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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햇비 - 무지개 그리고 해바라기
[최양국의 문화톡톡] 햇비 - 무지개 그리고 해바라기
  • 최양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1.08.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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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NN방송은 7월 30일(현지 시간) 덴마크 기상 연구소의 자료를 이용해 7월 27일 하루 동안 그린란드에서 85억 톤 규모의 빙하가 녹아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전체를 5㎝가량의 물로 뒤덮을 수 있는 양이다. 1970년대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 3번째 로 큰 규모로, 24일로 기준 시점을 당기면 녹아내린 얼음의 양은 184억 톤에 달한다.”

- 한국일보, 7월 30일(2021년) -

 8월이 비바람에 눕고 햇살에 일어난다. 그리스어로 옥타드(Octad)인 8은 생명과 인식의 원형력으로서 갖는, 숫자의 상징성을 보여 준다. 잠비와 마파람을 맞으며 살며시 눕는다. 무한(∞)을 나타내는 무한대나 영원 즉, 생성과 사멸의 끝없는 순환을 보여준다. 영원회귀다. 옷비와 동살(새벽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을 느끼며 벌떡 일어난다. 없음(○)과 없음(○)의 만남을 통한 있음(8) 즉, 없음과 있음의 절대적 의미를 드러낸다. 연결 공동체다. 생명과 인식의 원천인 태양이 8과 만난다. 무심한 비를 뿌린다. 비는 마법 같은 신의 징표를 보이며 우리를 찾는다. 징표 너머 태양의 꽃이 피어 있다.

 

햇비(여우비)가 / 마법 같은 / 선물로 / 찾아오니

8월의 햇살이 강하게 내리는 주말 오후, 민간 설화가 호접몽(胡蝶夢) 속으로 날아온다. 꾀가 많은 여우는 숲속의 왕 호랑이와 결혼하면 호랑이의 힘을 빌려 왕 노릇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온갖 여우짓으로 호랑이를 꾀어 햇살 좋은 어느 날,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이때 여우를 짝사랑한 구름이 나타난다. 호랑이에게 시집가는 여우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구름이 흘린 눈물은 비가 되고, 구름은 애써 웃으며 여우의 행복을 빈다. 비가 그치고 화창한 날씨가 된다. 이러한 이야기가 민간에 전해 내려오면서 ‘화창한 날, 잠깐 내리다 그치는 비’를 만나면 우리는 여우를 떠올리며 여우비라고 부른다. 여우비는 지역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다. 햇비, 여시비, 야시비, 영껭이비, 영께이비등. 윤동주(1917년~1945년)는 함경도 햇비를 맞는다. 아씨~옥수숫대~하늘 다리를 만난다.

 

* 햇비(1936년), 윤동주, Google
* 햇비(1936년), 윤동주, Google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 자 엿 자 자라게/ 해님이 웃는다/ 나 보고 웃는다.// 하늘 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 같이 춤을 추자/ 해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 < 햇비 > (1936년), 윤동주 -

차와 우산의 미완성 이별곡을 들으며 걸어가는 도중, 햇비를 만난다. 비받이는 없지만 햇비(여우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함께 재잘 재잘 걸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마음이 빨라지지만, 금방 그치는 비라는 것을 알기에 하늘을 힐끗 쳐다볼 뿐 호랑이 장가와 여우 시집가는 그 비를 즐겁게 웃으며 맞을 수 있는 닷 자 엿 자의 시절도 있다. 가끔은 신들이 인간에게 내리는 메시지 같은 하늘 다리가 마법 같은 선물로 찾아오기도 한다.

현대의 우리에게 마법 같은 선물로 다가오는 하늘 다리가 있다.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이다. 그중에는 플랫폼 식민주의로 향하는 다리도 있다. 플랫폼 식민주의는 우리들을 유형화된 소비 주체의 형태로 묶어서 공급자가 구축한 플랫폼에 맞추어 가도록 하며, 이런 대상군에만 호의를 베풀며 유산을 남긴다. 이들 공급자는 자신들이 그어둔 인위적인 선들 사이의 영토 전체를 자신들이 통치할 수 있도록 보장받기 위한 위임장의 형태로 플랫폼이라는 구조를 이용한다. 그 선들이 역사적으로 올바른지 혹은 어느 날 느닷없이 함께 묶여 버린 서로 다른 소비자들과 집단들에게 공정한지 등은 별로 중요치 않은 듯하다.

우리에게 가끔은 플랫폼 식민주의 근원으로서의 집단정서 동일화 경향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낮잠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름에 일을 쉬고 낮잠을 잘 수 있게 하는 비, 잠비. 등에 끼얹어진 등물 같은 비. 그런 비와 함께 낮잠을 자며 호접몽(胡蝶夢) 속 꿈을 꾼다.

 

무지개 / 하늘 다리 / 생명 인식 / 징검다리

햇비가 내린 후, 신들이 인간에게 내리는 메시지 같은 하늘 다리와 마주한다. 비가 활에 실려 날려와 인사를 한다. 이는 빛과 물방울이 만나서 벌이는 자연의 마법이다. 무지개다. 무지개색은 각 나라의 색을 바라보는 문화 차이에 따라 두 가지~일곱 가지 색으로 다르게 표현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뉴턴이 정한 일곱 가지 색(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으로 알려져 있다.

 

* 무지개(Rainbow), Google
* 무지개(Rainbow), Google

이러한 일곱 가지 색의 순서로 정렬된 무지개의 속성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는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The Magic of Reality), 김명남 옮김/김영사》에서 “붉은빛은 어떤 속성 때문에 푸른 빛보다 더 얕은 각도로 굽을까?. 빛은 진동, 즉 파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소리가 공기의 진동인 것처럼, 빛은 전자기 진동으로 이루어진다.~(중략)~인간이 실제로 볼 수 있는 빛은 고음의 극단인 감마선에서 저음의 극단인 전파까지 아우르는 널따란 전체 스펙트럼에서 중간 부분, 그것도 아주 좁은 띠에 국한된다. 태양과 별들이 뿜어내는 전자기선은 ‘베이스’인 전파에서 ‘소프라노’인 우주선(宇宙線)까지 온 범위의 주파수들, 즉 ‘음’들을 아우른다. 우리는 비록 빨강에서 보라까지 좁은 가시광선 부분만을 보지만, 보이지 않는 선을 감지하는 도구들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무지개는 햇살 강한 화창한 날에 비가 와서, 공중에 남아있던 물방울이 프리즘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경우 주로 나타난다. 즉 햇빛이 물방울 안에서 굴절해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상들로 반사되어 나온 것으로서, 실제가 아닌 굴절 되어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색들의 환영(Illusion)이다. 빛이 통과하는 물방울이 입체적 구 모양이기 때문에 이 입체들에 굴절·반사되어 나온 빛도 입체적 구와 비슷한 모양이어야 한다. 그러나 바라보는 우리 기준에서는, 지표면에 가려진 부분은 보이지 않고. 물방울들이 공중에만 있기 때문에 주로 반원형의 평면으로 조우 한다.

우리가 무지개를 마주하는 경우 떠오르는 문화적 유전자중 대표적인 것이,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년)에 OST로 삽입된 주디 갈런드(Judy Garland, 1922년~1969년)의 <Over The Rainbow> 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무지개 너머 어딘가 아주 높은 곳에/ 언젠가 자장가에서 들어본 곳이 있어요/ 무지개 저쪽 어딘가 하늘은 푸르고/ 그대가 간절히 꿈꾸는 꿈들이/ 실제로 이뤄지는 곳 말이에요)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Away above the chimney tops/ That’s where you’ll find me (언젠가 내가 별을 향해 소원을 빌고 나서/ 잠에서 깨어나면 구름은 저 멀리 떨어져 있고/ 모든 괴로움은 레몬 사탕처럼 녹아내리는 곳/ 굴뚝 위 높은 곳에 나는 가 있을 거야/ 그곳에서 나를 만날 수 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Birds fly over the rainbow/ Why then, oh why can’t I ?/ If happy little bluebirds fly beyond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Why, oh why can’t I?/ Why, why can’t I? (무지개 저편 어딘가 파랑새들이 날아가는 곳/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그런데 왜, 오, 나는 그럴 수 없을까?/ 행복한 파랑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왜, 왜 나는 못 하는 거죠?)”

- <Over The Rainbow> (1939년), 주디 갈런드(Judy Garland)> -

주디 갈런드는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무지개 너머 굴뚝 위 높은 곳에서 조세희의 난장이 아버지를 만난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게 보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중략)~ ”아버지는 어딜 가셨을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불안해졌다. ”애들아, 아버지를 찾아봐라.“ 나는 아버지가 놓고 나간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이었다. ~(중략)~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 나는 책장을 덮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영호와 영희는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방죽가로 나가 곧장 하늘을 쳐다 보았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 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피뢰침을 잡고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로 아버지는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년), 조세희 -

조세희는 2008년 발간 30주년을 맞아,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 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무지개는 대부분 반원형의 평면으로 인식된다. 무지개는 드러나지 않은 실재와 현실 인식 사이의 간극, 진실과 거짓 그리고 음모에 대한 분별력과 창조력을 통해 플랫폼 식민주의 문화를 극복해 내길 바라며 떠 있는 듯 하다. 빨강은 빨강, 보라는 보라로 보며, 보이지 않는 적외선과 자외선까지도 감지해 낼 수 있는 우리의 도정을 위한 나침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아직 우기가 있으나 한창 내리다가 잠깐 그친 비, 옷비. 눈 안에 고인 눈물 같은 비. 그런 무지개의 환영 같은 비를 떨치고 달빛을 받으며 <일만 년 후의 세계>를 읽는다. 무지개 너머로 날아간다.

 

태양 꽃 / 해바라기는 / 지구 생태 / 상징물

무지개 너머에서 콧등이 높고 매부리코에 콧수염과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가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Vase with Fifteen Sunflowers,1888년), V.W. van Gogh, Google
*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Vase with Fifteen Sunflowers,1888년), V.W. van Gogh, Google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년), 정물화 <해바라기>. 이 그림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 첫 번째는 파리 시절에 그린 바닥에 놓여있는 해바라기(1887년)이며, 두 번째는 아를 시절에 그린 꽃병에 담긴 해바라기(1888년)이다. 태양의 황금빛 노란 햇살이 가득한 아를로 이사 간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꽃인 해바라기를 연작 및 사본으로 여러 작품 그려낸다. 노란색으로 단장한 아를의 집에 노란색 해바라기를 화실 가득 채운다.

<해바라기>는 고흐가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소재인 해바라기라는 대상을 통한 태양에 대한 숭배와 색채, 특히 노란색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그가 ”태양의 화가“나 ”해바라기 화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서 노랑은 무엇보다 열린 희망을 의미하며, 당시 그가 시도한 공동체 등에 대한 기쁨과 설렘을 반영하는 색이다. 또한 유화를 두껍게 칠한 질감에 의해 해바라기 특유의 강한 원형력과 생명력을 표현하며, 고도의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 노란색의 통일된 색조로 그리되, 화분에는 노란색과 대비되는 파란색을 사용해 자신의 서명(Vincent)을 남기고 있다. 이는 화가로서 벨기에를 떠나 파리에 진출한 후, 자신의 내면적 정체성으로 굳어져 가는 우울·고독·슬픔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남부 지방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길에 대한 긍정적 희망의 메시지를 노란색으로 아우르고 있다.

무지개 환영(幻影) 너머 피어 나는 해바라기는 우리들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해바라기의 학명(Helianthus)은 그리스어로 태양을 뜻하는 ‘Helios’와 꽃을 뜻하는 ‘Anthos’가 합쳐진 것이다. 즉 ‘태양의 꽃’이라는 의미이다. 꽃말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숭배’ 또는 ‘경배’(Adoration)를 뜻한다.

최근 태양을 바라보며 우주 개발에 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라이트(Wright) 3형제가 있다. 일론 머스크(Elon R.Musk, Tesla), 제프 베조스(Jeffrey P.Bezos, Amazon) 및 리처드 브랜슨(Richard C.N. Branson, Virgin Group). 전 세계 광역 인터넷망 구축 통한 지배적 플랫폼 완성, 우주산업, 우주관광 및 우주도시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그들의 경쟁은 우주 개발의 실재화를 가속하는 추진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 기후 따른 북극 빙하의 이별가, 슬픈 흰곰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들의 탐욕에 의한 끝 모를 바이러스 전쟁을 겪고 있다. 우주 개발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 및 산업 측면의 정(+)의 효과보다는 지구의 순기능적 자정 능력을 복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는 아닐까?

지금 우리는 ‘회색코뿔소’가 달려 오는 듯 하는 지구에 살고 있다. 이 지구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으로 버려지거나 비틀거리는 장(場)이 되지 않기 위해, 라이트보다는 ‘태양의 꽃’이 피어나는 지구를 존중하고 숭배하는 게이츠(Gates) 3형제가 더 필요한 건 아닌지.

”인류는 과학과 예술을 창조할 지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은

정의의 세계, 형제애의 세계, 평화의 세계는

이룩하지 못하는가?“

- 레옹 블룸(André Léon Blum, 1872년~1950년) -

다도해, 지중해, 그리고 뜰~들~숲속 해바라기는 비바람에 눕지만, 태양을 향해 일어난다. 영원 회귀와 연결 공동체를 상징하며 그렇게 피어있다.

 

글 ·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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