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조원태·박정원, 공식 총수 등극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자산 5조원 이상 '2019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기존 동일인(총수)의 사망으로 중대·명백한 변경 사유가 발생한 LG, 한진, 두산 등 3개 집단의 동일인이 신규로 지정됐다. LG그룹은 고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회장으로,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회장에서 조원태 회장으로, 두산그룹은 고 박용곤 명예회장에서 박정원 회장으로 동일인이 변경됐다.
공정위의 발표를 앞두고 한진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공정위의 직권지정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공정위는 한진 측이 추후 제출한 서류들을 검토한 결과 조원태 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총수 변경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현대차, 대림,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등의 동일인은 종전대로 유지됐다. 공정위는 "기존 동일인을 바꾼다는 것은 그 그룹 뿐 아니라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중대·명백한 사정 변경이 있지 않은 한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퇴진을 선언했거나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등 총수들은 일단 '공식 총수' 자리를 지켰다.
재계는 이번 공정위의 발표를 3·4세 경영인으로의 본격적인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기존 총수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한 그룹들도 머지 않아 새 얼굴을 수장으로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명단 발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각각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으로 신규 지정했다.
신동빈, 한국 기업인 최초 트럼프 면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 기업인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을 했다.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신 회장과 함께 있는 사진과 함께 "롯데 신 회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매우 기쁘다"는 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는 조윤제 주미대사, 선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롯데 관계자 등도 동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는) 루이지애나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투자했다"며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최대 규모 투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롯데의 투자는) 미국인들에게 수 천 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며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루이지애나에 투자를 한 건 잘한 일"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도 "미국이 협조를 잘해서 투자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루이지애나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대미 투자라는 현명한 결정을 내린 롯데그룹에 박수를 보낸다"고 축전을 보냈다. 향후 루이지애나 공장에서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t) 생산할 예정이다.
최태원, '기회의 땅' 베트남 공략 가속화
SK그룹은 16일 베트남 최대 민영기업인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한화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양사는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와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총자산 규모는 14배 증가했고,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최근 3년간 45.5%에 이른다.
빈그룹에 대한 투자로 SK그룹은 베트남에서의 입지를 한층 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8월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동남아 투자 플랫폼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베트남 시총 2위 기업인 마산그룹 지분 9.5%를 약 5300억원에 매입했다.
SK그룹은 앞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영역 확대, 현지 파트너와의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중심으로 베트남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회 하노이포럼에서 "환경보존에 더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환경 보호, 개선 등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신사업 기회 찾아 성장동력 만들어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시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성장 동력을 만들고 고객과 시장의 인정을 받는 GS가 될 수 있다"고 주창했다.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은 계열사들이 경영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그룹의 변화와 혁신 문화를 고취시키는 자리다.
허 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혁신적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며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시장의 움직임과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일상적 프로세스부터 회사 전체의 조직문화까지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가야 한다"며 조직 전반에 도전과 혁신의 DNA가 뿌리내려야 함도 강조했다.
허 회장은 또 "변화와 혁신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소수의 참여자만 이해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며 "조직원 개개인 모두가 이를 일상에서 체험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때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 EPS, GS E&R, GS글로벌, GS파워,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친환경 경영을 통한 공익적 가치 실현, 혁신 활동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개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등 9가지 주제에 대한 혁신사례를 공유했다.
구자열, 일본 협력사와 네트워크 다지기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현지 주요 고객사 경영진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매년 4~5월경 그룹 계열사들의 일본 파트너 업체들을 찾아 사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왔다. 이번 출장에는 사촌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등도 동행했다.
출장 첫 날인 13일에는 LS니꼬동제련 공동 출자사인 JX금속의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들과 만나 제련 분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얀마, 후루카와 전기, 미쓰비시 자동차, 몽벨 등 주요 파트너사의 경영진과도 만나 기술·사업 협력 범위 확대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출장 마지막날인 17일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도쿄 사무소를 방무해 일본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사례 등을 소개받았다.
한편 구 회장은 지난해 말 부터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을 직접 다니며 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참관했으며 올 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PV엑스포 2019'를 찾았다. 지난 3월에는 대통령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전직 외교관과 경제인, 학자 등으로 구성된 '한·일 비전 포럼'에 참여했다.
구본능 등 LG 총수 일가 첫 재판
150억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 일가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사건의 1회 공판에 구본능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으나, 나머지 LG 일가 전원은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LG 일가 측 변호인은 "처벌을 위한 과세 요건과 범칙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주식거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니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장내 거래의 취지를 훼손한 바가 없다"며 "범칙 요건에 필요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등도 발견된 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집행유예 구형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그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웅열 전 회장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차명으로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5∼2016년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 거래(금융실명법 위반)하고, 주식 소유상황 변동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평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에서 물러나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며 "남은 인생 동안 다시 한번 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선고는 다음 달 20일 오후에 열린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