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각자의 볼일로 자리를 비운 토요일, 혼자 PC 앞에서 밀린 일을 하고 밀린 책을 읽는, 세수 안한 중늙은이 주인 옆으로 와서, 한 1미터쯤 떨어진 소파 위에 올라가 쿠션 위에 몸을 펴고는 잠을 자는 스콜. 잠 잘 데가 꼭 여기밖에 없었는가. 물어보려다가 그가 벌써 잠이 들어 묻지 않았다. 대신 몰래 사진을 찍는다.
찰칵. 소리에 잠시 눈을 뜨더니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사람의 물건이 아니라 개 물건이 되어 버린지 오래인 쿠션에 개가 묻힌 때와 개 발톱이 만든 부푸라기가 확연하다. 뭐 하러 예까지 와서 주무시는가. 묻지 않고 사진을 한 장 더 찍는다. 찰각. 소리에 이번엔 휑 하고 가버린다. 스콜이 깨꼬리 흔들고 사라진 넓은 거실에 나 홀로 할 일인지 하는 일인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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