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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문화톡톡] 우리가 성장을 꿈꿀 때, <당갈> 그리고 <싱 스트리트>
[송연주의 문화톡톡] 우리가 성장을 꿈꿀 때, <당갈> 그리고 <싱 스트리트>
  • 송연주(문화평론가)
  • 승인 2019.11.1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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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으로 가기 위한 셋업(set-up)

2019년의 교육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워 보인다. 공정성에 대한 논쟁을 이어왔고, 제도의 개편이 예고되었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교육과 사회에 참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왜곡된 보도에 대해 진실을 전하려 노력하고, 자신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어른들에게는 그러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까지 당당하게 전했다. 이렇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내는 학생들은 분명 진실과 정의에 대한 결핍, 그로 인한 추구를 표현하면서 성장의 과정을 겪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성장은 결핍에서 온다. 대부분의 영화 속 주인공은 두 시간의 러닝 타임 안에서 발견과 성장을 한다. 인물에게 상황을 셋업하고, 셋업 된 상황 속에는 인물의 결핍이 주요 요소로 자리 잡는다. 인물은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고, 결핍은 영화 끝까지 인물이 추구하고자 하는 대상이 된다. 그 추구가 결말에서 이루어지면 이루어지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닌 대로 인물은 자신의 한계나 능력을 발견하고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인물이 성장해 가는 과정의 재미와 결말의 감동을 주기 위해 가장 공고히 구축되는 지점이 바로 셋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황들 속에 인물 자신의 내면적 성향, 가족, 친구, 학교, 국가, 시대까지 외적인 요소들을 촘촘히 깔아놓는다. 이 요소들이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인물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영화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영화는 만듦새가 괜찮다고 평가받는다.

 

2. <당갈>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니테시 티와리 감독의 <당갈>(2016, 한국 개봉 2018)은 2000년대 인도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마하비르에게 셋업 된 상황은 경제적인 이유와 아버지의 권유로 레슬러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 인도 전반에 깔려있는 남존여비 문화, 여성은 레슬링을 하면 비웃음을 사던 문화 그리고 가난이다. 마하비르에게 셋업 된 모든 요소들은 레슬링에 대한 결핍을 향해 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을 낳게 된다면 꼭 이루리라 마음먹었지만, 딸만 넷을 낳아 실망하게 된다.

첫 번째 발견은 이러한 마하비르에게서 이루어진다. 아들을 낳아 이루려던 레슬링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듯했지만, 첫째 기타와 둘째 바비타에게서 남자애들도 때려잡는 공격성을 발견하고 다시 레슬링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딸들을 혹독하게 훈련 시키면서 레슬링을 전수하고, 경기까지 내보내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인 시선과 계속해서 갈등한다. 아내마저 딸들이 시집을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는데 마하비르는 딸들이 여자로서가 아니라 레슬링을 통해서 존중받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속대를 털어놓는다.

두 번째 발견은 두 딸에게서 일어난다. 무엇보다 초반 마하비르가 갈등하는 주요 대상은 딸들이었다. 남자들도 힘들어할 만한 훈련을 받고, 치마와 예쁨을 버리고 남자들이 입는 반바지를 입어야 하고, 머리까지 깎아야 했던 딸들은 어느 아버지가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동급생이 늙은 남성에게 시집을 가면서, 자신들에게 레슬링을 시키는 것이 아버지가 자신들을 존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마을과 시대 속에서 아버지가 자신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이후 영화는 자연스럽게 인물의 중심축을 첫째 딸인 기타에게로 키워간다. 이는 기타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기타는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은 아버지로 인해 자유롭지 못했고, 여성성이 없었다는 결핍과 발견이 이루어진다. 이 결핍은 기타의 반항을 일으키고, 기타는 새로운 지도자인 코치의 지시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번번이 패하는 기타의 인식은 다시 아버지의 결핍을 인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고, 마지막에는 홀로 경기를 진행해서 금메달을 따며 승리하는 성장의 모습까지 이어간다. 기타의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여성비하에 맞섰던 아버지와 기타의 가족 그리고 기타를 선망하는 인도 여성들을 위한 승리가 되었다.

 

3. <싱 스트리트>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2016)는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주인공 코너(Conor, 예명 Cosmo)에게 셋업 된 상황은 당시 아일랜드의 경제 위기, 아버지의 실업, 어머니의 외도, 그로 인해 부모의 이혼이 예고되는 가족 붕괴, 실업 문제로 꿈을 찾기 위해 잉글랜드로 나가려는 청년들, 가톨릭이 운영하는 공립학교와 교장 백스터의 폭력, 한편으로는 교권의 실추, 학생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학교폭력과 배리의 괴롭힘, 그리고 그 속에서 방황하는 코너 자신의 내면이다.

코너의 결핍은 코너 자신이 어떻게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친구 대런의 도움으로 학교 상황을 익혀가던 코너는 운명처럼 라피나를 만나게 된다. 내적 고민이 많은 코너에게 라피나는 사랑의 발견이었다. 코너는 그녀의 관심을 얻으려 밴드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은 대런과 이먼의 도움으로 실제가 된다.

그러나 코너에게 기존 셋업된 결핍의 상황은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부모는 이혼을 결정하고 집을 내놓고, 교장과는 더 크게 다투고, 백스터의 괴롭힘도 더 심해진다. 코너가 마음을 둘 곳은 라피나, 그리고 라피나를 위한 밴드와 음악뿐이었다. 그런 코너에게 현실 인식하게 하고 발견의 지점을 찍어주는 존재가 바로 형 브랜든이다. 가족 문제, 학교문제, 미래에 관한 고민까지 이미 앞선 길을 걸었던 브랜든은 코너의 밴드와 연애를 응원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함께 고민하는 존재로서 위치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음악을 하면서, 라피나와 더욱 가까워지면서 성숙해진 코너는 마지막 공연을 위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을 괴롭히던 배리를 경호원으로 섭외하면서 학교 폭력을 당했던 것을 역으로 이용하고, 학교 체육관에서 라피나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와 교장을 비판하는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코너는 라피나와 함께 할아버지가 남긴 배를 훔쳐 타고 잉글랜드로 떠난다.

잉글랜드로 향하는 코너의 성장은 라피나와 함께이기는 하지만, 결핍의 요소들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가족은 그대로 붕괴했을 것이고, 학교로는 돌아갈 수 없다. 다만, 형에게서 받은 인정이 코너의 성장이 승리한 것이라고 느끼게 해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코너의 항해에서도 이들의 미래가 밝기만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

 

4. 결핍과 발견 그리고 성장

<당갈>과 <싱 스트리트>는 주제적으로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소재의 차이로 인해 성장에 대한 시선과 결이 다르다. 모두 실화를 다루고 있고, 그 실화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갈>이 여성영화로 평가받을 만큼 인도의 여성 문제와 그것을 극복한 성공담을 다루고 있다면, <싱 스트리트>는 그 시절 아일랜드의 사회적인 문제와 청춘의 방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셋업 과정의 요소들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취하는 것이자, 인간 보편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핍의 상황을 셋업하고, 그 속에서 발견을 하고 결핍을 채울만한 요소들을 추구해가는 과정,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모습들 말이다. 현재 우리가 가진 결핍은 무엇일까,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 가야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이다. 비록 우리의 미래가 <당갈>처럼 밝지만은 않더라도 <싱 스트리트>처럼 꿈을 향한 배를 띄워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싱 스트리트>의 엔딩처럼.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 송연주

세종대학교 영상예술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화를 연구하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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