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의 경마장 숙소에서 한 기수가 부정경마와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마장에서 말 관리사나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벌써 여섯 번 째이다.
2005년부터 부산경마공원에서 활동한 기수 문 모(45)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5시 기숙사 옆방 동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A4용지 3장에 달하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컴퓨터로 작성한 유서 원본 뒷면에는 “이거 내가 쓴 거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한 거나 조작됐다고 할까 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손글씨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며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형한테 전해주라”고 쓰여 있었다.
문 모씨의 유서에는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에 휘둘리며 겪은 그간의 어려움이 담겨 있었다. 부정 경마 지시를 거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문 모씨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휘에서 벗어나고자 2015년 조교사 면허도 땄다. 그러나 조교사 일은 마사회 간부와 친밀한 사람들에게만 돌아갔다.
현재 유족은 마사회에 △죽음의 진상 규명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 △공식적 사과 △유가족 위로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이순간 또 한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고인의 5살, 8살 자녀들은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할 시간을 견뎌야 하며, 동료들은 고인의 주검 앞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 참담하다”며 “우리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하고 노동자의 삶을 갉아먹는 현실을 제대로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며, 유족과 함께 고 문중현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2017년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자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마필관리사 34%가 우울 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 마사회의 산재 은폐 등 산업 안전 분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부는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등을 권고했다. 또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55건을 사법처리하고, 270건에 대해 4억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비슷한 비극이 또 다시 발생됐다. 당시 조치가 전혀 실효성 없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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