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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2. 아빠와 함께한 토요일들
[바람이 켠 촛불] 2. 아빠와 함께한 토요일들
  • 지속가능 바람
  • 승인 2016.11.2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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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고 가끔, 아빠는 나에게 묻곤 했다.


“요즘 젊은 애들은 시위 안 나가냐?”


매번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냥 대충 얼버무렸던 것 같다. 할 말이 없었다. 혼자만의 생각이었겠지만, 아빠가 괜히 날 질책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딱히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종종 내 과를 언급하며, 내가 아닌 동기들은 시위에 나가냐고 묻기도 하셨으니까.


그때마다 아빠도 젊은 축에 속하지 않냐며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사실 항상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길 자신이 없는 싸움을 아빠와 하고 싶진 않아서 꾹 참았다. 대충 얼버무리며 주제를 돌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은 시위 안 나가냐?”


주체가 바뀌긴 했지만 친구들이 곧 요즘 젊은 애들의 일부이므로, 의미는 같았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예전과 같지도, 얼버무리지도 않았다.


“친구들이랑 같이 시위 가기로 했어.”


아빠는 이전과 다른 나의 답에 별로 놀라지 않아 보였지만, 나는 아빠의 답에 꽤 놀랐다.


“아빠도 갈 건데.”


그 때 우리는 꽤 길게 얘기를 나눴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끔은 언제까지 이 주제로 이렇게 밥상머리 앞에서 분노해야 하나라는 맘이 들 정도로 자주. 왜 그 동안 괜히 얼버무리며 말을 돌렸는지 약간 후회도 될 만큼, 그 대화는 꽤나 아빠랑 나를 친밀하게 만들어줬다.


어쨌든 아빠와 난 그렇게 처음으로 촛불을 같이 들었다. 그리고 신문의 정치면에 나오는 주제로 오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2주 뒤 다시, 우린 같이 촛불을 들었다. 그 때도 아빠와 나는 따로 갔지만, 갔다 오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 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함께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 아빠와 내가 촛불을 들러 광화문에 나가야 될지 모르겠다. 날씨는 계속 매서울 정도로 추워져 갈 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칠 수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아빠와 더 친밀해질 기회로 삼으려 한다. 아빠도 그러기를.


물론 아빠와 친밀해질 기회는 이미 많다. 아니, 사실 충분히 친밀하니 이 기회가 강제적으로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큼은 당연하고.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무력하게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주말에도 주섬주섬 두꺼운 옷가지와 장갑을 챙겨야겠다. 유독 춥게만 느껴지는 이번 늦가을이 아빠와 나에게 어느 날보다 뜻깊은 계절로 기억되기를.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임다연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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