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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기수, 부정경마와 불공정 채용에 ‘극단적 선택’
마사회 기수, 부정경마와 불공정 채용에 ‘극단적 선택’
  • 김건희 기자
  • 승인 2019.12.0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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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한국마사회
사진 출처: 한국마사회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출처: 뉴스1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의 경마장 숙소에서 한 기수가 부정경마와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마장에서 말 관리사나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벌써 여섯 번 째이다.

2005년부터 부산경마공원에서 활동한 기수 문 모(45)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5시 기숙사 옆방 동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A4용지 3장에 달하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컴퓨터로 작성한 유서 원본 뒷면에는 이거 내가 쓴 거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한 거나 조작됐다고 할까 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손글씨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형한테 전해주라고 쓰여 있었다.

문 모씨의 유서에는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에 휘둘리며 겪은 그간의 어려움이 담겨 있었다. 부정 경마 지시를 거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문 모씨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휘에서 벗어나고자 2015년 조교사 면허도 땄다. 그러나 조교사 일은 마사회 간부와 친밀한 사람들에게만 돌아갔다.

현재 유족은 마사회에 죽음의 진상 규명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 공식적 사과 유가족 위로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이순간 또 한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고인의 5, 8살 자녀들은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할 시간을 견뎌야 하며, 동료들은 고인의 주검 앞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 참담하다우리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하고 노동자의 삶을 갉아먹는 현실을 제대로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며, 유족과 함께 고 문중현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2017년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자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마필관리사 34%가 우울 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 마사회의 산재 은폐 등 산업 안전 분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부는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등을 권고했다.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55건을 사법처리하고, 270건에 대해 4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비슷한 비극이 또 다시 발생됐다. 당시 조치가 전혀 실효성 없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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