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음 소희>, 여고생의 자살과 여형사의 수사
<다음 소희>(정주리, 2023)는 춤을 사랑하는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을 나가 팀장의 죽음 이후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자살 사건 이야기와 춤에 관심이 있는 유진(배두나)이 그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린 수사 사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는 23회 도쿄필름엑스 심사위원특별상, 20회 바르셀로나 빅 아시안 섬머 필름페스티벌 심사위원 대상, 10회 들꽃영화상 각본상, 4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심사위원 대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with 틱톡 영화여자신인연기상·영화각본상·구찌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춤 연습생 에이스인 18살 여고생 소희는 대기업 사무원 여직원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콜센터 실습생으로 출근하지만, 가중한 압박감, 팀장의 자살, 부당한 노동구조에 절망하며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춤을 배우는 형사 유진은 소희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소희와의 인연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기업, 학교, 경찰 등 사회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청소년의 열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 이중 근로계약서, 실적 지상과제와 모멸의 감정노동
소희를 둘러싼 친구와 선배는 청년세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소희는 춤 연습생 에이스이지만 콜센터 실습생으로 일하고, 태준(강현오)은 춤에 재능이 있지만 공장에서 일하며, 쭈니(정회린)는 먹방 유튜버로 먹고 토하는 게 일상이며, 동호(박우영)는 한 달에 한 번 쉬는 근로자이다. 청년세대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과 혼돈을 보여준다.
소희, 태준, 유진을 중심으로 춤은 세 가지 의미를 보여준다. 소희는 늦은 나이와 조금 부족한 재능으로 아이돌을 꿈꿀 수는 없지만, 춤 연습생 팀 에이스로서 춤에 진심인 여고생이라는 점에서 춤은 생명이다. 태준은 잘생긴 얼굴, 뛰어남 춤 실력이 있지만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공장에 다니면서 동료들의 괴롭힘을 당한다는 점에서 춤은 잃어버린 꿈이다. 유진은 어머니와 관련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춤 연습을 하며, 넘어지기, 일어서기, 다시 추기 등 춤을 통해 절망에서 벗어나 삶을 추스른다는 점에서 춤은 치유이다.
이중 근로계약서는 학교의 취업률, 기업의 이윤, 교육청의 실적이라는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성과의 모순을 보여준다. 학교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고자 이중 근로계약서를 학생에게 강요하고, 기업은 실습생을 받아 저임금의 노동자로 만들고 이중 근로계약서로 일정 금액 이상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며, 교육청은 실습생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지만 지원금과 실적 때문에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다. 소희를 비롯한 실습생은 160만원 표준계약서에 묶여 과중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정이 있을 때는 변동사항이 있다’는 독소조항으로 근로자의 노동 대가를 받지 못한다.
팀장의 자살 사건은 실적에 대한 회사의 과중한 압박,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모욕, 실습생 부하직원에 대한 죄책감의 결과물이다. 기업은 센터별, 팀별, 직원별 성과를 가시화하여 업무에 대한 과중한 부담을 주며, 본부, 센터장, 팀장, 선배의 순서로 전해지는 상명하달식 실적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지만, 인센티브 삭감은 바로 시행하지만 실습생이 바로 그만둘 수 있다는 이유로 인센티브 지급은 지연시킨다. 이준호 팀장은 위에서 내려오는 실적의 부담감, 고객들의 막말과 욕설로 인한 스트레스, 실습생이라는 명목으로 착취되는 부하직원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동차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고 만다. 팀장이 회사의 모순에 대해 내부고발을 하는 유서를 남기지만, 회사는 각서를 강요하고 문상을 금지하면서 죽음을 은폐한다. 전임 이준호 팀장이 상사에 대한 실적 압박과 직원에 대한 배려심 있는 관리 사이에서 힘겨워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반면, 신임 이보람 팀장은 부하직원보다 상부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방적 요구와 지시를 강요한다.
여주인공은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묵살당하는 감정노동의 열악한 현실에서 절망한다. 소희는 대기업 사무직이라고 기대에 차서 출근하지만, 업무의 딜레마와 고객의 모욕으로 매일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소희의 콜센터 업무는 고객의 해지 요구에 직면해서 회사의 해지 요구 거부를 수행하며 직원의 서비스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콜센터 실습생들은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실적이 떨어지고, 해지하지 않게 하려면 분노한 고객의 욕설을 들어야 한다. 노동자는 매뉴얼에 따른 대응을 하지만, 고객의 감정과 욕설에 상관없이 서비스 정신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칼을 들고 찾아오겠다는 고객의 협박이 직원의 분노, 팀장의 노여움, 상사의 질책으로 이어진다.
<다음 소희>의 전반부 스타일은 뒷모습과 오버더숄더숏, 미장센과 롱숏, 마주치는 시선, 로우앵글과 내려다보는 시선, 바스트숏, 어긋나는/마주치는 시선, 투숏과 원숏을 통해 관찰자적 시선, 위기와 불안, 미래의 인연, 반전, 놀람, 불통의 관계를 표현한다. 연습실에서 소희가 춤을 연습하는 첫 장면은 계속해서 넘어지는 소희를 뒷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 오버더숄더숏으로 보여줌으로써 제3자의 관찰자적 시선으로 객관화하고 있다. 이준호 팀장이 혼자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장면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텅 빈 사무실 속에서 오른쪽 후면 구석에 조그맣게 위치한 팀장의 모습에서 자살을 앞둔 인물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한다. 소희가 춤 연습실을 방문하는 장면은 넘어지지만 계속 일어나서 춤을 추는 유진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소희의 찰나적 시선을 강조함으로써 자살 사건과 수사 사건으로의 향후 인연을 암시한다. 소희가 춤 연습실에 나오며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는 장면은 반지하 계단 아래에 위치한 소희, 위로 올려다보는 시선, 검은 어둠 속에 하얗게 떨어지는 눈을 통해 잃어버린 희망을 표현한다. 소희가 콜센터 주차장에서 이준호 팀장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은 흰 눈이 하얗게 쌓인 주차장, 새벽에 출근하는 소희,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 소리, 자동차 안에서 입에 거품을 머금은 채 죽어 있는 팀장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죽은 팀장의 파랗게 변한 얼굴을 바스트숏으로 강조하면서 억울한 죽음과 갑작스러운 충격을 표현한다.
3. 회사·학교·가정의 딜레마와 성과의 함정에 빠진 청춘
<다음 소희>에서 18살 실습생 소희는 취업을 둘러싼 회사, 학교, 가정의 딜레마 속에서 성과의 함정에 빠진 청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소희가 기업의 이윤과 성과의 함정, 개인·동료·회사의 딜레마, 학교의 취업률, 압박감으로 자살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유진이 자살 사건을 수사하면서 소희의 삶을 거슬러 짚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습생은 기업의 이윤과 성과의 함정에 빠져 불안한 고용환경에 처하게 된다. 기업은 이익을 최대한으로 창출하기 위해서 정직원이 아닌 실습생으로만 콜센터 직원을 꾸려서 최저 임금만 지급하며, 인센티브 성과금은 없고 인센티브 감액만 있는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 실습생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 실적의 부담만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희는 팀장의 자살 사건 이후 미친 듯이 일하고 매일 야근을 해서 팀 1위의 실적을 올려 35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표준계약서에 적힌 160만원을 받게 되면서 절망하여 팀장과 갈등을 일으켜 경고와 무급휴가 지시를 받는다.
여주인공은 개인, 동료, 회사의 딜레마에 처해 감정 있는 여고생에서 감정 없는 실습생으로 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죽이게 된다. 소희는 처음에는 고객의 감정에 반응하는 대응을 하면서 저조한 실적으로 팀에 악영향을 준다며 질책을 당하지만, 나중에는 고객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매뉴얼 대응으로 실적 1위를 달성하지만 실적 상승으로 동료에게 부담으로 준다며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여주인공은 업무의 딜레마 속에서 고통받지만, 회사, 가정, 친구와의 관계에서 위로받지 못한다. 소희는 졸업식날 담임에게 불려가 회사를 그만두면 후배가 실습생이 되는데 불리하며 취업률을 달성한 담임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책임감, 노력, 믿음이라는 포장을 쓴 압박감에 직면한다. 소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좋아하는 부모에게 이러한 괴로움을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털어놓지만, 마찬가지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여유가 없는 친구들에게도 위로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목을 자해하는 1차 자살을 시도한다. 소희는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될까라며 부모가 못 들은 척하는 상황에서 불통의 상황에 힘들어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저수지에 빠지는 2차 자살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복직 형사 유진은 처음에는 냉철하고 관례적인 수사로 빠른 속도로 무감각하게 사건을 처리하지만, 유진과의 인연과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게 되면서 자살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다음 소희>의 중반부 스타일은 옆모습·뒷모습의 클로즈업, 미디엄숏과 롱숏, 멀어지는 카메라, 오버더숄더숏, 클로즈업과 바스트숏, 햇살, 편집, 하이앵글을 통해 감정의 배제, 거리감, 자살 상황, 부담감, 멘탈의 붕괴, 잃어버린 희망, 절망과 죽음을 표현한다. 소희가 고객에게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장면은 위약금을 안내하는 소희, 애가 죽었다며 흐느끼는 고객, 새 상품을 소개하는 소희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희의 옆모습과 뒷모습 클로즈업을 통해 실적사회에서 감정을 배제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소희가 손목을 자해하는 1차 자살 장면은 소희와 쭈니의 대화, 소희의 오른손에 있는 핏자국, 소희의 왼쪽 손목에서 흘러넘치는 피, 양말을 벗어 손목을 동여매는 쭈니를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바스트숏, 미디엄숏, 풀숏으로 점차 멀어지는 카메라를 통해 청년세대의 절망을 표현한다. 졸업식날 취업상담실에서 소희가 담임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굳은 표정으로 팔짱을 낀 담임, 소희의 무례한 실수를 지적하는 담임,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며 질책하는 담임의 말을 고개를 숙인 채 묵묵하게 듣는 소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통해 문제 해결의 어려움, 난관에 부딪힌 청년세대의 절망을 표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소희가 동호와 헤어지는 장면은 소희의 얼어붙은 빨간 맨발에 대한 클로즈업을 통해 죽음을 암시한다. 저수지 옆 슈퍼마켓에서 소희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서 문에서 발까지 이어지는 한 줄기 햇살, 그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희의 모습을 통해 잃어버린 희망을 표현한다. 저수지에서 소희가 자살하는 장면은 빨간 발 바스트숏, 얼어붙어 빨갛게 변한 발 클로즈업, 저수지를 바라보는 소희 바스트숏. 저수지를 바라보는 뒷모습 바스트숏,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희, 저수지를 바라보는 소희, 소희의 발에 닿는 눈발, 저수지로 걸어들어가는 소희를 차레대로 보여주는 편집을 보여주고, 소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화면에서 사라지는 미장센을 통해 절망으로 인한 죽음을 표현한다.
4. 공적 해결의 불가능성과 사적 공감의 가능성
<다음 소희>에서 여형사는 공적 해결의 불가능성에 직면해 사적 공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자살 사건과 산재 사건을 통한 청년취업의 명암, 춤의 생명과 죽음의 어두움,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를 드러내며 여형사의 냉철한 수사에서 따뜻한 공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고생의 자살은 팀장의 자살과 맞물리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낸다. 이준호 팀장은 내부고발자로 자살하지만, 바람둥이, 노름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라는 모함을 받으며 명예가 실추된다. 소희는 이준희 팀장의 자살 사건에 대한 각서를 마지막까지 서명하지 않기 위해 버티고 회사에서 금지한 장례식 문상을 가며 그 죽음에 애도한다. 소희는 개인의 무능력, 팀의 성과, 미래의 취업을 위해 미친 듯이 일을 하지만, 월급날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자 실적을 올릴 의욕을 잃게 된다. 하지만 소희는 “취업을 떨어뜨린 병신”이라는 의미로 복학생에게 주어지는 불명예인 붉은 명찰과 붉은 조끼를 입고 학교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되면서 청년세대 취업지옥을 명암을 보여준다.
여형사의 수사는 여고생의 자살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유진은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으며 결격사유, 이중계약, 불합리한 목표치,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자 기망행위(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분노하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학생들의 열악한 상황에 무지하며 오로지 실적을 위해 이중계약을 종용함으로써 취업중개업소로 전락한 학교에 분노하고, 근무환경 평가, 이중 근로계약서 관리의 책임을 외면하며 지원을 받기 위해 취업률에 목을 매며 책임을 교육부에 떠넘기는 교육기관에 분노한다. 교육청 장학사가 유진에게 “이제 교육부 가실랍니까? 그 다음은요?”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유진은 공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절망하게 된다.
여형사는 공적 해결이 불가능한 수사에 절망하지만, 사적 해결이 가능한 공감에 위로받는다. 유진은 회사, 학교, 경찰, 교육청 수사 과정에서 공적 해결이 불가능한 현실에 분노하지만, 부모, 쭈니, 태준을 만나 공감하고자 노력한다. 유진은 부모에게 소희가 춤에 소질이 있고 좋아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토하다가 쓰러진 쭈니를 돌보고, 춤을 포기하며 힘겨운 노동환경에 처한 태준을 만나 자신에게 말해도 된다는 위로를 건넨다. 유진은 소희의 유품인 휴대폰에 유일하게 남겨진 춤 동영상을 보며 이해의 공감과 상실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소희와 유진은 같은 연습생이라는 점에서 함께 묶여 있다. 춤은 축제와 삶의 몸짓이어서 죽음과 거리가 먼 이미지이지만, 삶과 죽음, 절망과 치유, 고통과 분노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 소희>의 후반부 스타일은 시선과 뒷모습, 트래킹쇼트, 바스트숏과 롱숏, 다가가는 카메라, 클로즈업을 통해 내려다보는 시선,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 절망의 표현, 공감, 상실의 슬픔을 표현한다. 유진이 저수지를 바라보는 장면은 앞모습 바스트숏,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시선, 저수지를 바라보는 뒷모습 풀숏을 위로 서서히 올라가는 크레인숏으로 잡음으로써 소희와 유진의 관계를 표현한다. 유진이 회사 관계자와 만나는 장면은 인센티브 미지급, 결격사유, 불합리한 목표치, 노동자 기망행위, 이중 계약서,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말하며 분노하는 유진의 모습을 보여준 후, 본부장, 본사 직원, 팀장의 순서로 천천히 지나가는 트래킹 쇼트를 보여줌으로써 침묵하는 가해자를 표현한다. 유진이 교육청 장학사에게 따지는 장면은 유진의 바스트숏에서 롱숏으로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현실의 난관과 모순을 표현한다. 저수지 슈퍼마켓에서 유진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햇살을 발견한 유진의 미디엄숏, 문에서 신발까지 이어지는 햇살, 햇살을 바라보며 눈물이 차오르는 유진의 얼굴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소희에 대한 유진의 공감과 공명을 표현한다. 해장국집에서 유진이 태준과 식사하는 장면은 소희의 죽음을 말하는 태준의 흔들리는 눈동자, 공장에서 욱해서 사고를 쳤다며 후회하는 태준, 경찰에게 말해도 괜찮다는 유진, 눈물을 터트리는 태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미디엄숏에서 바스트숏으로 다가가는 카메라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표현한다. 경찰서에서 유진이 소희의 유품인 휴대폰에서 춤 동영상을 재생하는 장면은 영상을 바라보는 유진 바스트숏, 동영상을 잡고 있는 손 클로즈업, 유진의 눈물 바스트숏, 웃으면서 춤추는 소희, 춤을 성공시키고 활짝 뛰어오르며 기뻐하는 소희, 옷과 머리카락이 흠뻑 젖은 소희가 동영상 버튼을 끄는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소희의 생명력과 유진의 상실의 슬픔을 대비시킨다.
5. 청년세대의 이상/현실의 간극과 잃어버린 희망
<다음 소희>는 청년세대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잃어버린 희망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반복과 차이의 수미상관식 구성, 춤을 통한 인연, 상승과 하강의 교차, 청년세대의 이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춤을 보여주는 수미상관식 구성은 여고생 실습생 소희와 복직 여형사 유진을 이어준다. 처음에 소희가 춤을 연습하면서 영상을 녹화하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마지막에 유진이 소희의 유품인 휴대폰에서 유진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오열한다. 그 춤 동작은 세 번에 걸쳐 반복된다. 첫 장면에서는 소희가 계속 어려운 동작을 틀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중간 장면에서는 정장을 입은 소희가 태준을 만나 함께 그 춤을 추다가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희가 마침내 그 어려운 동작에 성공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희의 삶은 생존, 갈등, 죽음으로 하강하지만, 소희의 춤은 실패, 시도, 성공으로 상승한다는 점에서 대비를 보여준다. 전반부는 여고생 소희의 춤에 대한 사랑과 노동에 대한 괴로움을 그리고, 중반부는 실습생 소희의 절망으로 인한 죽음과 유진의 자살사건 수사를 그리고, 후반부는 소희의 삶을 되짚어가면 소희 대신 분노하는 유진의 공감을 그리고 있다.
<다음 소희>는 시선, 햇살, 더블링으로 여고생의 절망과 여형사의 분노를 교차시켜 표현한다. 춤 연습실에서 소희와 유진의 마주치는 시선은 나중에 소희의 자살 사건과 유진의 수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그 찰나의 인연을 드러내지만, 가정에서 소희와 어머니의 어긋난 시선은 딸의 춤 사랑과 노동의 고통을 알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만든 무지로 인한 죄책감을 드러낸다. 저수지 근처 슈퍼마켓에서의 햇살은 소희에게는 잃어버린 희망과 절망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유진에게는 잃어버린 상실에 대한 공감과 청년세대에 대한 위로를 의미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햇살 장면이다. 보통 영화에서 햇살은 희망 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힘겨운 현실, 성찰의 괴로운, 서글픈 절망, 상실의 아픔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음 소희>는 청년세대의 절망,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잃어버린 희망을 다루면서, 인물 감정선의 변화, 섬세한 스타일과 시선을 보여주면서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의 <다음 소희> 포토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및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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