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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의 시네마 크리티크] 시리즈물의 화두,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외계+인> 1부와 <한산:용의 출현>
[임정식의 시네마 크리티크] 시리즈물의 화두,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외계+인> 1부와 <한산:용의 출현>
  • 임정식(영화평론가)
  • 승인 2022.08.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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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2022년 여름방학 시즌을 겨냥한 대작 영화 4편이 모두 공개됐다. <외계+인> 1부와 <한산:용의 출현>은 이미 개봉했고, <비상선언>과 <헌트>도 시사회를 마치고 곧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작품들은 여름 시즌에 개봉하는 작품답게 오락성을 앞세운다. 또 관객들에게 익숙한 장르 문법을 활용한다. 최고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보여주는 것도 공통점이다. 액션 스펙터클 장면도 할리우드 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장르와 시대 배경이 다른 데다 영화의 메시지도 다양해서 관객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런데 개운하지 않은 면도 있다.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다른 영화의 설정이나 특정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물론 대중영화는, 특히 장르 영화는 기존 영화의 장점과 성공 요인을 수용하는 것을 금기시하지 않는다. 그러한 작업은 미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먼저 눈에 띈다면,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장르 혼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중영화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늘 줄타기를 한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이야기라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대중영화 감독의 숙명이다. 여기에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까지 담아내야 한다. 대중들의 무의식과 정서에 부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물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더 강해진다. 이전 작품의 성공 요인을 가져오되,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나 주제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계+인> 1부의 설정은 새롭다. 한국의 전통 도술과 SF 장르의 만남은 신선하다. 현대와 고려,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전개되는 과정도 현란하다. 도사, 신선, 분신술을 하는 가드와 썬더, 외계인이 얽혀 있고, 여기에 장르 면에서 액션과 코미디가 혼재돼 있다. 그런데 <외계+인> 1부는 이처럼 복잡한 인물과 서사, 시공간 배경 등으로 인해 영화의 핵심을 간략하게 정리하기 힘들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말한 ‘25자 법칙’이 무색하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무엇보다 <외계+인> 1부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관점에서 고민할 여지가 있다. 감독은 <전우치>에서 제시했던 현대와 조선의 시간여행, 부채 도술, 변신 모티브를 <외계+인> 1부에서 다시 활용한다. <전우치>에 기준을 두면, <외계+인> 1부는 적대자가 외계인으로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할리우드 SF영화에 기준을 두면, 외계인에 맞서는 지구인이 달라졌을 뿐이다. 물론 <외계+인> 1부의 선택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전우치>와 직접 연결되는 시리즈물도 아니다. 그런데 도사와 신선, 가드(썬더), 적대자인 외계인의 특징이 아직은 모호하다. ‘인간의 몸에 죄수를 가두었다’라는 설정을 넘어 외계인이 왜 그렇게 했으며, 죄수들은 지구의 인간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갈등 구도가 선명해질 것이다. 현재는 1부만 개봉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외계+인> 1부는 플롯이 꽤 복잡하다. 현대와 과거, 먼 과거, 더 먼 과거가 번갈아 등장한다. 게다가 현대와 과거, 먼 과거, 더 먼 과거의 인물과 사건이 서로 얽혀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갓난아이가 현대와 먼 과거, 더 먼 과거에 다른 인물로 등장하는 식이다. 시간 역순으로 정리하면, 현대-과거-먼 과거-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시도했던 방법과 유사하다. 그런데 <외계+인> 1부에서는 시간과 공간, 인물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다. 우연에 기대고 있어서 개연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 간의 관계를 정리하느라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인물과 사건이 부챗살처럼 넓게 펴져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넓게 펼쳐놓은 후, 결말 부분에서 그 이야기들을 하나의 점으로 응집시키는 스토리텔링은 최동훈 영화의 특징이다. 거미줄의 중심에 거미가 완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구도이다. 이러한 플롯은 천만 영화 <도둑들>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됐고, 최동훈 감독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하지만 <외계+인> 1부에서는 인물과 사건이 정리가 덜 된 채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현상은 2부작 영화의 1부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외계+인> 1부와 2부를 동시에 감상하면 많은 오해가 깔끔하게 풀릴 수도 있다. 하지만 2부작이라고 해도, 각 영화는 그 자체로 서사의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1부는 1부이고, 2부는 2부이다. 또 2022년의 관객이 내년 혹은 내후년에 개봉할 영화의 스토리를 예상하면서 감상할 수는 없다. 최동훈 감독은 1, 2부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집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일까? 중반부에 가서야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된다. 5시간짜리 영화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외계+인> 1부는 140분짜리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현재의 플롯은 아쉬움이 있다. <외계+인> 1부는 미완의 작품이다. 2부까지 공개된 후에는 관객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 스틸컷.
영화 '한산:용의 출현' 스틸컷.

김한민 감독의 <한산:용의 출현>은 ‘이순신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영화다.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인 한산도대첩을 배경으로 한다. <명량>이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 <노량:죽음의 바다>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산:용의 출현>의 내용은 실제로는 가장 앞선 시기의 이야기이다. 이순신과 한산도대첩이라는 익숙한 인물과 역사적 사건, 2014년 개봉해 176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명량>의 흥행성적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산:용의 출현>은 태생적으로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더 두드러진 영화다. 인물, 사건, 전작의 명성이 성벽처럼 버티고 서 있다. 이순신 장군의 위상과 이미지, 한산도대첩의 전투 결과도 요지부동이다. <한산: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 역할의 배우를 교체하고, 영화의 주제를 <명량>과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한다. 학익진이나 거북선 전투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영화의 플롯은 익숙하다. <명량>과 거의 똑같다. 전반부에서 한산도대첩의 역사적 배경과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 현황 그리고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후반부에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을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새로움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한산:용의 출현>은 시리즈물로서 작품의 독립성과 이야기의 완결성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한산도대첩에만 집중함으로써 <명량>과 차별화한다. 같은 이순신 장군 이야기이지만 <명량>과 다른 영화가 된 것이다. 물론 <명량>에 비해 이순신 장군의 내면 형상화와 갈등이 축소돼 캐릭터가 더 단순해지고, 다른 인물과의 대립 구도가 약화된 측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산:용의 출현>은 시리즈물이 안고 있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야기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확보하면서도 탐망꾼 준영과 기생 첩자 정보름을 통해 <명량>의 이야기와 연결한 점도 긍정적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임정식
영화평론가. 영화를 신화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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