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역사가 영화를 만나다
영화 <서울의 봄>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2.12 군사반란이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장면을 조명하며, 그 속에 깃든 민주주의의 위기와 국민의 고통을 깊이 파헤친다. 최근 대한민국에 또다시 비상계엄이 선포되며 전국적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은,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경고처럼, <서울의 봄>은 관객들에게 그 시절의 무게를 느끼게 하고,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그게 될 거라고 믿었습니까? 뭐 어디 가서 점이라도 봤어요?... 밖에 나가 보세요. 바뀐 거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은 그대로야!"
- 10.26 사건 관련해 김동규(김재규)를 심문하는 전두광
2. 역사적 배경: 12.12 군사반란과 영화의 재현
12.12 군사반란은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권력 공백 속에서 전두환과 그의 군사 조직이 일으킨 사건이다. 영화는 이를 배경으로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충돌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전두광(영화 속 전두환을 상징하는 캐릭터)과 그의 세력은 계엄군을 동원해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키며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특히, 영화에서 재현된 광화문 대치 장면은 이들의 조직적이고 무자비한 행동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의 저항과 군사 세력의 탄압이 교차하며 관객들에게 심리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에도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방향성을 묻게 했고 훌륭한 지침서가 되었다.
"그 이왕이면 혁명이라는 멋진 단어를 쓰십시오!"
- 명분 없는 쿠테타라 주저하는 하나회 군인들에게 불을 끄며 전두광이 한 말
3. 영화의 서사: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건의 교차
이태신(정우성)은 군사 쿠데타를 막으려는 소신과 원칙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정치적 야망에 물든 하나회와 전두광의 횡포를 끝까지 저항하며,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고서라도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다. 반면 전두광은 무자비한 권력욕으로 인해 주변을 철저히 파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대립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을 넘어서, 권력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은 자신만의 논리로 군사 반란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그의 선택은 결국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결과를 낳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태신은 끝까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그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관객들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영화는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용기나 희생이 아니다. 이태신의 모습은 억압적 정권에 맞서 싸운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마지막까지 지키려 한 원칙은 관객들에게 민주주의를 향한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생생히 전달한다.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어."
- 이태신
4. 영화적 표현: 긴장과 몰입의 연출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 장치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김성수 감독은 사실적이고도 극적인 연출로 관객을 당시의 상황 속으로 끌어들인다.
먼저, 카메라 워크와 미장센에서 광화문 대치 장면에서 군사 차량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장면은 긴박감을 극대화한다. 억압적인 군사 세력의 모습과 쿠테타를 막으려 했던 사람들의 절망이 대비되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감정선을 따라가는 음악은 관객들에게 당시의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전달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심장을 울리는 오케스트라가 쓰이며, 역사의 비극을 넘어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제군들, 여기까지다. 고생들 많았다. 너희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능한 사령관 모시느라 애들 썼다."
- 이태신 : 유능한 군사령관이었으나, 장관과 육본 지도부의 어이없는 실책과 직속 부하들의 배산 등 최악의 상황으로 쿠데타를 막는 데 실패한 후
5. 민주주의의 가치: 오늘날 경고
<서울의 봄>은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관객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희생과 싸움으로 얻어진 것이다. 영화 속 광화문 대치 장면과 이태신의 마지막 행보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강렬한 장면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며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더욱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영화는 우리가 역사의 교훈을 잊는 순간 어떤 비극이 찾아올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6. 결론: 잊지 말아야 할 역사
"... 마침내 신군부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삼켰다. 찬란했던 '서울의 봄'은 그렇게 끝났다"
<서울의 봄>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묘사한 작품이 아니다.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고와 교훈을 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이 영화는 12.12 군사반란과 같은 어두운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우리의 책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소중한 가치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냉혹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진실을 전달한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서울의 봄' 포토
글·서성희
영화평론가ㆍ영화학박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전 이사장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화에 관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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