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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야욕을 거둬내고, '언어'의 기능을 회복하라!
혐오와 야욕을 거둬내고, '언어'의 기능을 회복하라!
  • 박지수
  • 승인 2023.11.14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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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리뷰
- 언어의 권력, 언설(discourse)의 폭력성
- 각국이 직면한 언어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언어는 권력이다』 / 18,000원

 

전 세계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힘이 있다. 겉으로 보이진 않아도 우리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는 언어는 곧 권력이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권력이란 어떤 물리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과 배제를 작동하는 언설을 의미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혐오 발언들은 그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노골적이다. 더 큰 문제는 혐오와 뒤섞인 언어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국가최고책임자인 대통령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아니, 우리말을 뭣 하러 또 배우나” 라던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은 한국어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이 밖에도 우리는 어떤 위기에 직면해 있을까. 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언어는 권력이다』와 함께 심도 있게 현재를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할 그 방법을 고민해보자.

 

권력의 도구인가 공유의 도구인가?

▲ <노르망디공 윌리엄 1세의 노먼 콘퀘스트(Norman Conquest)를 그린 태피스트리>. 
노르망족의 프랑스어가 영국 색슨족의 영어에 동화되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일본어에 숨은 ‘복종 사회’ (미즈바야시 아키라)

장 자크 루소는 『언어의 기원』에서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언어는 복종의 언어다”라고 주장했다. 제네바 출신의 루소가 되살아나 일본에 온다면 복종과 지배라는 끝없는 곡예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본인들을 가리켜 “자유롭지 않으며 ‘복종하는 언어’를 쓴다”고 지적했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복종하는 언어’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와 닮아있다. 민주주의는 정부가 아니라 사회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왜 일본 열도에서는 이런 인식이 수용되기 어려울까?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브누아 뒤퇴르트르)

실용주의를 앞세워, 유럽연합은 다중언어를 몇 년 사이에 영어로 거침없이 바꿔버렸다.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구글, 페이스북, 야후, 트위터 등을 개발한 곳이 미국이므로, 온라인 소통수단은 자연스럽게 미국식을 유지한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고, 미국식으로 ‘사고’하도록 유도된다.

 

다양성은 꺾이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아랍어 (아크람 벨카이드)

알제리인과 모로코인, 튀니지인들은 서로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외양은 같은 단어이나 어떤 경우엔 황당할 정도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놀라는 일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타분(tabboune) 이란 단어는 알제리와 튀니지에선 빵 혹은 빵 굽는 화덕을 뜻한다. 그러나 모로코에선 여성의 외음부 혹은 질이라는 뜻으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모로코 기자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알제리 대통령 이름 아브델마지드 테분(Abdelmadjid Tebboune)을 발음할 때 왜 불편해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다국어로 제정해야 하는 국제법 (카트린 케세지앙 & 안티다 노로돔)

먼저 국제법을 단 하나의 언어로만 표현할 경우 그로 인한 사유가 빈약해진다. 게다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발화자는 대부분 ‘글로비시’, ‘에스페란토’, ‘국제비즈니스영어’와 같은 기초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데, 이는 사고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한 도구다. 국제법 제정에 다수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사유를 풍부하게 확대하고 전 세계의 사법체계가 보다 잘 실현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각각의 문화로 하여금 단 하나의 주된 문화의 강압 없이도 스스로의 원칙과 관점을 찾아내고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12호에는 이밖에도 '영어에 지배당한 네덜란드 대학', '자막, 영어, 그리고 <늑대와 춤을>' 글을 실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담아냈다. 또한 '중국어 : 하나의 문자, 여러 개의 말'과 '단일언어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 글은 언어의 다양성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준다.

 

[목차]

서문 단일 언어의 악몽 ― 필리프 데캉
책을 내며 언어의 공감 기능을 회복하라! ― 성일권

1부 지배의 무기

고사 위기에 처한 언어들 ― 자크 르클레르
우크라이나어로 말하기 ― 니키타 타란코 아코스타
             에펠탑에 내건 영어 슬로건, “Made for sharing” - 브누아 뒤퇴르트르
             딸깍 소리 아프리카 흡착어, 소멸 위기에… - 폴린 파티스
일본 언어에 숨은 ‘복종 사회’ ― 미즈바야시 아키라
카메룬 영어권 지역의 저항과 억압 ― 크리스틴 홀츠바우어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 브누아 뒤퇴르트르
엘리트 계급의 자발적 복종 ― 조르쥬 갸스토 외

2부 영향력의 도구인가 공유의 도구인가?

단일언어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 ― 도미니크 오프
걸프만의 비전, 왕들의 허영 ― 아크람 벨카이드
             조지아어 사용 확대 반대…결국 전쟁 일어나 - 필리프 데캉
             스리랑카 타밀어의 저항 - 에리크 폴 메이에
프랑코포니는 식민지주의의 아바타? ― 미카엘 장
            용광로 언어, 크리올어 - 마르고 에므리슈 외
            위기에 직면한 데이턴 협정 - 필리프 데캉 외
러시아어에 애정 거두는 프랑스 ― 엘렌 리샤르
중국어 : 하나의 문자, 여러 개의 말 ― 마르틴 뷜라르
모두를 위한 아랍어 ― 아크람 벨카이드

3부 다양성은 꺾이지 않는다

몬테네그로 정부의 정체성 혼란 ― 필리프 데캉
             몬테네그로어, 불필요한 언어인가? - 필리프 데캉 외
어떻게 언어는 만들어지는가 ― 필리프 데캉 외
             프랑스어권인가? 독일어권인가? - 필리프 데캉 외
             다중언어, 룩셈부르크 교육의 골칫거리 - 필리프 데캉 외
             프랑스어는 천지창조 때부터 쓰였다? - 피에르 랭베르 
아이슬란드, 언어 순수주의의 원형 ― 필리프 데캉
플랑드르 예술가 혹은 벨기에 예술가 ― 세르주 고바르트
모든 알파벳은 로마로 향한다 ― 자비에 몽테아르
다국어로 제정해야 하는 국제법 ― 카트린 케세지앙 외

4부 언어의 타락

영어에 지배당한 네덜란드 대학 ― 뱅상 두마이루
프랑스 ‘코리안학’의 현주소 ― 마리오란주 리베라산
             보편주의를 향한 추구, 에스페란토어 - 필리프 데캉
             학대자 앞에 선 퀘벡 속어 - 브누아 브레빌
권력자의 자발적 복종 ― 목수정
자막, 영어, 그리고 <늑대와 춤을> ― 송영애
             베르베르어, 알제리와 모로코에서 아랍어와 동등한 공용어 - 아레즈키 메트레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33개 외국어판 - 안 세실 로베르
그럼에도 프랑스어는 필요하지 않을까 ― 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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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4153wltn@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