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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영화는 영화를 타고: <사랑은 비를 타고>(1952)에서 이정재를 거쳐 <동감>(2022)까지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영화는 영화를 타고: <사랑은 비를 타고>(1952)에서 이정재를 거쳐 <동감>(2022)까지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2.10.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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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진 켈리, 스탠리 도넌, 1952)가 70주년을 맞아 다시 개봉됐다.

 

<사랑은 비를 타고> 70주년 재개봉 포스터

70년이 지나서도 기억되고 있는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이미 한차례 다뤘었다.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변화되던 시기 할리우드의 상황을 비롯해 컬러 영화, 뮤지컬 영화 등에 관해 간략하게 소개했더랬다. 아울러 여성의 적으로 설정된 여성 캐릭터 재현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었다.

이번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로 시작해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영화 잇기와 배우 잇기를 해볼까 한다. 재개봉 소식을 듣고, 새삼 여러 영화와 배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름의 70주년 축하라 하겠다.

 

- <비는 사랑을 타고>와 <사랑은 비를 타고>

<사랑은 비를 타고>가 국내에서 처음 개봉된 것은 1954년 10월이었다. 당시 신문광고를 보면 <비는 사랑을 타고>라는 제목으로 표기되어 있다. 두 제목 모두 원제목인 <Singing in the Rain>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의미이지만, 꽤 낭만적인 제목이다.

 

<비는 사랑을 타고> 신문 광고(경향신문 1954.10.20. 2면)

<비를 사랑을 타고>라는 제목이 언제 <사랑은 비를 타고>로 바뀌었는지 기사를 더 찾아봤다. 1954년 개봉 이후, 1972년, 1982년 지상파 TV 방영 관련 기사에서도 여전히 <비를 사랑을 타고>이었다. 그러다 1990년 비디오로 출시되며 제목이 <사랑은 비를 타고>로 바뀌었다. 이후 1995년 영화 전문 케이블 TV 방영 기사에서도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제목은 유지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들려오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 시작과 함께 제목 자막이 흐르는 시퀀스에서도 노란 우비 입은 돈, 캐시, 코스모 세 주인공이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춤춘다. 이 노래는 또 한 번 들려오는데, 사랑에 빠진 돈이 밤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노란색 우산을 돌려가며 부른다.

사실 이 노래는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었다. 이미 유명한 노래였다. 그러나 빗속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 소품 등 이 영화 속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패러디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다 못 봤어도, 이 장면 혹은 이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을 못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 그리고 이정재

국내 영화에서도 패러디 시도가 있었다. 2002년 안진우 감독의 <오버 더 레인보우>(2002)에서였다.

 

<오버 더 레인보우> 포스터

이정재가 연기한 주인공 진수가 빗속에서 춤을 춘다. 이때 흐른 노래는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이었지만, 밤거리에서 수트를 입고, 모자를 쓰고, 우산을 잡은 진수의 모습과 춤 동작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장면을 소환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기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빗속에서 춤까지 춘 기상캐스터 진수는 “사랑은 비를 타고 온다고 하죠.”라는 멘트도 날린다.

 

<오버 더 레인보우> 스틸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춤까지 추는 로맨틱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정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에 감독 데뷔작인 <헌트>(2022)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에서 보여진 강렬한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진수가 ‘레인보우’로 불렸던 옛사랑을 찾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 이정재에서 <시월애>를 거쳐 <동감>, 또 <동감>까지

이정재는 1994년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모습을 보였다.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처럼 로맨틱한 연기를 한 적도 많다. 그 중 <시월애>(이현승, 2000)도 생각난다. 김현철이 맡았던 영화음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월애> 포스터

이 영화에서는 바닷가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남녀의 이야기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어느 날 성현(이정재)은 2년 후로부터 온 은주(전지현)의 편지를 받는다. 어찌 된 영문인진 몰라도, 다른 시간대에 같은 집에 사는 남녀가 편지를 통해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서로 가까워지고, 만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당시 ‘시간을 초월한 만남’이란 소재의 한국영화가 한 편 더 있었다. <시월애>보다 몇 달 앞서 개봉한 김정권 감독의 <동감>에서는 무선 햄 통신을 통해 1979년의 소은(김하늘)과 2000년의 지인(유지태)이 만난다. 점차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가 얽힌 사실도 알게 된다.

 

<동감>(2000) 포스터

현재 <동감>의 리메이크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1월 16일 개봉 예정인 서은영 감독의 <동감>에서는 1999년의 무늬(조이현)와 2022년의 용(여진구)가 만난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떤 영화로 재탄생했는지 궁금해진다.

 

<동감>(2022) 포스터

- 영화의 시간성과 공간성

1952년 미국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시작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영화를 타고 넘다 보니, 우연히도 시공간을 초월한 로맨스 영화들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20년이 지난 현재 또다른 리메이크 소식도 만났다.

사실 영화는 그 자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성을 갖는다. 2시간 안팎의 영화 속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담길 수 있고, 여러 공간도 담길 수도 있다. 편집 한 번이나 카메라 움직임 한 번, 시각효과 등으로 수백 년 전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 우주 멀리까지도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관객은 원하는 시간에,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재개봉 소식을 접하며, 영화의 큰 매력인 시간적 공간적 매력까지 살펴보았다. 더 많은 영화들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볼 수 있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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