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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길어지는 상영시간과 OTT 서비스 제작 영화의 성과
[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길어지는 상영시간과 OTT 서비스 제작 영화의 성과
  • 이현재(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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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베이스캠프로 잡기 시작한 OTT

지난 10월 20일에 개봉한 <플라워 킬링 문>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봄 미국에서 약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에어>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인 편이다. 각각의 막대한 예산을 고려할 때,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한 긍정의 근거가 극장 수익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홍보 △시상식 △입소문 △마케팅 등의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점이다. 또한 <플라워 킬링 문>이 영화관 개봉을 통해 스트리밍 소비를 위한 강력한 동력을 획득했다고 보고 있다. 영화관 개봉이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고객 확보와 시청 참여를 위한 활동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멀티플렉스 체인인 Cinemark으 CEO Sean Gamble 또한 Apple과 Amazon의 개봉 영화 사업에 진입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Deadline은 Gamble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Cinemark가 Apple과 Amazon이 영화관 개봉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아마존은 연간 8~12편의 대작 개봉을 계획하고 있으며 Apple의 경우 "(개봉 영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Deadline은 "Apple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작은 규모로 운영돼왔지만 이제는 주요 영화 제작자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5개월 동안 <플라워 킬링 문>, <나폴레옹>, <아길레> 세 편의 대작 개봉이 예정되어 있고, 모두 주요 스튜디오와의 배급 파트너십을 통해 극장에서 개봉된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코다>와와 같은 과거 Apple 영화와 달리 이 세 작품은 몇 주 동안 극장에서 상영한 후 Apple TV+에서 스트리밍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전달했다고 Deadline은 밝혔다.

위와 같은 Gamble의 발언은 <바비>, <오펜하이머> 등 히트작이 출시된 3분기의 호실적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투자유치보다는 수익 창출을 증명하는 근거로 사용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3분기 Cinemark의 수익은 주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가이던스를 뛰어넘었으며, 심지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보다 6% 증가했다.

Gamble은 위와 같은 흐름이 빅테크 기업들의 윈도우잉 전략이 갖는 유통 채널에 대한 유연성 덕분으로 진단하며, 빅테크의 개입 덕분에 개봉영화의 상영 기간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Cinemark 등의 영화관 사업자들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화관 상영 기간을 17일로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흥행작의 경우 그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상영하기도 했다. 이는 극장 상영 기간을 2개월 반으로 제한했던 이전의 경직된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라고 Gamble은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의 압박을 받기 시작한 OTT기업들

이러한 윈도윙 전략의 배경으로는 빅테크 기업의 주요 주주이자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압박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Vox는 스트리밍 전쟁이 끝나간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리딩그룹과 플레이어들의 우위가 드러남에 따라 OTT기업들이 수익 다각화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리딩그룹의 역할을 맡고 있던 넷플릭스에 대항해 대형 스튜디오들이 OTT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도들이 침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수년 동안 영화 스튜디오와 TV 네트워크는 넷플릭스에 자신들의 오래된 콘텐츠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시작하며 디즈니를 필두로 대형 스튜디오들이 넷플릭스 판매를 중단하고 대신 자체 서비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런칭하기 시작하며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로 변했었다. 이는 스튜디오에 월스트리트의 다양한 투자자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들어오는 계기를 마련했었으나, 약 1년 전 넷플릭스가 고객을 잃고 주가가 폭락하자 월스트리트는 더이상 미디어 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 구축을 귄장하지 않게 된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대형 콘텐츠 회사들에게 지출을 줄이고 보유한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Vox는 전했으며, 나아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가 Max 서비스 브랜딩에 실패하며 콘텐츠 공급자로 돌아선 것이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HBO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WBD가 Netflix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오래된 타이틀을 판매했지만 <왕좌의 게임> 또는 <왕좌의 게임>과 같은 대표작은 판매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WBD가 주요 흥행작 <듄>을 다른 경쟁 OTT에 판매한 것은 주요한 변화라고 언급했다. <듄>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영화 관객들이 극장을 기피하는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기록이 있다. 이는 WBD가 새로운 수익 창구로 영화관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콘텐츠 제작자들이 유통망의 이니셔티브를 되착기 위해 영화관을 수익 창출 확보를 위한 베이스업계로 삼고, OTT는 라이센스를 최대한 방어하는 역할로 삼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Vox는 전했다. 즉, OTT 서비스 제작 영화의 주요한 성과는 영화관으로 옮기고, 그 성과에 따른 부수효과를 OTT 서비스로 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윈도윙 영화들이 가져온 기나긴 러닝타임과 영화관의 대응

윈도윙 영화들이 갖는 주된 특징 중 하나는 킨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The Wrap은 OTT 콘텐츠의 등장 이후 헐리우드 텐트폴 영화들이 긴 러닝타임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할리우드 관계자와 유료 영화 관람객의 대다수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성가신 일 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영화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러닝타임은 단지 선택의 영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자료: The Wrap “No Intermission, No Problem: WhyTheaters Aren’t Sweating LongerBlockbusters” 2023년 11월 8일
자료: The Wrap “No Intermission, No Problem: WhyTheaters Aren’t Sweating LongerBlockbusters” 2023년 11월 8일

 

영화 리서치 회사 The Quorum이 600명의 영화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객은 러닝 타임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이 러닝타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35%는 드물게 고려한다고 답했고, 14%는 자주 고려한다고 답했다고 TheWrap은 전했다. 또한 ‘드물게’ 또는 ‘자주’ 문제가 된다고 답한 응답자 중 57%는 인터미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으며, 43%는 영화가 중단 없이 완전히 상영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위와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다이닝 영화관 체인 Movie Grill의 부사장 Tearlach Hutcheson은 피크 시간대에 실적이 저조한 상영관을 대신해 추가 상영관에 대작 영화를 편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와 같은 환경 아래에서 상영 횟수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조치의 일례로 인터미션 정책을 소개하며 "극장에서 인터미션을 제공한다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판매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Hutcheson은 명시적인 허가 없이는 금지되어있는 인터미션을 극장에서 시행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휴식 시간이 있는 긴 영화를 볼 것인지, 휴식 시간이 없는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영화관들이 인터미션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영화관에 걸리는 대부분의 장편 영화가 연말 시상식 시즌용 영화이거나, 사전 예약된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포맷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본고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이슈 트렌드』 제17호 「극장 산업 동향…길어지는 상영시간과 OTT 서비스 제작 영화의 성과」으로 개재된 글을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 이슈 트렌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시네마 크리티크」 정기평론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문화재단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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