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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환경오염과 AI의 가능성
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환경오염과 AI의 가능성
  • 이지혜 |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7.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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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기후위기란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말한다. 해수부는 최근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이 약 1.36도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김 양식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 생물인 산굴뚝나비(천연기념물)의 서식지는 점점 고지대로 변하는 중이다. 이에 세계유산본부는 생태연구를 위해 산굴뚝나비 연구에 돌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의 생에 문제가 생기거나 삶의 터전이 옮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동식물이나 곤충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아이돌 문화와 환경의 순환논리

최근 몇 년간 케이팝 아이돌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팝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평가하는 세계적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이러한 인기와 성과 이면에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케이팝 문화’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는 자성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과의 지속가능성의 측면과 윤리의 개념으로 아이돌 산업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팬과 제작자의 자성적 목소리가 그것이다.

지난 5월, 기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앨범깡’을 거론했다. ‘앨범깡’이란 포토카드 등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동일한 가수나 그룹의 앨범을 구매해 연속해서 열어보는 행위를 말한다. 팬들은 팬 사인회 응모권이나 좋아하는 멤버의 새로운 사진을 얻기 위해 많게는 수십 장, 수백 장의 앨범을 구매하고, 그대로 버린다.

이러한 팬덤 문화가 국내 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쓰레기가 되어 전 세계를 떠도는 케이팝 아이돌들의 앨범은 그대로 환경문제가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후위기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한 일부 기획사는 오일이나 녹는 종이를 활용한 소재로 앨범을 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는 “종이는 다 녹는다. 차라리 앨범을 덜 찍는” 것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는 팬덤 문화 중 하나인 ‘밀어내기’와도 연관되어 있다. ‘밀어내기’란 기획사와 유통사가 판매처에 음반을 대규모로 떠넘기는 일을 말한다. 판매처에 남은 재고는 고스란히 판매처의 손해가 된다. 따라서 물량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팬 사인회를 열어 초동판매량을 올리고 눈으로 확인 가능한 앨범 판매 수치를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한 케이팝 팬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에 진심인 케이팝 팬들이 모여 기후 행동하는 비영리 NGO 단체”(@kpop4planet, SNS ‘X’ 소개글 인용, 2024.07.16.)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각종 SNS를 통해 활동 중이다.

해당 단체는 엔터산업에 대한 첫 번째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본래 사용 목적을 잃어버린 ‘플라스틱 앨범’, 둘째, ‘앨범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기괴한 마케팅’이다. 이들은 “최애를 응원하는 마음을 이용당한 것도 모자라 플라스틱 앨범 쓰레기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AI(인공지능) 기술과 아이돌

문제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AI 기술에 호의적이다. 아직까지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을 절약한다고 믿는다. 이로써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걸그룹 에스파가 최근 발표한 앨범 <슈퍼노바>의 뮤직비디오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도입부터 AI로 만든 에스파 멤버가 등장하기도 한다. 해당 작품은 그룹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특성상 작품에 AI 기술 사용이 필수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영국 <BBC>는 「케이팝의 AI 실험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했다. (2024.07.16.일자 기사 참조) 이 기사에서 <BBC>는 “현재 케이팝 팬들을 분열시키고 있는 이슈는 AI(인공지능)”라고 말했다.

기사를 위해 진행한 팬들과의 인터뷰에서 “AI는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라는 목소리를 포착해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창작의 장애물이 있을 때 AI 기술을 사용해 도움을 받는 것은 인정하지만, 앨범 전체가 인공지능이 만든 가사로 채워질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감정적 연결이 끊길까 봐 걱정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우지는 “AI 작사·작곡을 해봤다. 불평을 하기보다 발맞춰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AI 기술의 “단점과 장점을 찾아보고 고민하며 우리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AI는 음악 제작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팬과의 소통, 공연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이다. 나아가 ‘아이돌’이라는 존재 자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AI 기술을 이용한 가상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이세돌)’, 플레이브 등이 등장했으며,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위한 챗봇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또한, 음악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팬들이 더 쉽게 음악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팬 경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분명 유의미하다.

그러나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전력 소비는 상당한 양의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어 처리 모델인 GPT-3를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 소비는 수백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

AI 기술을 운영하기 위한 하드웨어 장비의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도 수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 폐기물은 당연히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전자 폐기물 처리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그의 저서 『책임의 원칙』에서 현대 기술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이그룹 세븐틴  ⓒ 뉴스1

 

케이팝 산업과 기후위기

케이팝 산업 자체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투어와 대규모 공연은 항공 이동, 공연장 운영 등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필연적으로 대규모 소비문화를 형성한다. 이는 일회용 제품 사용 증가로 이어진다. 앨범 생산 및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고, 팬미팅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그의 저서 『위험 사회』에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논의하며, 대규모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케이팝 산업과 AI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직결된다.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와 문화의 발전에 따라 자연히 형성되는 이용자의 행동 양식, 한편으로는 소비 방식을 마음대로 저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기술과 문화가 자연, 즉 우리의 삶과 함께 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이지혜
문화평론가. 제16회 <쿨투라> 신인상 영화평론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으로 문화현상을 연구하고, 경희대에서 강의중이다. <르몽드 문화톡톡>에 문화평론을, <쿨투라>등에 영화평론을, <서울책보고> 웹진에 에세이를 정기적으로 기고한다.(leehe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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