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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민주적 해결’이라는 환상에 관하여, 〈티쳐스 라운지〉
[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민주적 해결’이라는 환상에 관하여, 〈티쳐스 라운지〉
  • 이현재(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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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티쳐스 라운지〉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지난 7월 18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부임 2년차 신임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안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1학년 담임직을 맡은 뒤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린 결과였다. 서초구 초등교사 자살사건은 그간 누적되어왔던 교권 관련 문제들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자살한 신임 교사에 대한 동정 여론과 자신이 겪었던 학부모 민원에 대한 경험 공유가 이어졌다. 특히 납득하기 어려운 악성 민원에 대한 토로와 고충들이 고발되기 시작했고, 신임 교사가 자살한 직후 22일 교사들은 광화문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10월 28일까지 지속되며 전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연합뉴스 역시 2023년의 10대 뉴스 중 하나로 교권 문제 촉발을 뽑을 정도였다.

 

출처: 다음 영화
〈티쳐스 라운지〉 (출처: 다음 영화)

2023년 한국을 달군 교권 문제는 한국에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현장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관계자들 외의 서드파티가 개입되는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교권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발생하는 특정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5개 부문 수상에 성공한 <티처스 라운지> 역시 교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민자 이슈가 엮여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교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서드파티의 개입 동기가 미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동기라면, 독일에서 교권 문제 또한 서드파티의 개입이 원인이 되고 있으나 그 동기는 거시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동기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다.

 

출처: 다음 영화
〈티쳐스 라운지〉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독일과 한국의 교권 문제는 동기 유발의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그 파급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한국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티처스 라운지>에서 갈등이 유발되는 요인은 이민자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도둑으로 오해(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정작 파급효과는 서비스 수요자(학생&학부모)가 요구한 개선사항을 서비스 제공자(교사)가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여기에는 서비스의 최종 제공자(교사)와 서비스의 최종 수요자가 맞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 사이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중간 수요자가 지나치게 많이 껴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의사소통의 구조 자체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티처스 라운지>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정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고, 문제에 뛰어드는 상황은 해결은 고사하고, 사회에 이롭고 발전적인가? 도리어 병폐를 양성하고 있지는 않은가?

 

 

글·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뉴미디어・게이밍 섹터 연구원. 「한류 스토리콘텐츠의 캐릭터 유형 및 동기화 이론 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문화재단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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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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