도를 찾았다. 친환경적 가치를 지향한 이탈리아 와인 브랜드 돈나푸가타 ‘리게아 2023’ 출시를 기념해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가했다. 제주도와 이탈리아에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하며 방문한 제주도는 날씨 예보와 달리 햇빛 찬란한 7월의 여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별한 공간에서 진행된 ‘웰니스 다이닝’

 제주도 우수건축자산으로도 등록된 고즈넉한 도심 속 기와집 ‘제주 사랑방 고씨 주택’에서 ‘웰니스 다이닝’이 시작되었다. 오래된 나무 대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리게아의 레이블이 돋보이는 포스터와 웰컴 기프트로 준비된 오렌지색 스카프였다. 제주도와 시칠리아의 섬의 색을 연상시키게 하는 색상이었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내가 연신 품었던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었다. 

 

제주전통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베지근 연구소 김진경 소장

돈나푸가타 와이너리가 위치한 시칠리아와 제주도는 거리로 약 10,000km 넘게 떨어져 있어 연상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이 두 섬은 화산섬, 토속적인 작물과 풍부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아름다운 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두 섬을 대표하여 ‘돈나푸가타’와 ‘제주관광공사’가 지속가능한 환경과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와인 애호가, 제주 관광객과 도민들을 초대해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제주도까지 방문한 돈나푸가타의 엘레나 보르톨레토(Elena Bortoletto)의 짧은 소개와 함께 제주토속음식과 돈나푸가타 와인의 환상적인 미식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제주의 건강한 식재료

돈나푸가타 아로마의 향연

 

모든 디너의 페어링은 제주의 건강한 식재료와 돈나푸가타의 와인 페어링을 통해 두 섬의 신화, 문화 이야기가 함께 풀어져갔다. 이번 디너는 제주의 식재료를 오랜 기간 연구해 음식으로 풀어나가는 ‘베지근연구소’에서 담당했다. 과연 제주와 시칠리아의 맛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너의 첫 시작은 7월의 무더위를 날아가게 해 줄 화이트 와인 ‘안띨리아(Anthilia)’와 제주산 해산물과 밭작물의 가벼운 음식으로 시작되었다. 여름철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신선한 제주 한치로 만든 세비체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해산물의 맛을 자랑했다. 산뜻한 산미가 돋보이는 안띨리아 와인이 더해지자 참석자들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이 멋진 조합은 시작부터 오늘 디너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다음으로는 오늘 다이닝의 주인공인 화이트 와인 ‘리게아(Lighea)’와 제주식 스타일의 뿔소라 구이를 곁들인 쌈, 메밀찬 국수가 이어졌다. 바다의 요정 ‘사이렌’을 그려낸 와인레이블은 제주의 바람신 ‘영등할망’이 연상되기도 했다. 매년 영등할망이 제주에 오면 제주사람들은 영등할망에게 한 해 동안의 풍어와 풍년을 기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7월은 뿔소라 금채기로 해녀들이 지속가능한 바다 환경을 위해 뿔소라를 잡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디너에는 미리 준비해둔 뿔소라로 진행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공간과 음식의 맛, 와인의 향이 웰니스 다이닝에 적격이었다. 각 초대된 사람들의 어색한 공기를 와인의 유연함으로 풀어내고, 테이블 곳곳에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돈나푸가타 아시아 마켓 담당자 엘레나와 참석자들

 

그 뒤를 이어 시칠리아 대표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와 콜라보한 감각적인 레이블이 눈에 띄는 ‘탄크레디’가 서빙되었다. 이 화려한 레이블과 함께 제주도의 호화스럽고 경사스러웠던 제주의 결혼식에 나오는 신부상 독새기고기튀김, 콩잎쌈과 갈치속젓떡볶이, 돔베고기가 연달아 나왔다. 감각적인 레이블의 효과가 있던 걸까? 음식과 와인의 맛을 본 사람들이 연달아 플래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완벽한 탄닌과 균형잡힌 풍미가 긴 여운을 남겼다. 

메인 음식으로는 오직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꿩 요리와 함께 레드 와인 ‘앙겔리’가 나왔다. 제주에서 꿩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5명이라고 한다. 그것도 제주에서 지정한 셰프만이 꿩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수 없이 제주도를 방문했지만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간, 음식, 와인의 페어링 디너가 ‘제주 사랑방 고씨주택’ 사이로 흘러나오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어느덧 하늘을 보니 제주의 여름 밤이 그득했다. 모든 음식의 서빙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제주의 녹차잎과 줄기로 만든 호지차갸또 쇼콜라케이크, 제철과일과 함께 서프라이즈로 준비된 디저트 와인 ‘벤리에’가 제공되었다. 눈이 떠지는 맛이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디저트 와인으로, 너무 달지도 무겁지도 않은 디저트 와인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제주의 토속 음식과 시칠리아의 대표 와인 돈나푸가타의 완벽한 페어링이 제주의 여름 밤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 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며 다음 날 이어지는 클린 캠페인과 밍글링 파티가 더욱 기대되는 밤이었다.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에 참가한 멤버들

 

‘디프다 제주’ 젊은이들, 해양쓰레기 1.5t 수거

이번 행사의 시발점이 된 ‘리게아 2023’ 출시는 클린 캠페인과도 큰 연관이 있다. 바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키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친환경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세계 최초의 재활용 코르크 마개, 새로 도입한 경량 병(410g)은 폐유리 90%로 이루어진 100% 시칠리아산 유리로 만들어졌다. 또한 가벼운 병으로 제작해 제품 운송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감소 시켜 환경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알리기 위해 2024년 7월, ‘돈나푸가타’가 여러 접점을 가진 ‘제주관광공사’, ‘디프다 제주’와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일명 ‘봉그깅’)을 진행했다. 클린 캠페인은 작년에 이어 이호테우 해변 일대에서 진행이 되었다. 어제 진행된 제주 사랑방 고씨주택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활동적인 에너지가 눈에 띄었다.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마대 자루, 장갑, 돌틈에 낀 쓰레기 제거를 위한 가위 등 준비가 철저했다. 제주 해양 쓰레기 수거 단체인 ‘디프다(Diphda) 제주’ 멤버인 MZ세대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의 리딩하에 진행되었다. 이 날은 특별히도 나라셀라 마승철 회장도 함께하여 클린 캠페인에 힘을 더했다. ‘봉그깅’은 ‘줍다’의 의미인 제주방언 ‘봉그다’와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지칭하는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다. 2018년 9월 창립된 ‘디프다 제주’는 회원 40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달에 한 두 번 꼴로 플로깅 또는 프리 다이빙을 통해 바다 안팎의 해양쓰레기를 줍고 있다. 이번 클린 캠페인은 이날 이호테우 해변 3km를 걸으며 진행되었다. 

 

바위 틈 사이에 끼인 해양 쓰레기를 줍는 참가자

이날 회원들은 2시간여만에 1.5t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겉으로 지나쳤을 땐 평화롭기만 했던 제주 앞바다에서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올 줄 몰랐다. 반전이었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회장은 “해마다 이웃나라의 바다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수거한 쓰레기를 굳이 국가별로 분류한다면, 중국산 이 80% 이상이며, 나머지가 우리나라 육지와 일본에서 떠밀려 온 것이어서 국가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로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와인 코르크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개인과 기업이 각자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개인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원 절약, 재활용 실천, 친환경 제품 선택을 할 수 있다. 기업은 더 나아가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도입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환경과 문화를 위해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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